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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시간을 아시나요?

<내 마음이 부서져 버린 날>

아이들은 어른들에게는 사소하게 느껴지는 다양한 사건 사고를 통해 상처받는다. 주인공 칼벤은 이 감정을 부서진 마음으로 표현한다. 아이의 슬픔과 외로움, 부서진 마음을 치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 자신 안에 있으며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전해준다.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온전하게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그들만의 시간을 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천천히, 가만히,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마법의 시간을 허락해보자.

글 김성리(인제대학교 인문의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부서져 버린 마음을 고치는 마법의 시간

아이가 어렸을 때의 시간을 돌아보면 ‘그때 내가 왜 그랬을까’, ‘아! 이렇게 했더라면 참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엄마이고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엄마의 관점에서 아이의 말과 행동을 판단했던 시절이 있었다. 곰곰이 되짚어 보면 잘한다고 했던 나의 말과 행동이 때로는 아이에게 상처가 되고 아이의 마음에 불안감을 만들어줬던 것 같다. 그때 내 아이들도 칼벤처럼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나갔을까? 아니었던 것 같다.

칼벤은 친구들이 놀아주지 않아서 외로워지는 마음을 스스로 다잡고 있었지만, 친구들이 던진 공에 맞아 아이스크림이 땅에 떨어지자 칼벤의 마음도 땅에 떨어진 아이스크림처럼 부서지고 말았다. 마치 도자기가 돌에 부딪혀 ‘쨍’하고 부서지듯이 그렇게 칼벤의 마음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너무나 외로웠던 칼벤은 물고기들과 친구가 되고 싶었지만 실패하고 침대에 누워 부서져 버린 마음을 고칠 방법을 생각했다.

나의 말에 상처받은 아이들이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워 있으면 나는 더 화를 냈다. 그때 나는 몰랐다. 아이의 마음속에서 울리는 소리를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이가 눈물을 흘리면 ‘못났다’라고 아이를 더 구석으로 몰아붙였다. 그 눈물이 아이의 마음속 목소리인 것을 알려고 하지 않았다. 이 동화책 속에는 나와 같은 엄마 아빠가 등장하지 않는다. 칼벤의 집에 엄마 아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칼벤이 스스로 강하게 일어설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칼벤은 스스로 부서진 마음을 고치기 위해 치유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칼벤은 고양이처럼 우유를 마셔보기도 하고, 푸른 잔디 위에서 뒹굴어도 봤지만 부서진 마음은 여전했다. 고양이는 우유를 핥으며 행복해하고, 꽃들은 바람에 흔들리며 즐거워했지만 칼벤의 마음은 부서진 도자기 조각처럼 여기저기로 흩어져 돌아오지를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창가에 앉아 바다를 보며 슬픔에 잠겨 있을 때, 갈매기 한 마리가 소라껍데기를 주고 갔다. 소라 껍데기는 칼벤에게 “생각해 봐. 널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게 무엇인지”라고 속삭였다.

그 속삭임을 듣는 순간 칼벤은 미소 지었고, 누군가에게 미소를 선물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 길로 칼벤은 아끼던 보라색 제비꽃을 옆집 아주머니에게 주었다. 꽃을 보며 깜짝 놀라 미소 짓는 옆집 아주머니를 보면서 칼벤은 마음이 부서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칼벤의 마음은 전보다 더 단단해졌고 세상을 향해 큰 소리로 웃을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이 행복으로 가득 찬 칼벤은 외롭지 않았다.

아이는 시간을 먹고 자란다

<내 마음이 부서져 버린 날>은 작은 소녀가 행복을 찾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살면서 상처받고 상처를 준다. 나의 상처는 크고 아프며 때로는 분하기도 하다. 타인의 상처는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게 아프지도 않고 분하지도 않다. 타인도 나처럼 아프고 힘들다는 것을 아는 순간 상처는 스스로 아물어간다. 보라색 제비꽃 화분을 들고 옆집 계단을 맨발로 통통 뛰어가는 칼벤의 뒷모습에서 어리기만 했던 내 아이의 모습을 봤다.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나를 바라보던 슬픈 얼굴이 떠올랐다. 아이는 시간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칼벤의 첫 치유여행지는 바깥세상이었다. 거기에서 만난 물고기들, 고양이, 꽃들, 빗방울, 무지개는 칼벤의 마음을 치유하지 못했다. 희망을 잃고 돌아간 집에서 바다를 보며 칼벤은 부서진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던 상상의 세계로 갔다. 그곳에서 비로소 부서져 버린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상상대로 행동한 칼벤에게 옆집 아주머니는 미소를 선물해 줬다. 자신의 미소와 타인의 미소가 함께할 때 칼벤은 행복했고, 부서진 마음이 치유되었다.

어른들은 잊어버린 상상의 세계가 아이들에게는 마법의 세계로 남아 있다. 그곳은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지만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고 생각이 여물어가는 마법사의 시계가 있다. 칼벤의 엄마가 칼벤에게 어른들의 세계에 있는 규범과 질서를 요구했다면 칼벤은 마음이 부서진 채, 부서진 마음의 조각 수만큼 그림자를 지닌 어른이 되었을 거다. 왜냐하면 아이들에게는 아이들만의 세계가 있어서 어른들의 시간이 들어오는 순간 마법사의 시계는 멈추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건강한 마음으로 온전하게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이제라도 아이들에게 그들만의 시간을 주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렇다. 이미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내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잃어가는 우리 어른들은 주는 연습이 필요하다. 아이가 들고 있던 컵을 기울여 물이나 우유를 흘려도 야단보다는 아이와 함께 무릎을 꿇고 닦아보자. “괜찮아. 엄마도 너만 할 때 맨날 흘렸어”라며 웃어주자. 성적이 나쁘면 아이를 꼭 안아주며 “괜찮아. 엄마는 네 성적보다 네가 더 소중해”라고 말해주자.

세월이 흘러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아이들이 자란 후에야 알게 됐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도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을 엄마가 되었을 때, 아니 엄마가 되기 위해 준비할 때, 그때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첫 아이를 낳고 이제 엄마가 된 딸에게 나의 친정어머니는 “집에서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밖에서도 사랑받는다”고 일러주셨다. 집에서 주는 사랑이 야단보다는 칭찬이며, 기대보다는 격려임을 아이들이 자란 후에 알았다.

아이들은 부모의 말과 행동에서 사랑을 느낀다. 사랑을 느끼며 자란 아이들은 사랑을 키우고 그 사랑을 꽃피우며 성장한다. 부모의 과잉 사랑도 아이의 마음을 부서지게 한다. 사랑해서,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들이 때로는 아이의 마음에 외로움의 호수를 만들고, 그 호수가 아이의 삶을 송두리째 삼키기도 한다. 칼벤처럼 스스로 자신의 슬픔을 애도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자신만의 행복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아이에게 시간을 주자. 칼벤의 엄마처럼 곁에서 지켜보기만 하자.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실망하고 희망을 잃어가도 사랑으로 지켜보다가 아이가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고 또 다른 자신을 찾아내었을 때 아이의 머리를 헝클어주며 마주 보고 웃어주자.

<내 마음이 부서져 버린 날>

엘리프 예메니지 저 Ι 찰리북 펴냄

터키에서 주목받고 있는 그림책 작가 엘리프 예메니지의 첫 작품이다. 두 눈을 강조해 인물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인상적인 그림체와 터키 작은 마을의 분위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그림책이다. 독일 뮌헨청소년도서관이 그해 가장 인상적인 어린이·청소년 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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