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청소년 공간의 조건

청소년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오해

요즘 아이들은 갈 곳도, 놀 곳도 없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피시방이나 코인노래방을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작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런 곳을 청소년 공간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청소년 공간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그리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청소년 공간은 어떤 곳일까? 중화중학교 학부모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의 솔직담백한 토크를 통해 확인해보자.

공간은 많은데 갈 곳은 없다?

박경연. 여러분의 자녀는 시간이 나면 주로 어디에서 시간을 보내나요? 저희 딸은 방학이 시작하고 나서는 오후가 될 때까지 늦잠을 자고 온종일 핸드폰만 보면서 집에만 있어요. 밖에 나가서 좀 놀라고 하면 가는 곳이 기껏해야 피시방이에요. 그렇게 갈 데가 없냐고 물었더니 마땅히 갈 데도, 놀 데도 없다고 해요. 제가 그맘때 어땠었는지 돌이켜보면, 갈 곳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돈을 쓰면서 놀지도 않았고요.

임지연. 예전에는 골목이 놀이 공간이자 만남의 광장이었죠. 골목에 가면 항상 친구들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고, 없으면 친구 집에 찾아가 대문을 두드리면서 “누구야 놀자~” 하며 불러냈고요. 지금처럼 골목에 차가 많지 않을 때라 소꿉놀이도 하고 고무줄 놀이도 하면서 대부분 골목에서 시간을 보냈어요.

하경희. 친구 집에도 많이 놀러 갔어요. 특히 친구한테 언니가 있으면 우리가 모르는 언니들의 유행을 접할 수 있어서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게 좋았어요. 딱히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별 재미없이 시시덕거리며 시간을 보냈죠.

조영옥. 초등학교 때까지는 동네에서만 놀았지만 중학교에 올라가면서부터는 범위가 더 넓어졌어요. 방학 때 버스를 타고 선생님 댁을 찾아갔던 기억도 있고, 요즘 아이들이 돈을 내고 워터파크에 가는 것처럼 주변에 있는 강이나 하천에서 물놀이를 하기도 했어요. 학교가 끝나도 바로 집에 가지 않고 학교에서 더 놀았고요.

안수기. 방학이 되면 탐구생활 숙제를 하느라 들로, 산으로, 개울로 가서 가재도 잡고, 풀도 뜯고 했어요. 중학교 때 친구들과 버스를 타고 청평에 있는 선생님 댁을 찾아가서 선생님이 구워주시는 고기도 먹고 산에 올라가서 함께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고 놀았던 기억도 나네요. 지금 아이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죠.

박경연. 확실한 건 지금은 청소년들이 가서 놀 만한 공간이 더 많아졌다는 거예요. 그런데 요즘 아이들을 보면 가는 곳이 예전보다 더 한정적이에요. 피시방, 코인노래방, 대형마트, 여기에 여자아이들은 화장품 가게가 추가되는 정도고요. 거기에 가서 뭐 하고 노냐고 물어보면 관심사에 따라 각자 따로 구경하거나 게임을 한다고 해요.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놀이의 모습은 아니죠.

하경희. 다 돈을 내야지만 갈 수 있거나 놀 수 있는 곳들이에요. 우리 어릴 때처럼 함께 모여서 ‘작당 모의’하듯이 노는 게 아니라 각자 돈을 가져오거나 걷어서 노는 경우가 많아요.

가고 싶고, 머물고 싶은 청소년 공간의 조건. 청소년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오해. 최고의 청소년 공간은 학교.

임지연. 대부분 아이들이 돈 없이도 놀 수 있다는 걸 잘 몰라요. 그나마 남자아이들은 공만 있으면 어디든 가서 놀긴 해요. 공간만 있다면 공 하나만 있어도 몇 시간을 놀아요. 그런데 그럴 만한 공간이 너무 적어요. 차들이 빽빽하게 세워져 있어서 골목에서 놀 수도 없고, 공원에는 대부분 유아들을 위한 창의놀이터 시설이 전부라 공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요.

조영옥. 여자아이들은 움직임이 적어서 그런지 필요로 하는 공간은 크지 않아요. 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들이 저녁 늦게 학원에서 돌아오니까 밤에 나가서 공원에 가더라고요. 그 시간에 돈 없이 자유롭게 수다 떨 수 있는 장소가 공원밖에 없는 거죠.

