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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죽삐죽 솟은 번개머리를 트레이드 마크로 20여 년 넘게 방송과 공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마술의 대중화와 함께 마술사라는 직업을 널리 알린 이은결. 국내 최고의 마술사로 평가받는 그는 자신을 ‘마술사’가 아닌 ‘일루셔니스트(Illusionist)’라고 소개한다. 조명, 음악, 영상 등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 ‘마술’이라는 언어로 관객과 소통하는 일루셔니스트. ‘환상’을 창조하며 ‘현실’을 이야기하는 공연예술가 일루셔니스트의 세계에 관해 알아본다.

 글. 신병철 / 사진. 김정호

Q. 어릴 적 꿈은 무엇이었나요?

아주 어릴 때는 코미디언이 꿈이었어요. 친구들을 재밌게 해주는 것에 보람을 느꼈거든요. 그런데 서울로 전학을 온 후로 친구도 잘 사귀지 못하고 성격이 소심하게 변했어요. 그러면서 남들 앞에 서서 즐거움을 주는 게 불가능하다고 느껴졌어요. 그다음으로 꿨던 꿈은 만화가였어요. 그림 그리는 걸 굉장히 좋아해서 친구들과 모여서 만화책을 하나 만들어보려고 노력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네요.

Q. 어떤 계기로 일루셔니스트가 됐나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바뀌고 나서 고민하시던 부모님이 마술을 하면 성격이 활발해진다는 마술학원의 광고를 보시고는 저를 마술학원에 보내셨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마술이었지만, 친구들이 저를 알아봐주면서 마술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으로 처음 길거리 공연을 나갔어요. 긴장해서 손을 덜덜 떨기도 했지만, 관객들을 보면서 나도 즐겁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본격적으로 마술사의 길로 들어섰죠.

한창 마술사로 활발히 활동을 해오다 10주년이 됐을 때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됐어요. 단순히 마술을 보여주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마술을 해야겠다는 고민이었죠. 사람들에게 저와 제가 하려는 이야기를 더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마술사가 아닌 다른 이름의 직업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일루셔니스트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여러분에게는 가능성이 있어요. 자신을 의심하지 마세요.

실패가 아니라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며 잠재성과 가능성을 세상에 펼치세요.


일루셔니스트 이은결


Q. 마술사와 일루셔니스트는 어떻게 다른가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걸 가능하게 보여주는 게 마술사에요. 쉽게 말해서 ‘마술’을 하고 보여주는 사람이죠. 일루셔니스트는 마술이 하나의 표현방법에 불과해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이미지화해서 표현하는 언어가 마술일 수도 있고, 마임일 수도 있는 거죠. 이런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서 이미지를 표현하는 직업이 일루셔니스트에요. 비유하자면 마술사가 화가라면 일루셔니스트는 미술가라고 할까요. 비슷해 보이지만 더 폭넓은 개념이죠.

Q. 일루셔니스트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마술사로 활동할 때는 불가능한 세계를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까 제가 삶에서 실제로 경험한 걸 이야기하고 보여주기 힘들었어요. 마술사라면 더 신비로운 아우라를 갖춰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었고요. 일루셔니스트는 ‘표현’이 중요해요. 자신을 표현하고, 내 생각을 더 자유롭게 보여줄 수 있죠.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게 일루셔니스트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Q. 일루셔니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나요?

안으로, 바깥으로, 두 가지가 필요해요. 안으로는 창의성과 독창성을 갖춰야 해요. 창의성이라고 하면 새로운 걸 만들어 내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시선을 갖는 걸 말해요. 나만의 시선을 갖고 내가 가진 생각을 고양시키면서 내 안의 ‘샘’을 채워 나가야 해요. 두 번째는 바깥으로 꺼내는 거죠. 생각을 일기처럼 쓰는 것과 한 편의 시로 승화시키는 것이 다르듯이, 일루셔니스트에게는 표현력이 중요해요. 흔히 마술사는 손기술이 뛰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중요한 건 이야기를 잘 표현하고 전달하는 연기에요.

Q. 공연예술 분야로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요즘 많이 보시는 유튜브를 예로 들어 볼게요. 유튜브 채널을 구독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콘텐츠가 좋은 경우, 또 하나는 사람이 매력적인 경우죠. 공연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매력과 개성이 무엇인지 계속 찾아야 해요. 무대에 선다고 갑자기 되는 게 아니에요. 평상시에도 계속 활용할 수 있어야 해요. 무대에 올라 공연을 하려면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조차 분위기를 압도해야 해요. 그런 습관을 만드는 게 중요해요.

Q. 마지막으로, 꿈을 찾아 나아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여러분이 최초가 됐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이 들겠지만, 생각만 바꾸면 돼요. 여러분에게는 가능성이 있어요. 자신을 의심하지 마세요. 새로운 걸 시도할 때는 당연히 실패를 해요. 하지만 실패가 아니라 시행착오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여러분이 가진 잠재성과 가능성을 세상에 펼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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