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바라본 달라진 초등학교 이야기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엄마들이 그렇게 대단해 보이고 부러울 수가 없었다. 부모교육에서는 아이 스스로 잘해낼 수 있다고 믿으라고 하는데, 유치원과 너무나 다른 환경의 초등학교 생활을 아이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해나갈지 걱정됐다. 이런 걱정을 아는 듯 입학 후 열흘쯤 뒤 학교에서 학부모 공개수업과 총회가 열렸다. 아이들의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담임선생님의 지도방침을 들을 수 있어 나 같은 초보 학부모에게는 아주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와 아이는 초등학교에 대해 익히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엄청난 긴장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선행학습을 하지 않은 아이들은 수업에 뒤처지다가 결국 학습에 흥미를 잃게 된다는 이야기는 학부모들 사이에 정보가 아니라 당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이니 긴장을 아니 할 수 없었다. 나 역시 공부는 주로 교과서를 통해서만 배우고, 잘 익혔는지 지필시험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총회에서 담임선생님께 1학년 교육방침을 듣고는 그런 고정관념이 사라지게 됐다.

담임선생님이 긴장해서 앉아 있는 학부모들에게 던진 첫 마디는 이랬다. “아이들이 저에게 ‘선생님, 우리 반은 언제 공부하고 언제 놀아요? 교과서는 언제 보고 문제지는 언제 풀어요?’라고 물으면 저는 ‘친구들 앞에 나와서 이야기해보는 것, 교실의 여러 규칙을 지키는 것이 진짜 공부란다’라고 대답합니다.” 학교에서는 공부라는 개념이 더 넓었다. 교육목표 달성을 위해 꼭 교과서만 사용하는 것도 아니었고 아이를 점수로 평가하지도 않았으며 수업은 재미있는 놀이나 게임 활동 등을 통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날 집에 온 아이는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우유 잘 마시는 것도, 노는 것도 공부래. 공부가 되게 여러 가지지?”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글을 제대로 익히기 위해 선생님과 같이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기 때문에 요즘에는 드물게 한글을 잘 모른 채 학교에 간 아이가 기죽지 않고 웃으며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 한글을 바르게 가르치는 것이 너무 재미있고 보람차 1학년을 맡는다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께 한글을 배우고 집에 와서 배운 내용을 다시 알려주는 아이를 보며 안심과 감사가 함께 느껴졌다.

학교가 정말 달라졌다. 초등학교 고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와 이야기 나눠보면 실감할 수 있다. 현재 초등학교 1, 2학년은 유치원과 연계한 환경 조성으로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학교에 적응하는 걸 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발달단계에 맞는 교육을 재미있고 편안하게 받을 수 있도록 전폭 지원한다. 교육과정에 아이를 맞추는 것이 아닌 아이의 발달에 맞춘 교육환경은 분명 아이의 삶에 필요한 능력과 특성에 맞는 경험을 쌓아줄 것이라 기대한다.

내 초등학교 시절, 칠판과 친구들의 뒤통수만 기억나던 그런 학교의 이미지는 이제 없다. 수업내용에 따라 친구들의 얼굴을 볼 수 있게 책상 배치를 달리하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할 시간이 많이 주어져 수업 참여도가 훨씬 높다고 느껴졌다. 나는 초등학교 수업을 받아쓰기와 시험으로 기억하는데, 우리 아이는 친구와 놀이로 기억하지 않을까?

이제 전 과목 평균 점수로 등수를 매기는 서열화가 없어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모든 걸 다 잘해야 한다는 억압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못하는 것을 꼬집는 것이 아니라 장점을 성장시켜주는 교육이 되리라는 믿음도 생겼다. 오늘 아침도 아이는 신나게 초등학교 교문으로 뛰어 들어갔고, 나는 유치원 때처럼 아이에게 말해줬다. “구영아, 오늘도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다 와”라고.

글 · 김소연(서울일신초등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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