지금 우리교육

교사가 바라는 교육개혁

학교 모습을 돌아보고 교육개혁 방향을 말하다

지금까지 수없이 단행되어왔던 교육개혁이 공허한 외침으로 끝났던 것은 교육현장의 목소리가 온전히 반영되지 않은 탓이 크다. 교육현장의 전문가, 교사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고서는 교육개혁의 성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에 진정한 교육의 변화를 꿈꾸는 교사들의 생생한 목소리에서 교육개혁 성공의 실마리를 찾는다.

글 · 정성식(실천교육교사모임 회장)

학교의 실상 돌아보기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교육의 국가책임 강화’를 강조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제시한 13가지 로드맵에도 개혁 의지가 담겨 있다. 이 모든 정책에 적어도 교사를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치부하던 기존의 흐름이 옅어진 것은 사실이다. 국정역사교과서 폐지, 세월호 기간제교사 순직 처리 등 출범 이후 대통령의 업무지시로 실시한 정책들을 봐도 교육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그러나 초반의 기대와는 다르게 개혁정책은 탄력을 받지 못했다. 새 정부의 교육개혁 로드맵도 결국 위로부터의 개혁이었고, 정책 입안 과정에 교사들의 의견이 충실히 담기지 않았다. 대통령령으로 국가교육회의를 출범시켰지만, 대학입시정책에 매몰되면서 대통령 공약으로 내걸었던 사안들은 유보되거나 후퇴했다.

교육개혁은 학교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고 하니 학교에서 교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전국 교원들을 상대로 학교에서 교사가 하는 업무를 조사한 적이 있다. 설문 결과는 참담했다.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227개나 되는 행정실무를 법적 근거도 명확하지 않은 채 하고 있었다.

나는 교사들의 업무 실태를 파악하고 교육부에 민원을 넣었다. 민원의 요지는 교사들이 학교에서 하는 일들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이 일들의 업무담당자가 누구인지 초·중등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에 근거하여 구체적으로 밝혀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답변 기한까지 연장하며 근거를 찾느라 심혈을 기울였지만 답변 결과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모든 업무의 법적 근거를 정해서 업무를 추진하다 보면 업무 효율성을 저해하므로 법적 근거를 다 정할 수 없다. 업무담당자 또한 학교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학교의 실상은 이렇게 교육의 본질에서 벗어나 있고, 교육행정기관은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교사가 처한 교육의 현실이다. 이 상황을 등한시하고 말하는 어떤 교육개혁도 결국 공염불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교육개혁은 어떠해야 할까?

교육개혁에 대한 확신을 가졌으면 한다. 확신은 우리가 꿈꾸는 이상이 실현 가능하다는 믿음으로부터 생긴다. 개혁을 주도하는 세력은 확신에 차 있어야 한다. 교육적 이상을 새롭게 만들어내느라 시간을 허비할 필요도, 유럽의 여러 나라를 기웃거릴 필요도 없다. 대한민국 헌법에 우리가 바라는 교육적 이상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권을 무너트리고 새 정부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헌법정신이 살아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와 교육기본법이 밝히고 있는 교육적 이상을 구현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우리가 그토록 보장받고자 외쳐왔던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대학의 자율성, 교육에 대한 국민의 권리와 의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헌법과 교육기본법의 정신을 구현하겠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하나씩 해나가면 된다. 그래야만 새로운 이상을 만들어내는 데 들이는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빨리 이끌어낼 수 있다.

사소한 교육개혁이라도 뜨겁게 옹호하자. 노무현 정부의 교육개혁을 회상해보자. 사립학교법 개정을 비롯해 야심 차게 시작했던 교육개혁은 모두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마키아벨리가 말했던 것처럼 노무현 정부의 교육개혁 실패 원인은 개혁 반대 세력의 저항보다 지지자들의 미지근한 옹호 때문이었다. 역설적이게도 노무현 정부 집권 초기에 정권의 힘이 가장 강할 때 정부와 첨예하게 맞섰던 세력은 진보진영이었다. NEIS가 그렇게 교육을 망치는 시스템이었는지, 이를 두고 그렇게 사생결단으로 정부와 대립했어야 했는지, 그 힘을 사립학교법을 비롯해 교육법을 개정하는 데 실어줬더라면 어땠는지 진지하게 돌아봐야 한다. 현 정부에서 이런 과오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교육개혁이라는 큰 산을 넘기 위해 개혁세력은 서로를 뜨겁게 옹호해야 한다.

학교로부터의 개혁이어야 한다. 지금껏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이 붙은 모든 정책은 하향식이었다. 정부에서 급하게 만든 정책들을 학교에 던지며 급하게 시행하는 데 급급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마저도 제한적이었다. 노동 3권은커녕 노동 2권마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 이에 대한 현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교사집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침소봉대하며 교사를 교육개혁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혁신학교 운동의 성공에서 보듯이 교사의 목소리가 살아나야 학교가 살아난다. 교사가 행정업무에 쏟는 시간과 부담이 얼마인지, 그로 인한 교육적 손실이 얼마나 큰지 정부는 세밀하게 살펴야 한다. 교사들 또한 교육의 본질을 찾기 위해 교사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이를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 끊임없이 탐구하고 시도해야 한다.

교육법을 정비하도록 목소리를 함께 내자. 그간 교육 관련 법조항들이 많이 바뀌었지만 가장 핵심적인 변화를 교사의 임무에서 찾아본다. 해방 이후 48년 동안 교사는 ‘교장의 명’을 받아 학생을 교육하던 존재였다. 그러던 교사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존재로 바뀌었다. 그러나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해야 할 교사에게 교육법을 가르치지 않으니 이만한 모순도 없다. 학생은 물론, 교사도 반드시 교육 관련 법령을 배워야 한다. 교육법을 면밀히 살피다 보면 ‘법조항은 그런대로 잘 만들어졌는데 지켜지지 않는 것’과 ‘변화한 시대에 맞게 법조항의 개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뉜다. 지켜지지 않는 것들을 지키도록 강제해야 한다. 또한 시대에 뒤떨어지고 교육을 가로막는 조항들은 반드시 개정해야 한다.

이런 움직임은 교육법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시작된다. 교육법을 읽어야 교육에 대한 자부심과 이를 지키기 위한 두둑한 배짱도 기를 수 있다. 모든 교원이 교육법을 같이 읽으며 우리 교육에 대해 이렇게 외치면 좋겠다. “교육, 법대로 하자. 교육, 법을 바꾸자!”라고 말이다.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