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대신 찾은 변화

미국 영화 <원더>

영화 는 장애를 가진 소년 어기가 장애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하지만 어기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장애를 가진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웬만한 역경에도 쓰러지지 않고,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다. 어기의 삶의 태도가 궁금해진다.

영화 <원더>는 장애를 가진 소년 어기가 장애와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작품이다. 하지만 어기는 우리가 흔히 봐왔던 장애를 가진 주인공들과는 다르다. 웬만한 역경에도 쓰러지지 않고, 시종일관 밝은 모습이다. 어기의 삶의 태도가 궁금해진다.

어기에게는 등교도 모험이다

어기는 내일 처음으로 학교에 간다.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았다. 어기는 잔뜩 심통이 났다. “지금처럼 엄마가 홈스쿨링해주면 되잖아.” 하지만 엄마는 단호하다. 또래 친구들이 중학교에 처음 입학하는 지금이 가장 적합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들 법하다. 어기는 왜 지금까지 학교에 가지 않았을까?

사실 어기는 안면기형 장애를 앓고 있다. 처음 태어났을 때는 생명을 담보하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27번에 이르는 수술을 거치고 난 지금은 제법 건강해졌다. 여전히 어기는 고통스럽다. 육체적 고통이 아닌 정신적 고통이다. 언제 어느 장소를 가든 어기는 주목의 대상이 된다. 그래서일까, 어기는 외출할 때마다 우주인 헬멧을 꼭 챙겨 쓴다.

어기와 같은 학교에 진학하는 잭 윌은 운동을 잘하는 아이다. 하지만 본래 가려던 체육특화 중학교에는 가지 못했다. 등록금도 비쌀뿐더러 이제 다닐 학교에서는 장학금까지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개학을 앞둔 어느 날 잭 윌은 교장선생님에게 놀라운 제안을 듣는다. 안면기형 장애를 겪는 아이의 친구가 되어달라는 것. 잭 윌은 잠시 고민하지만 교장선생님의 제안을 승낙한다.

잭 윌의 걱정은 기우였다. 어기는 생각 이상으로 매력적인 아이였다. 공부도 잘했고, 특히 과학 부문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유머 감각은 물론 사교성도 뛰어나 함께 있으면 그 누구보다도 즐거운 친구였다. 낯선 외모도 점점 익숙해졌다. 아니 오히려 멋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잭 윌은 점점 어기가 좋아져만 간다.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달렸다

영화 <원더>는 안면기형 장애를 겪고 있는 어기가 학교생활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어기뿐만이 아니라 어기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들이 한 뼘 더 성장한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어기의 주변을 공전하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도 섬세하게 담아내는데, 씩씩하게 세상의 시선을 이겨내는 어기를 보고 자신의 문제를 깨닫게 되거나, 나름의 해답을 찾게 되는 등 선순환이 일어난다. 어기라는 태양이 내뿜는 긍정적인 기운 덕택에 각 행성은 저마다 갖고 있던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명쾌하게 해결해낸다.

이런 영화 같은 발상은 현실세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어기와 같은 인물 자체가 드물다. 어기는 특별한 아이다. 장애를 지녔기 때문이 아니다. 유복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고, 공부도 잘한다. 친화력도 수준급이어서 어기와 몇 번 대화를 나눠보면 남녀노소 누구나 어기를 좋아하게 된다. 그런 어기가 딱 하나 결점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장애다. 어기는 우리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는 ‘일상의 영웅’이 아니다. 오히려 히어로 영화에서나 볼 법한 ‘엄친아’적 인물에 더 가깝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인물이 단 하나의 결점마저 커버하는 이야기는 많은 이의 공감을 사기 힘들다. 그런데도 어기의 이야기가 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어기가 삶의 문제점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 어기는 자신의 장애를 타파하거나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어기는 자신의 장애를 곧 자기 자신으로 인식했다. 실제로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말끔하게 사라지는 경우가 적다. 우리는 때때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에 골몰하며 인생의 많은 부분을 허비한다. 어기와 같이 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윽박지르는 학부모에게 교장선생님이 전하는 말 또한 그래서 더욱 뜻깊다. “어기의 장애는 고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시선을 고쳐야 합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소중한 삶을 허비하기보다 문제 그 자체를 담대히 받아들이고, 이와 함께 살아갈 지혜를 짜내는 편이 더 올바르다는 것이다. 이는 돌아가는 것도, 회피하는 것도 아니다.

 

변화는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어기가 지닌 가장 큰 덕목 중 하나는 자신의 문제가 산적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바라볼 줄 안다는 점이다. 친한 친구 잭 윌의 말실수를 듣고 괴로워하던 어기, 그러나 누나인 비아도 친구인 미란다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며 누나를 위로한다.

세상은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우주는 홀로 존재할 수 없다. 수많은 우주는 다른 우주와 상호작용하며 저마다의 별빛을 만들어낸다. 어기의 경우도 그렇다. 자신만의 심연에 빠져 블랙홀을 키워나가기보다 다른 우주와 교류하며 서로의 아픔을 나누려 애썼다. 많은 사람이 큰 고통 앞에 속절없이 무너지곤 한다. 자신의 고통에 함몰되어 타인의 고통에는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물론 모든 이가 어기와 같이 초월적인 공감능력을 지닐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기가 행하는 가치의 지향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나의 고통을 넘어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것은 우리가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우주인이 되어 달에 가는 꿈을 키우는 소년 어기. 영화는 어기의 밝은 미래를 암시하며 훈훈한 결말을 맺는다. 우리 삶이 영화처럼 매끈한 해피엔딩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것은 요행이다. 하지만 영화 <원더>가 가리키듯 삶의 지향점을 보다 따스한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노력 정도는 가능하다. 변화는 어느날 눈앞에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오랫동안 이어나간 후 되돌아보고 새삼스럽게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걸, 우리는 자주 잊어버리고는 한다.

글 · 이중기(프리랜서 라이터) ─ 사진제공 · CGV 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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