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교사로 진화하다: 교육지원팀의 새로운 도전

혁신학교 찬반투표장 풍경

전교생이 170명도 안 되는 동부의 가장 작은 학교인 서울면북초등학교는 문화적 혜택이 열악하고 경제적으로 힘든 학부모들이 많아 학교가 학습과 돌봄 역할을 병행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정말로 혁신학교가 되면 교육지원팀에서 업무를 대신해줄 수 있나요?”

“교육지원팀 업무 분장표에서 정말로 제 이름이 없어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반 아이들은 제가 책임지고 잘 가르치고 돌봐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 학교의 고민을 해결하고자, 앞서가는 혁신철학의 마인드는 아니지만 면북초다운, 면북초스러운 혁신은 2016년 혁신학교 지정 찬반투표장에서 시작됐다.

 

혁신학교 1년 차
진정한 업무 지원을 알아가는 시간

혁신학교 1차 연도에 담임교사들의 정상적인 학급운영을 위하여 10명의 교육지원팀을 구성했다.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에서 꼭 필요한 업무 위주의 다이어트를 했고, 다행스럽게도 10명의 교사가 교육지원팀 구성에 참여했다. 이들은 담임교사가 학급운영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가급적이면 많은 업무를 지원해주는 것을 역할로 알고 학년의 일까지 챙겨서 지원했다. 하지만 1분기 혁신학교 운영 협의회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됐다.

“교육지원팀에서 업무를 전적으로 맡아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요즘 들어서 학교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잘 모르겠어요. 학교의 모든 일에 담임교사를 배제해달라는 것은 아니었는데요.”

“학년업무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고맙지만 학년 운영 주체가 바뀐 것 같아요.”

1분기 내내 최선을 다했는데 이런 이야기가 들리니 서운하고 속상한 마음이 컸다. 하지만 협의 과정에서 업무 지원 방식이 문제였음이 드러났고, 담임교사와 교육지원팀 간의 업무 구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원팀의 의견이 주가 됐던 학교 전반적인 업무를 매주 목요일의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시간에 의견을 공유하고, 아주 작은 사안이라도 센메신저로 공유하며 진행했다. 담임교사들이 주가 되어 학년을 운영한 결과, 지원팀의 업무량도 줄고 학년의 다양한 의견도 반영되니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많아지고 만족도가 높아졌다. 지원팀을 5명으로 줄여도 운영이 가능한 업무 다이어트가 저절로 이루어졌다.

 

혁신학교 2, 3년 차
교육지원팀 지원 수업 혁신을 향해 나아가다

2017년 1월, 2015 개정 교육과정 안정 정착을 위한 안정과 성장맞춤 교육과정 운영 선도학교 지정 공문이 왔다. 1, 2학년 발달단계에 맞춰 교실 환경을 개선하고 학년 운영비 지원으로 안정과 성장맞춤 교육과정을 선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학교를 선정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전의 학교 분위기라면 이러한 선도학교 운영은 교사들의 업무를 가중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협의하기도 전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1차 연도 시행착오 후 안정화된 교육지원팀 덕에 교실 개선 및 놀이 자료 구입을 위한 학급 운영비가 필요하겠다는 합의와 특히 우리 학교처럼 열악한 환경에는 그런 지원이 유용하겠다는 점을 모두가 공감한 결과, 95%의 찬성으로 안정과 성장맞춤 교육과정 운영 선도학교로 지정됐다.

선도학교 지정으로 인한 새로운 업무는 생각보다 과중하게 늘어나지 않았다. 교실 환경 및 놀이 자료 구입 업무는 1, 2학년 담임교사 중심으로 구성된 TF팀이 전담하고 교육지원팀은 행정적인 지원만 했다. 물론 난관은 있었다. 교실 환경 개선 지원 예산이 1학년만 지원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역사회 예산 지원으로 서울시 유일의 1, 2학년 교실환경 개선 대상교로 선정됐다. 이런 노력 끝에 ‘담임교사의 역할에 충실한 교육과정 운영’이란 학교로 이미지가 좋아져 2018년에는 해당학군이 아닌 곳에서도 학생들이 찾아오는 ‘혁신 서울면북초등학교’로 거듭나게 됐다. 학년 군별 교원학습공동체에 지원팀이 1명 이상 참여하여 학년 군별로 수업 및 교육활동에 필요로 하는 다양한 욕구를 파악하고 외부기관과 연계하여 수업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했다는 점도 중요한 요인이다.

 

혁신학교 4년 차
교육지원팀 업무 지원을 넘어서 협력교사로 수업 지원

혁신학교 3년을 운영하면서 서울면북초의 모든 교직원이 합심하여 업무정상화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루어냈지만 교육지원팀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겼다. 교사의 신분으로 수업 혁신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어느 순간부터 수업이 아닌 업무지원이 주가 된 느낌이었던 것이다. 모든 담임교사는 교육지원팀의 이런 고민을 공감, 오랜 협의 끝에 교원학습공동체와 협력수업으로 해결책을 마련했다. 교원학습공동체를 조직할 때 교과를 지원하는 교육지원팀 교사가 구성원이 되어, 담임교사나 교과전담 교사가 혼자 하기 어려운 수업을 공유하고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협력수업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협력수업을 하려면 담임교사가 교과지원 시간에 쉬지 못하고 교육지원팀 교과전담 교사도 원래 교과수업보다 더 많은 수업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렇지만 수업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교원학습공동체 안에서는 오히려 협력수업을 통해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수업 혁신의 범위가 다양하게 넓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것에서 부담감이 없어져 자신감을 키워갔다.

5월 동료장학에서 첫 번째 협력수업이 이루어졌다. 두 교사가 수업은 함께 하지만 중심이 되어 이끌어갈 활동을 구분하여 진행했고, 한 사람이 진행하는 활동에서 다른 한 사람은 보조교사 역할을 수행하며 아이들의 활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필요에 따른 도움을 주니 학습이 훨씬 수월하게 진행됐다.

1학년 슬기로운 생활을 지원하는 교육지원팀 교사와 1학년 담임교사 2명은 봄의 자연 속에서 1학년 전체 학생이 함께 협력하면서 즐겁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그동안 안전 문제 때문에 실현할 수 없었던 수업을 협력 방식으로 해결했다.

산에서 내려오면서 여름에도, 가을에도, 겨울에도 또 함께 가고 싶다는 아이들의 한결같이 행복한 목소리에 몇 년 동안 잊고 있었던 교사로서 수업에 대한 소중한 마음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교원학습공동체 안 담임교사와 교육지원팀 교과전담 교사와의 협력수업은 계속될 예정이다.

이처럼 혁신학교 4년 차를 마감하는 올해 교육지원팀은 업무 지원을 넘어서 협력수업으로 수업 지원까지 하며 서울면북초는 한 걸음 더 나아가보고자 한다.

글 오정민(서울면북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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