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적 감수성을 키우는 도심의 오아시스

숲생태놀이터 ‘숲속애’

서울시 도봉구에 자리한 숲속애는 2013년 문을 연 숲생태놀이터다. 이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동안 잊고 지냈던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나누며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

서울시 도봉구에 자리한 숲속애는 2013년 문을 연 숲생태놀이터다. 이곳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그동안 잊고 지냈던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나누며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이 이루어진다. 버려져 있던 마을 폐허가 생태공동체로 탈바꿈하여 마을공동체와 마을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숲속애를 찾았다.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나누는 마을 사랑방

서울시 도봉구 방학동,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들을 지나 도로변 모퉁이를 돌아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어 100여 미터 걸었을까. 발아래 아스팔트 길은 이윽고 산과 연결된 흙길로 바뀌었고 북한산 둘레길 근처 야트막한 야산 속에 푸른 오아시스가 펼쳐졌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이는 상쾌한 숲 내음은 방금 전까지 코를 찔렀던 매캐한 매연 냄새를 씻어낸다. 한쪽에 자리한 텃밭에는 저마다 자기 키만 한 삽과 키보다 큰 쟁기를 들고 선 열 명 남짓한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재잘거림으로 가득하다. 탁 트인 터에 아늑하게 자리한 자그마한 집 앞에 멈춰 섰을 때 낮은 나무 울타리 너머로 보이는 나무간판에 새겨진 글자가 이곳이 어디인지 다시 한번 그리고 더욱 분명하게 깨닫게 해준다. ‘숲속애(愛)’ 그랬다. 이곳은 간판에 쓰인 그대로 숲속이었다.

숲속애는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과 생태적인 삶을 지향하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일군 행복한 공생의 숲이자 숲생태놀이터다. 이곳은 어른들에게는 마을공방이자, 아이들에게는 자연 그대로를 느끼는 숲속놀이터다. 숲속애에서는 공동체텃밭, 주제가 있는 마을강좌, 숲생태놀이 등의 활동이 이루어진다. 자연의 푸르름, 자연의 향기 가득한 공동체텃밭에서 마을 사람들은 도시 농부가 되어 내 손으로 심고 우리의 손으로 수확한다. 마을 사람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생태 프로그램은 자연을 직접 만지고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어른들의 놀이 시간이다. 바느질, 지끈공예, 천연염색, 천연손수건 만들기 등을 통해 자연의 색을 새롭게 꾸미며 마음에도 자연을 담아간다. 아이들은 숲생태놀이를 통해 오감으로 자연을 체험한다. 건물 안 놀이터가 아닌 꾸며지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숲속놀이터에서 아이들은 바깥놀이, 산책하기, 세시풍속 등의 활동을 하며 생태적 감수성을 키우고 자연과 친구가 된다.

숲속애는 마음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작은 모임에서부터 시작됐다. 방학에도 PC방과 학원을 전전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자연친화적인 삶과 대안적인 교육을 펼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몇몇 마을 사람들은 2011년 ‘그만놀자(그리고 만들고 놀자)’라는 자연놀이 모임을 만들었다. 그러나 더 많은 마을 사람들, 아이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더 큰 공간이 필요했다. 지금 숲속애가 자리하고 있는 곳은 10여 년간 방치됐던 공터였다. 각종 생활쓰레기가 나뒹굴고 인적이 뜸해 우범지역으로까지 꼽혔던 곳이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의 의지와 주변의 지원이 합쳐져 이제는 남녀노소 누구나 찾는 생기 넘치는 숲생태 체험공간이 됐다.

 

자연이 선사한 최고의 교육공간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정만이 아니라 학교, 지역사회 등 많은 이들의 관심과 협력이 필요하다. 숲속애가 바로 그러한 공간이다. 마을 사람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해 만든 이곳에서 아이들은 마을공동체의 관심과 보살핌 속에 자연을 벗 삼아 성장한다. 굳이 시간을 내어 체험장을 찾아 멀리 떠나지 않아도 된다. 어느 곳도 아닌 내가 사는 우리 마을에 자리한 탓에 언제든 들렀다 놀다 가면 그만이다.

변변한 교구와 교재 하나 없어도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최고의 놀이터이자 교육공간이다. 아이들은 나뭇가지, 돌 등 숲에서 뛰놀며 주워온 자연재료를 놀잇감 삼아 스스로 놀이를 창조한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요즘 아이들은 놀지 못할 것이라는 어른들의 걱정은 기우였다. 발밑에 지나가는 작은 곤충에 기겁하던 아이들은 이제 자연스럽게 자연과 교감한다. 비가 오면 지렁이를 볼 수 있다며 텃밭 주변으로 모여들고, 거미가 보고 싶다며 숲으로 향한다. 스스로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자연의 매력에 빠진 아이들은 숲속애에서 함께 어울리며 하루하루 성장해나간다.

언제부턴가 우리에게는 서로 간에 벽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마을 안에서 서로 돕고 이야기 나누며 왕래하는 것이 자연스럽지 않은 일이 됐고, ‘관심’은 ‘참견’이 됐다. 하지만 숲속애가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숲속애를 오가며 마을 사람들은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를 생각하게 됐다. 숲속애에서 흘러나오는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의 행복한 웃음소리는 그렇게 큰 울림이 되어 마을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은림 사무국장

지은림 사무국장은 2013년 숲속애가 생겨난 이래 지금까지 줄곧 이곳을 지켜왔다. 20년이 넘게 어린이집 교사로 활동했던 지은림 사무국장은 이제는 숲속애에서 하루하루 성장을 거듭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있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따로 장난감을 들고 오지 않아요. 숲속의 자연재료들이 아이들에게는 놀잇감이 되거든요. 한참이 지나서 다시 오더라도 예전 기억을 잊지 못해서 정말 반갑게 다시 찾아요. 우리가 어릴 적 골목놀이를 하면서 친구들과 어울려 지냈던 일이 지금도 정겨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하나의 정서,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는 거죠.”

숲속애의 ‘숲속지기’로 마을공간의 과거와 현재를 몸소 거쳤던 지은림 사무국장은 이제는 미래를 내다본다. 숲속애가 마을 사람들의 관심 속에 함께 어울려 성장하는 숲으로 거듭났지만, 더 많은 이들이 숲속애를 찾아 소통하기를 바란다.

“아직도 숲속애라는 공간이 있는 줄 모르는 마을 사람들도 많아요. 그래서인지 한번 오면 분명 또 찾아오게 되는 곳이지만 새롭게 처음 찾아오는 사람들이 적어 아쉬워요. 앞으로는 숲속애가 특별한 행사가 없어도 일상에서 오가며 더 많은 마을 사람들이 만나 세대를 떠나 관계를 쌓고 소통하는 곳이 되기를 바랍니다.”

글 · 신병철 ─ 사진 · 김동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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