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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었던 중학교를 졸업하고 난 후 어느 저녁이었다. “카톡” 얼마 있다가 또다시 “카톡”. 무슨 일인가 싶어 곧장 내 방으로 달려가 핸드폰을 켰다. 액정 위로 수백 개의 메시지 알림이 떠 있었다. 바로 들어가 확인해보니 채팅방에는 “안녕!”, “페북 친신 걸었어!” 등의 대화가 오갔다. 효문고등학교 신입생 단체 채팅방이었다. 중학교 입학 때는 이런 적이 없었기에 “안녕”이라고 소심하게 자판을 두드렸다. 그 후로 어떤 아이들은 입학 전에 먼저 만나 놀기도 하고 같이 추억을 쌓기도 하는 듯 보였다. 친구는 입학하면 저절로 만들어질 것이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기다리던 입학식 날, 교문에 걸린 현수막에 ‘입학을 축하합니다’라는 문구를 보고서야 고등학생이 됐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핸드폰으로는 같은 중학교를 졸업한 친구와의 대화가 한창이었다. “어떡하지? 나 교실 문 앞임ㅠㅠ”, “엄청 세게 쾅 하고 문 열고 반에서 짱 먹어보셈ㅋㅋ” 친구의 제안과는 반대로 소심하게 슬쩍 문을 열었다.

반에는 이미 3명의 친구가 있었다. ‘앗싸!’ 다행히도 내 옆자리에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 책상 위에는 담임선생님이 직접 만든 작은 프리지어 꽃다발이 놓여 있었고, 칠판에는 정성스러운 편지가 쓰여있었다.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면서 긴장이 풀리는 듯싶었다. 그때, 내 옆자리 의자가 쓱 밀리더니 한 남자아이가 앉았다. 아까 긴장이 풀렸다는 말은 취소!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지 한참이 흐르고, 예비소집일 때 말을 섞었던 친구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반 아이들과 수다를 떨고 아직은 어색한 교가도 부르고 한참 박수도 치다 보니 우리의 입학식도 끝이 났다. 담임선생님은 이렇게 어색했던 때를 사진으로 남겨두자며 단체사진을 찍자고 했다. 아마 세상에서 가장 어색한 ‘브이’였을 것이다.

“네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내 책상에 그림 좀 그만 그려!”, “네 이름은 박병찬, 김병찬, 박병철, 김병철 이 넷 중 하나일 거야. 그렇지?” 서로 이름조차 잘 몰랐지만, 괜히 다음 수업이 뭐냐는 핑계를 대며 옆자리 친구에게 말을 걸어봤다. 옆자리 친구가 너무 웃기는 바람에 국어시간에 윤동주의 ‘자화상’을 읽다가 웃음이 터져 나오고, 실험실을 잘못 찾아 들어갔다가 제대로 애를 먹기도 하고, 음악수업 때는 다 같이 교가를 외우기도 했다.

하루는 만우절이었다. 우리 반은 ‘완전범죄’를 꿈꾸며 한 친구가 입에 빨간색 식용색소를 머금고 교실에서 기다리고 내가 담임선생님을 모시러 갔다. “쌤! 우리 반 지금 피투성이에요!” 선생님은 피식 웃었다. 선생님의 그 웃음이 ‘완전범죄’는 이미 저 멀리 지나가버렸다는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도 모르고 색소를 머금고 있던 친구는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색소를 폭포처럼 뿜어냈다. 선생님은 너무 웃긴다며 바닥에 주저앉았고, 그 친구는 빨간 색소가 잘 지워지지 않아서 얼굴에 붉은기를 그대로 남긴 채 하교했다.

새학기의 교실은 웃음과 희망으로 가득하다. 외항사 승무원이 되고 싶다는 미소가 예쁜 단발머리 친구, 건물주가 되고 싶다는 옆자리 친구, 유치원교사가 꿈이라는 든든한 반장, 꿈은 아직 없지만 항상 긍정적인 앞자리 친구, 영화배우라는 오랜 꿈을 가진 나까지. 제각각 다 다르다. 그러나 그 아이들은 ‘1학년 7반’이라는 한 이름으로 모였다.

어색하기만 했던 3월이 지나가고 어느새 편안함이 자리 잡은 4월이 찾아왔다. 우리 반은 여전히 그대로다. 잘 놀고 잘 웃고 잘 배우고 잘 떠든다. 1년이 지나고 3년이 지나고 20살이 되어 현실의 ‘처음’을 겪고 있을 그날에도 입가의 미소만큼은 여전하기를 바란다. 참, 내일 급식은 뭐였더라? 지금의 난 식단표나 보러 가야겠다.

글 · 허진서(효문고등학교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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