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소식

참여를 넘어서 숙의민주주의로

글 장인홍(서울시의회 교육전문위원회 위원장)

학교가 민주사회의 한 공간으로서 학생들이 삶의 양식으로 민주적인 삶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교과 교육을 넘어서 학교 운영, 학교 문화 자체가 민주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학교의 모든 영역에서 민주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현재 각 시·도별로 학부모회, 학생회, 교무회의 등 학교조직의 민주적 운영에 대한 법제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문제와 관련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한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학교의 민주적 운영을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회 등 상위 조직의 민주적 운영도 중요하지만 개별 구성원들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를 일상적으로 자유롭게 얘기하고 토론할 수 있는 소통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한 걸음 더 나아가 논의해야 할 것은 이러한 조직들의 의사소통 과정이 ‘실질적으로 민주적 의사결정을 이루어낼 수 있는가?’이다. 이미 학교에서는 다양한 교육 주체들의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서 학교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실제로 학교 공동체의 공동선을 목적으로 합리적, 민주적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사실 이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토론, 의사결정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토론 과정을 보면 구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논의 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설령 토론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방향이 사회의 공동선을 위한 것인지 의문일 때가 많다.

정치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의 이면에 ‘이익집단 다원주의’가 내포하고 있다고 본다. 즉, 사회를 수많은 독립적이고 이익관계가 얽힌 집단으로 구성된 결사체로 보고, 그 집단들이 서로 경쟁, 갈등, 협력하면서 정치와 사회가 운영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관점은 최근 숙의민주주의 시각에서 중요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숙의민주주의 관점에서 이익집단 다원주의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사회 구성원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가치이지만 무조건적인 참여가 민주주의의 핵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구성원들의 참여를 전제로 하되,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이익 추구를 궁극적인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공동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이를 추구하기 위한 합리적인 대화, 숙의과정이 있을 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 교육 공동체에서도 실질적인 민주적 의사결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누가 의사결정에 참여할 것인가?’의 문제를 넘어서 ‘어떻게 의사결정을 할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프린스턴대학교 석좌교수인 필립 페팃은 그의 저서에서 숙의민주주의를 위한 토론은 흥정중심이 아니라 토론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즉,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토론은 개인의 이익을 서로 조정해가는 과정이 아니라 어떤 사적 이익도 전제하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그 문제에 대한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그를 위해 선택해야 할 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동물 국회 문제로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하나의 작은 사회라고 할 수 있는 학교에서부터 학교자치 기구를 통해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시도들이 시작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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