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자기소개를 할 때면, 직업을 먼저 이야기하게 된다. 배우 박재민의 이름 앞에 그의 직업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설명하려면 아마 그리 짧은 […]
몇 년 전부터 예능 프로그램에서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요리이다. 여러 셰프가 방송을 통해 뛰어난 조리 기술과 맛의 향연을 선보이면서 요리사가 새롭게 조명받으며 직업으로서의 요리사에 대한 관심도 부쩍 많아졌다.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수많은 음식 재료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맛의 하모니를 선사하는 주방의 지휘자 요리사. 다양한 모습으로 요리사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알린 최현석 셰프를 만나 꿈을 찾는 학생들을 위한 조언을 들었다.
글. 신병철 / 사진. 이지수
어릴 때부터 꿈은 계속 바뀌었어요. 초등학교 때 는 로보트 태권 V 조종사, 중학교 때는 로보캅, 고등학교 때는 파일럿이 꿈이었어요. 무술가, 가스펠 가수가 되고 싶었던 적도 있고요.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진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했던 건 군대를 제대할 때쯤이었어요. 사실 셰프가 된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부모님이 모두 요리사셨는데, 그 영향으로 요리사의 길로 첫발을 내딛게 됐죠. 꿈꿨던 것들을 직업으로 삼기에는 저에게 특별한 전문성이 없기도 했고, ‘할 거 없으면 너도 요리해’ 그런 식이었죠. (웃음)
내가 만든 요리를 먹고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재밌어요. 흔히 ‘먹는 것’이 인간의 욕구 중 하나라고 하잖아요. 그런 근본적인 욕구를 환상적으로 채워준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에요.
요리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목적지는 한곳이라도 가는 길은 여러 가지예요. 특별한 훈련보다 ‘어떤’ 요리사가 되고 싶은지, 그게 가장 중요해요.
최현석 셰프
엄밀히 따지자면 저는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 요리사가 됐어요. 그런데도 요리사를 직업으로 삼고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니 보람 있는 순간들이 많이 찾아오더군요.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을 볼 때, 그리고 그 일이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모든 요리사가 마찬가지일 거예요. 또 하나는 방송활동 등으로 요리사가 주목을 받고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 되고 보니 요리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SNS를 통해서 ‘요리사가 되고 싶은데 너무 늦은 게 아닐까요’라는 메시지를 많이 받아요. 중·고등학생뿐만 아니라 심지어 초등학생에게도요. 학생들이 너무 빨리 꿈을 고민하고 걱정하는 것 같아요. 저도 22살에 요리를 시작했어요. 요리사는 누구나 다 할 수 있어요. 시험을 봐서 통과해야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요리사가 되고 싶으면 요리학교에 가도 되고, 먼저 식당에 취업해서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도 돼요. 특별한 훈련이 필요한 것보다 ‘어떤’ 요리사가 되고 싶은지, 그게 가장 중요해요.
아무래도 먹는 걸 좋아하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면 요리사가 되는 데 유리하죠. 직접 만든 음식을 사람들이 맛있어하면 더욱 좋고요. 왜 맛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해요. ‘맛있다’에서 그치는 건 고객일 뿐이죠. 왜 맛있는지 분석하는 습관을 길러야 해요. 요리사는 주변 환경이 험하고 오랫동안 서 있어야 하는 직업이에요. 그래서 체력관리도 잘해야 하고, 무엇보다 끈기 있게 버틸 줄도 알아야 해요. 주변을 봐도 당장은 힘들어도 끝까지 버텨낸 친구들이 지금은 헤드셰프도 하며 자리를 잡더라고요. (웃음) 흔히 다양한 요리를 경험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요리는 숙련이 필요해요. 똑같은 일을 계속하면서 훈련하는 거죠. 많이 아는 것보다 익히는 게 중요해요.
서울동답초는 늘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영화수업은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친다. 현재 서울동답초에는 정규 교조리과에 진학하고, 요리학원에 다니고, 유학을 가야지만 좋은 요리사가 되는 건 아니에요.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그 길이 좋은 요리사가 되는 지름길은 아닌 거죠. 목적지는 한곳이라도 가는 길은 여러 가지예요. 어느 길이 맞는 길이고 어느 길이 틀린 길은 아니에요. 중요한 건 본인의 의지와 열정이에요. 요리에 있어 재능이나 소질은 크게 의미 없어요. 기술과 맛을 내는 법은 현장에서 선배들이 다 가르쳐줘요. 천 번 칼질한 사람보다 만 번 칼질한 사람이 더 칼질을 잘하기 마련이에요. 의지를 갖고 열심히 배우면 실력은 무조건 늘어요.
꿈에 대한 강박관념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일찍 시작한다고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비생산적인 일도 꿈이 될 수 있어요. 꿈이라는 건 계속 바뀌기 마련이에요. 그래서 매력적인 거죠. 자기가 좋아하면 그걸로 충분해요. 저는 학생들에게 지금 꿈이 없다고 좌절하거나 당장 꿈을 이루려고 너무 애쓰기보다 현재를 행복하게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세상에는 많은 직업이 있어요. 곳곳에서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꿈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의 작지만 큰, 그리고 행복한 꿈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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