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 입은시민의 시대를맞이하며

지난 4월 여야 4당은 국회에서의 격렬한 대립 끝에 총 4개의 정치개혁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언론에서는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법안에 주로 관심을 기울이고는 했다. 그러나 당시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안건 중에는 학생들의 사회참여를 위한 교육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중대한 법안이 하나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선거권 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및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19세 미만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는 사실상 봉쇄되어 있다. 19세 미만 청소년의 경우 선거권 및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없으며, 정당 가입도 금지되어 있다. 특히 선거권을 19세 이상에만 부여하도록 한 규정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조항이다.

이는 만 18세 청소년을 미성숙한 존재로만 보고 있기 때문인데, 과연 만 18세 청소년이 헌법에서 규정한 참정권을 제약받을 정도로 미성숙한 존재인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현행법은 만 18세를 성인 못지않은 인지능력을 가진 존재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 18세 청소년부터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듯 지난 2016년 “정치·사회 민주화, 교육수준 향상, 인터넷 등 다양한 대중매체를 이용한 정보 교류가 활발해진 사회 환경으로 인해 18살 청소년은 독자적 신념과 정치적 판단에 기초해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과 소양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선거법 개정 의견을 제안하기도 했다.

우리나라 학제에 의하면 만 18세는 대체로 고등학교 3학년에 해당한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하게 된다면 아직 학생 신분인 고3 일부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일각에서는 만 19세 미만 청소년들은 아직 정치적 결정을 내리기에는 부족한 아이이고, 부모나 선생님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으며, 학교의 정치화 등을 이유로 선거연령 인하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는 것도 사시이다. 추후 순조롭게 선거연령 인하 조치가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우려가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같은 목소리들이 앞으로 지속될지 아니면 기우로 끝날지의 여부는 무엇보다는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교육당국의 역량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이미 지난 2017년 학생인권종합계획(2018~2020)을 수립하여 ‘교복 입은 시민’의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생관련 안건 심의 시 학생대표 참석 보장, 정치적·사회적 현안에 관한 토론 활성화 등의 정책 도입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조치들은 학생들의 사회참여를 위한 교육적 기반을 조성하여 민주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방법을 충분히 체득하게끔 돕는다는 점에서 적절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부디 이 같은 과제들이 입시 위주의 경쟁 교육에 묻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서울시교육청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을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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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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