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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 성취도와 반비례하는 삶의 만족도. 우리나라 학생들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 결과다. 오늘날 우리 학생들은 경쟁적인 분위기 속에서 부담감과 두려움을 느끼며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정신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마음이 건강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기 위해 학교교육의 목적을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글 추병완(춘천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새로운 계획의 필요성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 학업 성취도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OECD 회원 국가(37개)와 전체 참여 국가(79개) 중 여전히 상위의 성취 수준을 보여줬다. 협동, 긍정, 정서, 삶의 의미, 자기 효능감은 OECD 평균과 유사했다 하지만 삶의 만족도는 해당 설문에 참여한 71개 국가 중 65위에 머물렀다. 경쟁을 학교생활의 중요한 특징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다른 OECD 국가 학생들보다 크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학교생활에서 심한 경쟁을 경험하기에 학업에 대한 부담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매우 크고, 이로 인해 자신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감이 매우 낮다는 것을 쉽게 추론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을 더욱 훼손했다. 원격수업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학생들의 사회성 욕구 충족 및 학업 스트레스 해소의 기회를 제약했다. 많은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설령 코로나19 팬데믹이 사라지더라도, 우리의 정신건강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학교가 학생들의 정신건강 증진에 위한 새로운 계획 수립과 자원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지속 가능한 행복을 지향하는 학교교육

그렇다면 지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어려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학교교육의 목적에 대해 다시 살펴보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이 행복해지는 것이라면, 학교교육은 마땅히 그 목적을 지향해야 한다. 행복은 우리에게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과 행동을 통해 사실상 구현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우리가 유전적·선천적으로 부정적인 특성을 물려받았어도, 결혼, 나이, 건강, 교육 등 우리가 처한 삶의 상황이 썩 좋지 않아도, 우리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요소들을 변화시킴으로써 얼마든지 행복해질 수 있다. 이에 오늘날 대부분 교육학자는 학교교육의 주된 목적은 행복이고, 학교는 학생들의 행복을 증진하는 모판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OECD Education 2030’ 프로젝트 역시 교육의 목표를 개인과 사회의 웰빙으로 규정한 바 있다. 이것은 학교교육의 목적이 국가의 경제성장, 미래 직업 생활을 위한 준비, 학업 성취도 향상이 아니라 학생들의 행복에 있음을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유념할 사항은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할 때, 학교교육의 목적으로서 행복은 반드시 ‘지속 가능한 행복’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속 가능한 행복은 타인, 환경, 미래 세대를 착취하지 않는 가운데 우리가 개인과 사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는 학생들이 현재 세대, 자연환경, 미래 세대를 포함하는 모든 타자와의 조화로운 관계에서 자신과 사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이것은 학교교육이 추구하는 행복이 개인주의적이고 탈맥락적인 행복 개념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지속 가능한 행복의 토대가 되는 ‘긍정관계’

학교교육의 목적으로서 지속 가능한 행복은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을 포함해 학교의 모든 생활과 활동에 확실하게 스며들어야 한다. 호주 ‘질롱 그래머 스쿨’의 긍정교육 실천 사례는 이 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이 학교는 학생들의 행복을 위한 교육은 학습하기(learn), 생활화하기(live), 가르치기(teach), 내장하기(embed)의 네 가지 방식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첫째, 학습하기는 교직원과 학부모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직원과 학부모가 먼저 행복과 행복교육에 관해 상세하게 알아야 한다. 둘째, 생활화하기는 교직원과 학부모가 행복한 삶을 실천하는 모습을 학생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셋째, 가르치기는 행복을 명시적·암묵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회복탄력성 프로그램이나 행복 수업처럼 학교가 명시적으로 행복에 관한 내용을 가르치는 것, 그리고 행복을 교육과정 전반에 통합하는 것과 같은 암묵적 교수 활동을 통해 행복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내장하기는 행복을 가르치는 것이 학교에서의 생활방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교사는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학생들과 ‘최근에 있었던 세 가지 좋은 일’을 공유해 교실에 긍정 정서를 유발할 수 있다. 긍정 정서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을 촉진하므로 교수·학습 활동의 질을 제고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행복을 가르치려는 모든 시도는 ‘긍정 관계’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긍정 관계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 가운데 하나인 동시에 건강, 삶의 의미, 회복탄력성, 행복에 필수적인 요소다.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사람은 행복해지기가 어렵다. 이와 반대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의지할 가족, 친구, 공동체가 있는 사람들이다. 학교는 모든 학생이 성적, 외모, 능력, 배경에 상관없이 모두 사랑과 배려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안전한 학교 풍토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강점을 계발하고, 자신과 타인 사이의 강력하고 지지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 간, 학생과 학생 간에 긍정 관계 형성을 통해 친밀하고 서로 지지하는 분위기의 교실·학교 공동체를 형성·유지하는 것은 학교에서 모든 교육 활동의 토대가 되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 학생들은 성취지향적, 경쟁적인 사회분위기 속에서 학업에 대한 부담감과 두려움을 느끼며 성장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정신건강까지도 위협받고 있다. 마음이 건강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교가 학생들로 하여금 행복을 느끼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장이 되어야 하며, 우리 교육의 흐름도 이에 맞추어 ‘학생의 행복’이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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