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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불러주는 것의 힘

<미오, 나의 미오>

<미오, 나의 미오>의 주인공 미오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에 배고픈 ‘작고 외로운’ 아이였다. 그러나 미오는 상상의 세계에서 어둠의 기사 카토와 싸우며 누구보다 용감한 아이로 거듭난다. 현실의 우리 아이들도 충분히 그럴 만한 ‘힘’을 갖고 있다. 필요한 것은 단지 어른들의 관심과 믿음 그리고 사랑을 담아 나지막이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글 · 박혜경(한국심리상담연구소 현실치료 심리상담사)

우리 주변의 ‘작고 외로운’ 아이들

“어머님 저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유행처럼 떠도는 드라마의 이 대사는 불확실한 우리 사회, 갈팡질팡하는 우리 교육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 말에는 불안과 두려움이 보인다. 내가 믿고 잡는 것이 지푸라기가 아니라 든든한 동아줄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부모들은 믿을 만한 것을 찾아 헤맨다.

3월이면 새롭고 희망찬 출발을 이야기하지만, 마냥 희희낙락할 수는 없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내 자녀에게 벌어진다면? 담임선생님은 어떤 분일까? 아이의 짝은? 아이가 기질적으로 새로운 친구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라면 불안과 두려움이 더욱 커진다. 우리가 자녀를 잘 키우고 학생을 잘 지도하기 위해서 믿어야 할 것이 무엇일까? 만일 드라마처럼 입시에 당면한 상황에서 전적으로 믿으라고 말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어떤 보상을 주더라도 의지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다소 생뚱맞게 들릴 수도 있는 해법을 한 권의 동화책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이 책은 주인공을 ‘작고 너무나 외로운 아이’라고 소개한다. 고아원에서 다시, 고약한 양부모에 입양된 한 아이의 이야기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이 아이가 우리가 가정에서, 교육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라고 말하고 싶다. 부모도 친구도 있고, 배도 고프지 않은 우리 아이가! 왜! ‘작고 외로운 고아’인 이 주인공과 같다는 걸까?

용기가 필요할 때 용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기를 꺾고, 아이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부모로부터 “너는 골칫덩이야!”라는 말을 듣는 아이라면? 행복한 친구 집을 상상하며 늘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아이라면? 오래오래 부모 품에 안겨 있고 싶고, 아빠와 모형 비행기를 함께 만들고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나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라면? 부모, 친구가 있고 갖고 싶은 장난감과 최신 핸드폰, 멋진 방, 유행을 앞서는 멋진 옷과 운동화가 있다 해도 그 아이는 ‘작고 외로운 아이’다.

믿음과 관심 속에 아이들이 자란다

이 책의 주인공 미오는 아빠를 간절하게 갖고 싶은 나머지 고달프기만 한 현실을 뒤로하고 머나먼 나라로 상상의 여행을 떠나는 ‘작고 외로운 아이’다. 그리고 상상의 세계에서 그는 한 왕국의 왕자가 된다.

왕자가 됐다고 인생이 달콤하기만 하고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미오는 간절히 갖고 싶던 갈기가 멋진 말도 가졌다. 배고픔과 목마름을 달래주는 빵과 물 그리고 친구도 장미정원도 투명 망토도 있으며, 바위도 베어버리는 강한 칼도 가졌다. 무엇보다도 미오와 함께 기뻐해주고 손을 잡고 길을 걸을 수 있는 아빠가 곁에 있다.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벅찬 일도 있다. 그러나 그 왕국에는 아이들에게 마법을 걸어 새로 만들고 슬픔의 노래를 부르도록 하는 사악한 기사 카토가 버티고 있다. 마냥 행복할 수 없다. 왕자인 미오는 사악한 검은 숲에 사는 돌심장과 쇠갈퀴 손을 가진 무시무시한 기사 카토를 물리쳐야 한다. 작고 외로운 아이 미오는 더는 현실에 당하기만 하는 힘없는 아이가 아니다. 아빠의 믿음과 사랑 안에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알 만큼 성숙했다.

그렇지만 어린 미오에게 사악한 기사 카토를 물리쳐야 하는 현실은 버겁고 무섭고 힘들어서 눈감아버리고 싶게 한다. 그때 아빠는 “미오 나의 미오”라고 부드럽고 따뜻하게 울리는 소리로 불러준다. 이것은 미오로 하여금 자신의 일에 용기와 확신을 갖게 한다. 사랑과 지지는 용기를 불러온다. 임금인 미오의 아빠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아빠에게 해결능력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않다. 문제를 해결하는 힘은 우리의 주인공 미오에게 있으므로. 단지 작고 외로운 아이가 악의 기사를 물리칠 수 있도록, 작지만 큰 거인이 될 수 있도록, 외롭지 않도록, 용기를 내도록 아빠는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는 일을 한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본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나 양육하는 학부모에게 학생과 자녀들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줄 힘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심과 사랑을 담아 이름을 불러주는 일을 할 수는 있다. 필자가 경험한 주변의 많은 부모는 아이가 문제에 직면하면 마치 자신의 일인 양 최대한 아이가 힘들지 않도록 해결하기 위해 애쓴다. 때로는 드라마처럼 시험지 유출이라는 범죄까지도 저지르면서···. 그리고 늘 혹시라도 아이들이 실패를 경험하게 될까 노심초사한다. 자식의 실패를 아프게 받아들이고 자신의 일인 양 나선다. 시험 준비를 같이하고, 숙제를 대신해주고, 친구를 만들어주려고 생일파티를 대대적으로 열어주고,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나면 대신해서 덤벼들어 싸우기도 하고···.

우리의 부모와는 달리 이 이야기 속 미오의 아빠, 머나먼 나라의 임금은 미오를 믿고 지지하며 용기를 불어넣기 위해 이름을 불러주는 역할만 한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자신의 삶이 특별하고 중요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가까운 누군가 이렇게 이름을 불러준다면 그러한 확신이 자리를 잡게 된다.

눈을 감고 다시 떠올려본다. 외로움에서 벗어나고픈 미오에게 너무나도 간절하게 바라던 일이 일어난다. 상상 속으로 떠난 여행이어도 좋다. 너무도 외로운 아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그래서 엉뚱한 상상의 세계로 빠져드는 아이라고 해도 좋다. 이런 아이가 옆에 있다면 상상 속에서라도 아이가 마음으로 간절히 소원하고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봐주어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은 무엇을 이렇게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살펴보자. 그리고 그 아이의 이름을 불러줬던 상상 속의 아빠처럼 우리도 나의 자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주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자. 진심으로 사랑을 담아···. 아이가 무엇을 상상하는지 그 마음을 알아보려고 노력하면서.

그들의 어려움이 외톨이가 되어서 힘든 것이든, 학업의 성취가 뜻대로 되지 않은 어려움이든 문제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 힘든 것을 알아주는 이가 옆에 있다면 그들은 힘을 얻는다. 그리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주는 이가 된다. 세상은 살아갈 만한 곳이라고 믿게 된다.

<미오, 나의 미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저 | 김서정 역 | 우리교육 펴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남긴 판타지 문학의 걸작이다. 머나먼 나라, 죽음의 숲, 어둠의 기사 카토, 돌로 된 심장 등 판타지 동화에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매력을 확인할 수 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 구조가 큰 상상력을 요구하며,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책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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