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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해 동안 사람들은 어린이에게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을까? 대표적인 어느 포털사이트의 분석 도구를 활용해 어린이 관련 검색어의 검색 분포를 살펴봤다. ‘어린이’보다는 ‘잼민이’가, ‘아동인권’보다는 ‘아동학대’가 훨씬 더 많은 관심을 받았다. 우리 사회와 어른들이 어린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그 태도를 짐작하게 하는 단편적인 사례다.

글 김지은(서울예술대학교 문예학부 교수, 아동문학평론가)

어린이를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

1878년 폴란드에서 태어나 자란 뒤에는 소아과 의사가 되었고 자신은 결혼을 하지 않았으나 아이들을 사랑하여 대부분의 일생을 바르샤바에 있는 유대인 보육원의 원장으로 살았던 야누스 코르착이라는 작가가 있다. 그는 1942년 평생을 섬겨온 아이들과 함께 트레블링카의 독가스실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동화 <아이들이 심판하는 나라>에서 끊임없이 어른들을 믿으려 하지만 결국 실망하고야 마는 어린이의 모습을 그린다.

이 책에서 아이들이 제시하는 개혁안 중에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분별하게 뽀뽀를 하지 못하게 하자”라는 안건이 있다. 당연하게도 어린이의 존재는, 다른 모든 생명과 마찬가지로 독립적으로 존엄하다. 그 존엄함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른들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독립성을 흔든다. 어린이가 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방식으로만 아이들에게 애정을 주려고 한다. 자신에게는 사랑이라고 여겨지는 어떤 것은 어린이들의 입장에서 전혀 사랑이 아니며 때로는 폭력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어린이를 대하는 우리 사회 어른들의 태도는 언제 어린이를 찾고 어린이를 어떤 방식으로 호명하는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어린이’라는 낱말은 일 년에 단 하루, 어린이날에만 폭발적으로 검색되곤 한다. 어린이날의 ‘어린이’ 검색 횟수가 100이라면 다른 날은 3 미만이다. 놀라운 점은 어린이를 비하하는 속어인 ‘잼민이’의 검색 횟수가 보편적 말인 ‘어린이’에 비해 평균 두 배에서 다섯 배까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신조어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횟수다. 특히 단 하루 주목받고 끝나는 ‘어린이’와 달리 ‘잼민이’는 일 년 내내 관심의 대상이었다.

어린이가 더 많이 웃게 하려면

어린이 관련 단어 중에서 포털 사이트에서 가장 빈번하게 검색된 낱말은 ‘아동학대’였다. 어린이를 상대로 한 잔혹한 사건은 좀처럼 그치지 않았고 ‘아동학대’는 계속 검색됐다. 코로나19로 위기 아동이 늘어났다는 신호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아동인권’을 검색하는 사람들도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동인권’은 미미할 정도로 검색 횟수가 적었다. ‘스쿨존’, ‘노키즈존’ 같은 말들이 검색창 사이에 파편처럼 박혀 있을 것이다. 검색어로 짐작해볼 때 우리 어린이 인권의 현실은 얼어붙은 한겨울이다.

아동인권과 아동학대의 문제는 아이가 있는 가족만 관심을 둬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어린이는 우리 모두와 함께 살아갈 미래의 동료다. 그런데도 왜 어른들은 어린이들의 삶이 ‘즐겁고 밝은 이야기’로만 가득하지 않을 때 고통의 현실을 외면하려 들까. 어린이들의 분노, 좌절, 고통을 대신 말해주는 아동문학작품들은 종종 ‘지나치게 어둡다’는 이유로 독자들의 손에 선택되지 않았다. 그 사이에 아이들은 굶고 맞았다. 어린이가 더 많이 웃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울음과 울음을 변조한 여러 신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린이들이 앞으로 혈연과 각종 눈에 보이는 연결망을 넘어서서 공동체의 엉뚱한 구역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우리의 어린 시민들은 반드시 크고 작은 삶의 변곡점을 만나게 되어 있고 애처롭게 절망할 것이다. 그 절망이 개인적이건 사회적이건 간에 흔들리는 어린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사람들의 존재다. 그들의 존재는 그전까지는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눈에 띄지도 않았던 숨은 아군과 같아서 도처에 아무렇지도 않게 앉아 있다가 불쑥 일어났으면 좋겠다. 어린 시민들이 말을 나눌 수 있는 귀와 입이 되어주고 든든한 다리가 되어주면 좋겠다. 앞으로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에 가면 어떻게 하면 그런 투명한 호의를 가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우리는 어떻게 하면 그 어린 누군가에게 대가 없는 아군, 인과 없는 둥근 호의의 출처가 되어줄 수 있을까.

‘한파’ 속에서도 어린이는 자란다

겨울의 눈밭 아래에서도 누군가는 살아남기 위해서 버둥거리고 있겠지만 지표면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러나 자라는 생명에게 겨울은 필연적이기도 하다. 추운 날, 친구의 품은 더 따뜻하다는 걸 배운다. 겨울은 봄을 향해 우리를 달리게 하며, 결국 꽃을 피우고, 우리를 마침내 성장시킨다. 지금까지 봄 없는 겨울은 없었다.

안녕달의 그림책 <눈아이>는 한 어린이가 폭설 속에서 눈아이와 맺은 우정 이야기다. 눈아이는 몸이 눈으로 되어 있어서 손잡고 안아주면 녹아버린다. 하지만 눈아이는 친구의 온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어린이와 눈아이는 손을 잡고 같이 나아간다. 뜨겁게 사랑하고 한쪽은 점점 작아진다. 겨울이 가고 눈아이가 사라진 자리에는 푸른 잎이 자라고 어린이도 훌쩍 컸다. 눈아이는 용감한 어린이 자신이자, 어린이의 연대자다.

한파 속에서도 아이들은 태어나고 자란다. 눈밭을 걷기에 바쁘다 할 것이 아니라 겨울의 아이들이 없는지 돌아보고 찾아야 한다. 위기의 어린이를 찾아서 그들의 눈아이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날 제정 100주년을 맞아서 어린이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캠페인과 발언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얼마나 자주 어린이가 언급되는지 검색하며 지켜볼 일이다.

“우리는 겨울에도 웃으며 지내요. 들판에서 양을 잡고, 시원한 말젖을 대접하지요. 정 많고 따뜻한 키르기스 사람들”

키르기스탄의 어린이들이 자주 부르는 노래라고 한다. 아이들이 웃으며 지내는 마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어린이의 행복과 안전은 사회 계몽의 척도임과 동시에 사회 평등의 척도이기도 하다. 아무리 작고 약한 사람이라 해도 그를 결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합의가 어느 정도 이상은 이루어졌다는 증거다. ‘정 많고 따뜻한 사람들’의 얼굴을 편안히 바라볼 수 있는 곳에서 아이들은 용감하게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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