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대한민국 아빠다. 그런데 아빠 육아휴직을 신청했다. 주변에서 모두 미쳤다고 한다. 누군가는 “집에 무슨 일 있어?” 걱정 어린 눈빛으로 날 위로해준다. 하지만 난 육아휴직을 강행했다. 지금은 복귀했고 당당하게 이 시대 아빠들에게 말할 수 있다. “육아휴직은 내 인생 최고의 선택이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많은 계획을 세웠다. 오로지 초등학생인 두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좋은 추억을 남기고 싶었다. 아빠가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다짐을 하면서 이런저런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가족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것을 함께 배우기 위해서 도전도 했다.

바쁜 일정이 하나둘 끝나고 지친 몸을 휴식으로 풀고 있었다. 연속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느끼는 오후였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하교하고 집에 왔다. 무작정 아들의 교통카드를 챙겨 함께 지하철을 타고 홍대로 갔다. 아들과 경의선 책거리를 거닐었다. 윤동주 100주년 기념 캘리그라피 작품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육아휴직 기간에 만든 우리 집 가훈인 윤동주 시인의 ‘새로운 길’도 전시되는 공간이라 그 거리를 아들과 함께 걸었다.

저녁 전이라 간식으로 길거리 핫도그를 사 먹었다. 칠리, 케첩, 설탕, 머스터드 등 다양한 소스가 있었고 우리는 설탕으로만 간을 했다. 노랗게 잘 튀겨진 핫도그에 하얀 눈이 내려앉은 듯했다. 방금 튀겨낸 핫도그를 후후 불고 한입 베어 물었다. 단맛이 느껴지면서 핫도그 안 소시지의 고소함이 더해졌다. 바삭한 소리가 맛을 더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핫도그를 들고 거리를 걷다가 벤치에 앉아서 핫도그 먹기를 계속 이어갔다. 먹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눴다. 집이 아니라 장소가 바뀌니 아들의 대화 소재도 바뀌었다. 학교에서 있었던 친구들 이야기를 했다. “그랬구나” 하며 부모 교육에 대해 쓴 책에서 본 ‘~구나’를 열심히 따라 했다. 오후의 붉은 노을빛이 핫도그의 튀김을 더욱 붉게 만들고 있었다. 그렇게 핫도그를 먹고 집으로 왔다.

시간이 며칠 지났다. 우연히 가장 좋아하는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다. “태윤이는 뭐가 가장 맛있었어?” 하고 물었다. 어떤 대답이 나올까 궁금했다. 아이는 경의선 책거리에서 먹은 핫도그를 이야기했다. 해외여행에서 먹은 음식도 아니고, 유명한 맛집도 아니었다. 길거리표 핫도그가 가장 맛있었다고 했다. “그래. 아빠도 맛있었어. 또 한 번 먹으러 가자” 하고 말을 맺고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부모와 함께 하는 일상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 그 일상에서 자녀의 마음을 여는 작은 열쇠가 있는 것임을 깨달았다. 커다란 철문을 여는 것은 강한 힘이 아니라 작은 열쇠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 열쇠는 분명 일상에 있었다.

일상의 시간을 아빠들이 함께하지 못하기에 가끔 주말에 사람 많은 놀이공원에 가서 사람 구경을 하다 오고, 가장 비싼 시기에 고급 휴양지로 휴가를 다녀온다. 지금 생각해보면 피곤한 삶의 연속이다. 그동안 아이들에게 못해준 것을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본다. 정작 아이들은 일상의 작은 기억들로 아빠를 기억하는 것 같다. 이번 주말에 지하철을 타고 다시 경의선 책거리를 향해 가야겠다. 한 손에 핫도그를 들고서···.

우리는 정작 일상의 행복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고 싶다. 아이가 좋아하는 지하철을 타고 함께하는 시간은 더 이상 일상이 아닌 특별한 날의 행복이 될 것이다.

새로운 길 윤동주(1938)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