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문화예술로 생생한 배움이 피어나는 학교

신화중학교 문화예술교육

신화중학교에서는 교과과정이 다양한 문화예술과 연계하여 이루어진다. 수업이 시작하면 학생들은 교실이라는 ‘무대’에 올라 수업 내용을 ‘연기’한다.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되어 체험하는 생생한 배움. 비록 화려한 무대장치 하나 없을지라도 신화중의 교실이 그 어느 무대보다, 학생들의 연기가 그 어떤 열연보다 빛나는 이유다.

글 · 신병철 ─ 사진 · 김동율

수업 시간에 연극이 펼쳐지는 이유

“자, 준비됐니? 그럼, 레디~ 액션!”

취재를 위해 신화중학교(교장 정우섭)를 찾았을 때 1학년 교실에서는 수업이 한창이었다. 교실 안의 모습은 여느 수업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는 일반적인 풍경이다. 그런데 수업 시작을 알리는 선생님의 말씀이 생경하게 들린다. 영화 혹은 연극 수업인 걸까? 아니면, 동아리 활동? 교실 앞에 붙은 시간표를 재차 확인해봤지만, 분명 지금은 국어 시간이었다. 이윽고 네댓 명의 학생으로 이루어진 모둠별로 교실 중앙의 공간으로 나와 한 편의 연극을 펼친다. 흥부가 되어 놀부 부인에게 주걱으로 뺨을 맞는가 하면,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에 등장하는 소년과 소녀가 되어 서로 수줍게 이야기를 주고받기도 한다. 국어 시간인 듯, 연극동아리 활동인 듯 얼핏 봐서는 쉽게 구분 짓기 어려운 이색적인 교실 풍경, 신화중 학생들이 교과 수업 시간에 ‘무대’에 오르는 ‘배우’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화중은 교육과정과 연계한 활발한 학교예술교육 통해 학생들에게 다양한 예술체험 활동의 기회를 제공한다. 각 학년은 문화예술과 연계한 다양한 수업과 활동을 한다. 1학년은 연극과 연계하여 협력종합예술 연극 수업, 연극으로 하는 교과 수업, 꿈이 자라나는 교실연극제, 협력종합예술발표회 등을 하고, 2학년은 영화와 연계하여 영화로 꿈 수업, 영화로 하는 융합수업, 영화로 꿈 찾기, ‘신화의 꿈’ 영화제 등의 활동을 갖는다. 3학년은 뮤지컬과 연계하여 내 꿈 뮤지컬 수업, 뮤지컬로 하는 융합수업, 영어발표대회, 뮤지컬 페스티벌 등이 열린다.

이와 함께 원활한 문화예술교육을 위한 교사의 역량 강화도 지속해서 이루어진다. 저경력 교사 멘토링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공유 및 수업방법 개선을 도모하고, ‘신화의 꿈 자유학기제 교사 연구회’, ‘협력종합예술 교사연구동아리 연구회’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사 연구회가 운영되고 있다. 신화중의 문화예술교육은 교실 안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주민센터와 경로당 등에서 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효’ 공연과 주변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마을 어린이를 위한 생명존중 공연을 열거나 각종 박람회 등 외부 발표회에 참가하여 학교 밖 지역사회 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이어나간다.

교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배움

신화중의 문화예술교육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외부의 지원 없이 교실 안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예술 연계 교과수업이다. 취재 당일 1학년 교실의 국어 수업 풍경이 바로 그것이었다. 학생들은 교과서를 펼쳐놓고 앉아 소설이나 시의 구절마다 하나하나 밑줄을 그어가며 작품을 배우지 않는다. 직접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작품에 빠져든다. 문법도 마찬가지다. 동사는 움직임을 나타내는 말, 형용사는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교과서를 읽으며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움직임과 모양, 색깔을 표현하며 이해한다. 책상에 앉아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받지 않고, 직접 주인공이 되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함으로써 이해하는 능동적인 배움이다.

책을 읽듯 어색하게 내뱉는 대사, 그런 친구들의 모습을 보며 깔깔 웃는 학생들. 얼핏 봐서는 그저 한껏 떠들며 웃고 마는 소란스러운 교실 풍경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이 생생한 배움의 과정이다. 연기가 얼마나 자연스러운지는 중요하지 않다. 스스로 대사를 만들고 배역을 정하며 누구 하나 빠짐없이 수업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자기주도성을 키운다. 비록 친구가 펼치는 어색한 연기가 재미있다는 이유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웃지만, 그래서 학생들은 오히려 자연스럽게 수업에 푹 빠져든다. ‘내’가 ‘친구’가 직접 만들고 꾸미는 연극이라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어서 학생들은 수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집중한다.

화려한 조명을 대신하는 교실 천장의 형광등, 실감 나는 의상 대신 입은 교복. 학생들이 배우가 되어 오르는 교실 한가운데 무대는 비록 그럴싸한 무대장치 하나 없지만 어느 극장의 무대보다도, 학생들의 연기는 그 어떤 배우의 열연보다도 더 밝게 빛난다. 중요한 것은 일련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배움, 그리고 그 배움의 크기와 가치다. 그 누구도 아닌, 학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교육 현장. 오늘도 신화중 학생들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주인공이 되어 학교 그리고 교실이라는 무대에 오르며 그 어느 곳에서보다 생생한 배움을 이어나간다.

문상원 선생님

신화중학교에서 국어 교과를 맡고 있는 문상원 선생님은 ‘교실연극’에서 새로운 배움의 가능성을 찾아나가고 있다. 개인의 관심사에서 시작하여 지금도 작은 극단의 단원으로 활동하며 배우로서 무대에 오르는 문상원 선생님은 연극과 수업의 연계가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배움을 체험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아무래도 친구들 앞에 나서서 연기한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쑥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럴 때면 제가 직접 나서서 아이들 앞에서 연기를 펼쳐 보이기도 해요. 수업은 함께 만들어가는 거니까요.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두 번, 세 번 그렇게 연기를 하다 보면 이내 아이들도 수업에 푹 빠져서는 여느 배우 못지않게 진지해져요.”

문상원 선생님은 교실이라는 무대에서 펼쳐지는 더욱 생생한 배움을 위한 한 가지 바람을 전했다. 문화예술은 특별한 소질을 가진 누군가만이 할 수 있다는 시선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화려한 무대, 실감 나는 연기가 있어야만 연극이 되는 건 아니에요. ‘인생은 연극이다’라는 말처럼 각자의 삶 그 자체가 한 편의 연극이죠.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정확하게 말하고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제대로 감상하는 것으로 충분해요. 그게 바로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국어를 배우는 목적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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