안수기. 첫째 아들은 친구를 만나러 밖에 나가면 커피숍에 가서 조각 케이크와 음료를 먹으며 시간을 보내요. 둘째 딸은 만화카페나 코인노래방, 대형서점에 갔다가 떡볶이 뷔페에서 저녁을 먹고 와요. 그러다 보니까 아이들 용돈이 점점 부담스러워지더라고요. 꼭 이렇게 돈을 많이 써가면서 놀아야 하는 건가 싶어요. 친구들을 불러서 집에서 놀라고 해도 부모님들이 보내기 싫어해서 아이들이 쉽게 못 와요.

박경연. 예전에만 해도 친구 집에 가서 노는 게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특히 부모님이 맞벌이하는 집은 최고의 놀이 공간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딸이 친구 집에서 놀고 온다고 하면 저도 쉽게 그러라는 말이 잘 안 나와요. 아이들이 사고를 칠까 봐 걱정이 되는데, 예전에는 엄마들끼리 다 알고 지내는 사이라 무슨 일이 생겨도 웃으며 이해하고 넘어갔지만 요즘에는 서로 데면데면하잖아요.

임지연. 남자아이들은 그래도 무리를 지어서 친구 집에 자주 가는 편이에요. 라면도 끓여 먹고 의외로 자기들끼리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하더라고요. 저도 아이들이 친구 집에 가는 거에 대해서는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아요. 누구랑 같이 있는지 정도만 확인하죠. 아무래도 저는 아들만 있어서 그런 거 같고, 딸을 둔 엄마의 입장은 또 다를 거 같네요.

하경희. 저도 아들이 친구 집에 놀러 간다고 하면 너무 늦게까지만 있지 말라고 하고 흔쾌히 허락해요. 근데 딸이 친구 집에서 노는 건 ‘어금니 아빠’ 사건 이후로 걱정이 많이 돼요. 누구랑 있는지, 언제 오는지 자꾸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학교 끝나고 잠깐 친구 집에서 놀고 오겠다는 것도 못 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친구 집에서 자고 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됐어요.

조영옥. 맞아요. 저도 딸이 친구 집에 간다고 하면 집에 누가 있는지 꼭 물어보고 아는 집이 아니면 보내기가 꺼려져요.

안수기. 저희 집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따로 마련해놔서 아이 친구들이 자주 놀러 와요. 처음 오는 아이는 제가 부모님께 먼저 전화해서 몇 시까지 집에 보내야 하는지, 먹으면 안 되는 게 있는지 체크해요. 그러지 않으면 나중에 꼭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는 먼저 물어보고 조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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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원하는 청소년 공간

박경연. 아이가 밖에 나가서 노는 데 용돈이 필요하다고 해서 얼마를 주면 되냐고 물었더니 밥도 먹고 코인노래방도 가고 쇼핑하면서 물건도 사야 하니 2만 원을 달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하루에 2만 원을 쓰는 경우가 드문데, 아이는 한번 나갈 때마다 그 돈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가 자주 나가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있어요. 이제는 돈을 주고 놀 공간을 찾아가는 시대가 된 것 같아서 아쉬워요.

안수기. 돈을 내지 않으면 아이들이 놀 공간이 없어요. 흙 한 줌도 마음대로 쥐고 놀 수 없는 세상이죠. 흙도 돈을 주고 깨끗하게 살균처리가 된 걸 가지고 노는 시대잖아요.

조영옥. 어릴 때는 그나마 함께 모여서 노는데, 청소년이라고 부르는 시기가 되면 같이 놀아야 한다는 생각을 점점 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어릴 때부터 ‘작당 모의’하듯이 모여 놀지 않았으니 끈끈함이 없는 거죠. 그냥 모였다가 흩어지고, 모였다가 흩어지고의 반복일 뿐이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놀 공간도 시간도 없지만 깊이도 없어요.

박경연. 청소년센터나 수련관같이 주변에 찾아보면 아이들이 가서 놀 만한 공간이 분명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거기에 잘 안 가죠. 공공기관에 청소년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아이들이 잘 가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임지연. 아이들은 제도나 규칙에 얽매이는 걸 싫어해요. 프로그램 속으로 자기들을 집어넣지 말고 그냥 놔두라는 거죠. 아이들은 노래방 시설이나 게임을 할 수 있는 컴퓨터가 갖춰진 공간이 있다고 해도 어른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놓은 곳에는 먼저 찾아가지 않아요. 오히려 아무것도 없어도 아이들은 그 안에서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해서 없는 것도 만들어내며 시간을 보내요.

