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이야기

서울에서 아이 키우며 일하는 엄마시민통신원

글 서정원(용산사회적경제통합지원센터 센터장)

일하는 엄마의 ‘워라밸’을 빼고 생각하면 서울은 아이 키우는 엄마에게 매력자본을 많이 가진 도시다. 매력자본이라는 말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필자는 이 매력자본을, 일하며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에게 서울시 그리고 서울시의 교육이 주는 다양한 자원이라고 정의하고자 한다.

필자에게는 코딱지행성 지배자가 장래희망인 9살 아들과 형이 만든 코딱지행성에서 식당을 차리겠다는 6살 아들이 있다. 큰아들은 최근 필자에게 “우리 집이 가난해서 엄마가 회사에 다녀야 하는 건가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노동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벌써 시작한 것이 신통방통했다. 작은아들은 “하느님,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장난감 많이 사주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보아 신앙과 자본주의의 기본원리(!)는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이 기운찬 두 아들의 엄마로서 필자가 누리는 자원은 우선 서울의 외사산과 내사산이다. 북한산-용마산-관악산-덕양산의 외사산과 북악산-낙산-남산-인왕산의 내사산 중 우리가 오르는 곳은 북한산, 관악산, 북악산, 남산, 인왕산이다. 남산둘레길의 벤치와 황톳길을 누리며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낀다. 인왕산의 암벽을 타고 오르며 호연지기를 논하고, 산멧돼지 발자국이 찍힌 북한산의 끝도 없는 등산로를 걸으며 아들들과 대화할 시간을 얻는다. 물론 대화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청취가 맞을 수도 있다. 큰아들의 코딱지행성 연대기가 전개되는 과정과 코딱지행성의 화폐라는 ‘순수한 화장지’ 제조 비법, 그리고 코딱지행성 언어라는 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것을 들으며 긴 시간을 걸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시간은 아이와 나에게 함께한 경험이 주는 공감을 선물한다. 높은 산을, 그 긴 길을 함께 걸어냈다는 성취감과 함께. 또 등산하는 사람들이 주고받는 “힘내세요”, “수고하십니다”, “너희들 참 장하구나!” 하는 격려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감촉으로 다가온다. 어떤 수업보다 강력한 그것은 아마 사람의 온기를 통해 전달되는 삶에 대한 교육이 아닐까!

또 다른 자원은 ‘마을학교’다. 서울에는 민-관-학의 거버넌스를 통해 진행되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라는 사업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러한 사업의 일부로 우리 동네에는 마을작은도서관에서 마을학교가 열린다. 세상에 독특하고 유난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냐마는, 코딱지행성이라는 독특한 자기세계 구축에 ‘몰두’하는 큰 녀석에게 마을학교는 자기세계를 다른 이의 세계와 조율할 수 있는, 조금 더 안전한 곳인 것 같다. 호불호가 명확한 녀석이 계속 가겠다고 하니 말이다. 이유가 궁금해 알아보니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눈빛’이란다. 나의 아이와 남의 아이를 구분하지 않고, 스승과 제자라는 위계가 없는 공간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긍정받았었구나! 뿌리를 내렸다가는 이동할 때 겪을 불편함을 셈하게 되는 이 시대에 그런 셈 없이 아이에게 사람과 관계를 맺고, 마을에 뿌리를 내려갈 수 있도록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마을학교에 깊은 고마움이 느껴졌다.

더 나아가 서울시교육청의 교육정책 수립 과정에 필자와 같은 학부모가 참여할 수 있다.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이 소개한 이론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제도에 아이들을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시민과 학부모의 참여를 통해 함께 고민하며 더불어 사는 숲을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어린 두 아들을 키우며 일하는 엄마로 산다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하지만 필자의 경험과 의견이 서울교육에 보탬이 된다면 기꺼이 기쁘게 참여하는 시민이 되고자 한다. 나 스스로 서울의 교육자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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