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전환 기숙형 프로그램’ 활동의 하나로 직접 모내기를 하는 학생들 올해 초, 오디세이학교는 ‘생태전환 기숙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간 입시와 교과 중심의 […]
학교 교육에 있어 독서는 매우 중요하다. 관리자, 교사는 물론, 학부모까지 학생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다양한 길을 제시하는 송례중학교는 “무엇이든 좋으니 책을 사라, 사서 방에 쌓아두면 독서의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겉치레 같지만 이것부터가 중요하다”라는 영국 소설가 베네트의 말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글 이경희 / 사진 전경민
송례중학교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경쾌한 발소리로 북적거린다. 2014년에 개교해 길지 않은 역사를 가졌지만 송례중은 이미 주변 학부모로부터 아이를 보내고 싶은 학교로 꼽힌다. 송례중이 ‘좋은 학교’로 인식되는 것은 독서교육의 힘이 크다. 독서의 중요성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진정한 독서교육의 부재로 학생들이 질문이나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풀지 못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학교가 도서관을 만들고 독후활동을 하지만 빠르고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진 아이들을 긴 문장이 가득한 종이책에 몰입시키기란 여간 쉽지 않은 일이다.
송례중 역시 그랬다. 본격적으로 독서교육을 시작하기 전, 학생들은 숙제처럼 독서를 한 뒤 노트에 가득 독후감을 써야 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독서는 가장 재미없고 지루한 시간으로 굳어졌다. 결국 교사들은 고민 끝에 독서록부터 뜯어고쳤다. 노트의 크기를 확 줄이고, 독후감도 그림으로 표현하거나 편지글로 써보도록 유도했다. 독서 마라톤을 개최한 것도 학생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17권, 34권, 51권 독서기록을 작성할 때마다 동배지, 은배지, 금배지를 선물했고 100권을 읽으면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려줬다.
“독서 기반이 잘 안 잡혀 있으니까 일단 양으로 승부를 하고 독서하는 분위기가 잡히면 그때 가서 좀 더 독서기록을 충실하게 적도록 만든 프로그램이었어요. 특히 1학년들에게 홍보를 많이 했는데 1학년 때 형성된 독서 습관이 2~3학년, 고등학교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이었죠.” 송례중 독서교육을 주관하고 있는 김소연 선생님의 설명이다.
송례중의 독서교육은 교육공동체가 함께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교육연구부, 각 반의 담임교사들, 학부모, 교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자체 프로그램까지 저마다의 목적성과 재미를 갖고 학생들을 다양한 독서활동에 유입시킨다.
교과과정에서 독서수업을 진행하는 최은정 선생님은 비대면 수업을 위해 지급된 태블릿을 독후활동에 활용했다. 그림을 그리거나 광고를 만드는 독후활동에 태블릿을 이용하면서 학생들은 좀 더 높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게임을 하거나 활동에 집중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정말 높은 집중력을 보여줘서 깜짝 놀랐어요. 앞으로 태블릿을 이용한 활동의 범위를 좀 더 넓혀볼 생각이에요.”
아이들과 학부모가 독서와 담소를 함께 나누는 ‘도담도담’ 독서활동, 비치된 학급문고에서 짬짬이 이뤄지는 수시 독서, 방과 후에 여는 독서캠프, 학부모의 독서동아리, 도서관에서 열리는 독서퀴즈와 월별 행사 등 이제 독서 관련 프로그램은 송례중의 정체성이자 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취재를 마치고 마지막으로 송례중 도서관에 들러봤다. 책이 가득한 서가 사이사이, 쉬는 시간에 우르르 몰려온 아이들이 떠들썩하게 책을 고르며 즐거워한다. 도서관은 엄숙하고 조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보다 더 중요한, 읽기의 즐거움에 퐁당 빠진 풍경이다.
“독서의 효과는 수학의 정답과 달라서 명확히 수치화되어 보이지는 않아요. 그러나 다양한 교육과정과 프로그램을 통해 책도 재밌을 수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알려주는 과정에서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어가는 게 느껴져요. 언젠가는 우리 아이들도 책을 더 많이, 잘 읽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봅니다. 집에서 학부모님들의 도움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죠.” 독서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연구부의 두 교사가 함박웃음을 짓는다.
MINI INTERVIEW
“중학교 시절의 책 읽기는 정말 중요해요. 초등학교 때는 말랑말랑한 내용의 그림이 많은 책을 봤을 텐데 지금 시기가 학생들에게는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고전·인문학 독서를 할 기회거든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입시 때문에 시간을 낼 수 없는 게 현실이니까요. 독서교육은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책에 대한 거부감이나 흥미를 잃지 않도록 꾸준히 끌고 가는 게 중요해요. 평생을 좌우할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은정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