조영옥. 아무리 시설이 잘 갖춰져 있는 곳이라도 거리가 멀면 가지 않아요. 어르신들을 위한 경로당만 하더라도 동마다 하나씩은 있는데, 청소년 공간은 그렇지 않죠. 해야 할 프로그램이 미리 짜여져 있으니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아이들에게 매력적인 공간도 아니고요.

안수기. 아이들은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해요. 그저 잠깐 쉬었다 가고 싶을 뿐인데 뭔가를 해야 될 것만 같은 분위기라서 가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고요.

하경희. 저만 해도 청소년센터나 수련관 같은 곳은 체험활동을 하거나 수업을 듣는 곳이지 노는 공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실제로 아이가 초등학교 때 수련관에 함께 갔던 이유도 직업체험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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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연. 아이에게 갈 데가 없다고만 하지 말고 청소년센터 같은 데라도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더니 시끄럽게 떠든다고 뭐라고 하고 어른들이 잔소리해서 싫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들은 공공기관은 엄숙하고 평가받아야 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학습실, 동아리실처럼 이름이 정해져 있어서 정해진 목적이 아니면 들어가면 안 될 거 같다고도 하고요. 그러면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어른들이 간섭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 해요. 어른이 없어야 하는 게 아니라 감시자가 없어야 하는 거죠.

임지연. 아이들에게는 지금까지 자유롭게 놀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진 적이 없어요. CCTV처럼 어른들이 항상 지켜보고 따라다녔죠. 규칙이나 프로그램이 없는 공간에는 운영 예산을 주지도 않아요. 아무것도 없이 아이들이 운영하면서 만들어갈 테니 예산을 달라고 하면 과연 지원해주는 곳이 있을까 의문이 들어요.

안수기. 몰라서 못 가는 경우도 많아요. 제가 집에 아이들이 노는 공간을 마련한 이유 중 하나가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 있는지 몰라서였거든요. 어디에서 어떤 형태로 어떻게 대여가 되는지, 그런 공간이 있는지 전혀 몰랐어요. 멀지 않은 곳곳에 청소년 공간이 있는 것도 좋지만 그런 공간이 있다는 걸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도 중요해요.

박경연. 아이들은 함께 모여서 자기들끼리 ‘작당 모의’할 공간이 필요한데, 대부분 공간이 어른들의 시선으로 만들어졌어요. 규칙도 운영방식도 어른들이 만들어놨으니 아이들은 어른들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거죠. 거기에 익숙해져 있으니까 공간이 있어도 여기에서 뭘 해야 하냐고 오히려 되물어요. 요즘 창의력을 많이 강조하는데 창의력을 키우려면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서 편하게 앉아서 쉬며 생각할 수 있는 청소년 공간이 필요해요. 흔히 학교를 아이들의 작은 사회라고 이야기하는데 학교는 선생님의 지도 아래 있는 공동체일 뿐이에요. 아이들의 사회성은 자기들끼리 모여 직접 경험해가면서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스스로 정할 때 형성돼요.

안수기. 최고의 휴식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멍 때리는 거라고 하잖아요. 아이들한테도 그럴 시간과 공간을 줘야 해요. 그나마 성인들은 그럴 시간도 여유도 있는데, 지금 아이들은 전혀 그렇지 못해요. 그래서 청소년 공간은 아이들이 멍 때릴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라도 충분해요.

하경희.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애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죠. 불안하니까 조급한 마음으로 뭔가를 계속 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둘째한테 물어봤더니 그냥 뒹굴면서 만화책을 보고 싶은데, 어딜 가도 항상 돈이 많이 들어서 그나마 제일 싸게 갈 수 있는 곳이 피시방이라고 해요. 만약에 정말 편하게 그럴 수 있는 청소년 공간이 생긴다면 피시방보다는 거기를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아이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뒹굴거리기만 하는 공간이라고 해도 안전한 곳이라면 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조영옥. 아이들이 무엇보다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하는 건 그만큼 자기 삶이 팍팍하고 여유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는 증거예요. 아이들이 편히 쉬고 난 다음에는 분명히 스스로 또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해 찾아 나설 거예요. 일단은 먼저 쉬고, 충분히 쉬고 난 다음에는 무엇을 할까 함께 ‘작당 모의’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아이들끼리의 관계도 더 끈끈해지고 더 돈독한 공동체를 형성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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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청소년 공간은 학교

박경연. 어른들은 아이들이 원하고 가고 싶어 하는 공간이라고 하면 게임을 하기 위한 컴퓨터나 노래방 시설이 있는 공간을 생각하기 마련인데 정작 아이들은 그런 걸 바라지 않아요. 그저 등 붙이고 쉴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하죠. 요즘 아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 피시방이나 코인노래방이라서 당연히 그런 시설이 갖춰져 있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없어도 된다고 하는 게 의외였어요. 아이들이 돈을 내지 않고 갈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하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학교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요즘에는 학교에 시설도 잘 갖춰져 있잖아요.

임지연. 개방만 한다면 학교가 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 가장 좋은 공간이겠죠. 실제로 요즘에는 방과 후에도 개방하는 학교가 늘고 있어요. 학교는 공간도 많으니 적극적으로 개방해서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요.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간인데 문을 닫고 폐쇄적으로만 운영하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안전문제가 걱정은 되겠지만 아이들에게 맡겨도 잘 지킬 거예요. 아이들이 스스로 규칙을 정해서 공간을 잘 활용할 거라고 믿어요.

하경희. 학교라면 믿음이 가죠. 학교가 방과 후에도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거예요. 그런데 안전문제가 생겼을 때 학교가 책임을 져야 하니까 그 부담감 때문에 모든 학교가 개방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안수기. 물론 학교뿐만 아니라 주변 곳곳에 청소년 공간이 더 많이 생기는 것도 좋겠지만 학교가 아이들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인 건 사실이에요.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집이나 마찬가지인 곳이잖아요. 그런데 학교에서도 관리하는 사람이 어른이다 보니까 어른의 기준으로만 아이들을 제재하게 돼요. 아이들이 떠들든, 어떻게 놀든 먼저 믿고 지켜보면서 기다려줬으면 좋겠어요. 대학교 동아리방을 생각해보세요. 누구도 간섭하지 않아도 알아서 규칙을 정하고 질서를 지키잖아요. 나이가 더 많은 성인이니까 그런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저 역시 아이들에게 그런 권리를 주면 스스로 잘 지킬 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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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옥. 지금 학교는 너무 폐쇄적인 공간이에요. 자기 교실이 아니면 친구가 있는 반에도 자유롭게 출입하지 못하도록 규칙으로 정한 학교도 있어요. 미술실, 음악실, 가사실, 체육관은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함께 갈 때 빼고는 갈 수가 없고, 방과 후에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은 운동장과 도서관 정도예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고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기면 그 안에서 정말 많은 상상력이 발휘될 텐데, 그 넓은 학교 공간 중에서 아이들이 마음대로 오갈 수 있는 곳이 수업 중 자기 교실과 방과 후 도서관뿐이라는 게 안타까워요.

박경연. 저도 아이들이 학교에서 노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가장 안전하고 이미 시설이 잘 갖춰진 공간도 많잖아요. 그런데 안전문제 때문에 정작 학교가 적극적으로 개방을 하고 있지 않아서 아쉬워요. 학교가 문을 열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아이들은 그 어느 곳보다 마음 편하게 시간을 보낼 거예요. 학교는 엄마에게도 마음 든든한 공간이기도 하고요. 지금까지 아이들이 원하는, 그리고 부모가 원하는 청소년 공간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는데요. 그동안 아이들의 생각은 들어보지 않고 오로지 어른들의 시선과 기준으로만 청소년 공간을 바라봤던 건 아니었나 다시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어요. 여러분은 청소년 공간을 주제로 이야기 나눈 오늘 ‘학부모 톡톡’ 어떠셨나요?

조영옥. 이 자리에 오기 전에 며칠 동안 청소년 공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을 해보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요. 밖에서도 마음 편히 갈 곳이 없는데 집에서는 마음껏 행동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동안 엄마의 눈초리가 얼마나 따가웠을까,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더라고요.

임지연.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야생화가 떠올랐어요. 아이들을 야생화처럼 키워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아무리 홀로 핀 야생화라고 하더라도 주변에 난 다른 꽃, 하다못해 잡초와도 함께 어울리며 들판을 아름답게 꾸미잖아요. 그런 야생화처럼 서로 어울려 클 수 있도록 아이들을 자유롭게 놀 수 있게 풀어놔야겠다고 느꼈어요. 야생화가 마음껏 꽃 피는 아이들만의 청소년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하경희. 멀지 않은 곳에 더 많은 청소년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해진 프로그램 없이 아이들끼리 모여 자유롭게 놀다가 궁금하거나 막히는 게 생겨도 어른들이 직접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그런 청소년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안수기. 청소년 공간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아이들 없이 어른들끼리만 청소년 공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과연 맞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청소년 공간은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해요. 집이든 학교든 그 어디든 청소년 공간이라면 아이들에게 먼저 물어보고 원하는 대로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도록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사진 김동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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