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교복입은 예술가 영화제를 준비하며

교사임용시험을 준비하던 1997년, 집 근처 비디오 가게에서 영화 테이프 10개를 빌리는 것이 주말 준비의 시작이었다. 수험생으로서 불안감을 잠재우면서도 시험에 도움을 받고자 선택한 것이 바로 수업에 도움이 될 만한 이야깃거리를 찾기 위한 영화감상이었다. 많은 영화를 접하다 보니 일요일 저녁이 되면 눈이 극도로 피곤하여 감기지 않을 정도였다. 감상한 영화가 늘어나자, 제목을 가나다순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며 수험서에서는 알 수 없던 프랑스혁명 속으로 들어가봤고, 영화를 보며 인도 콜카타를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영화는 수험서에 활력을 불어넣는 또 다른 수험서이자, 교사가 되면 꼭 가봐야 할 배낭여행 장소 추천서이며, 꼭 교사가 되어야 할 이유를 만들어주는 유인책이기도 했다.

어느덧 2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나는 학교 현장에 필요한 정책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그것이 학교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상상했던 적은 없지만 신기하게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협력종합예술활동’은 영화와 관련이 있다. 학생들이 교육과정 내에서 학급 단위로 뮤지컬, 연극, 영화 등을 직접 만들어보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7월 12일 충무아트센터에서 있었던 ‘제2회 교복 입은 예술가 영화제’를 준비하면서 20여 년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동안 봐온 1,500여 편의 영화 리스트를 훑어보면서 이것은 내게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앨범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든든한 자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여 년 전 예비 교사로서 주말 저녁 민주주의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보던 영화가, 교사로서 ‘전통문화의 세계화’라는 주제로 수업을 준비하며 보던 영화가 쌓이고 쌓여서 지금 영화 관련 정책을 학교 현장에 안내하는 나를 만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삶은 참 묘하게도 연결되어 있다. 영화처럼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인생이 참 재미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무더위를 날릴 영화를 소개해달라고 하면 나는 다음 세 편을 추천하고 싶다. 먼저 대만 영화인 <로빙화>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학생의 능력을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교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태어난 집은 달라도 배우는 교육은 같아야 한다’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캐치프레이즈와도 맥락을 같이한다. 두 번째는 <바그다드 카페>이다. 여행객인 독일 여성 야스민이 사막 한가운데 있는 카페 주인 브렌다와 우정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그린 페미니즘 영화다. 사는 것은 대부분 사람에게 고행일 수 있지만 어떤 노력을 하느냐에 따라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만나게 되는 빈부차를 조금 색다른 관점에서 다뤘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사회학을 전공한 봉준호 감독의 고민이 영화라는 방식을 통하면 저렇게 표현되는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 언젠가 서울학생이었을 많은 영화인의 고민이 지금 서울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한다면 그들이 만드는 영화 한 편, 한 편이 소중하다. 또한 지금 서울학생들이 협력종합예술활동을 통해 만든 영화 한 편, 한 편이 나중에 우리나라 영화산업을 이끌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어깨도 무겁다. ‘제2회 교복 입은 예술가 영화제’에 참여한 모든 학생, 더 나아가 학교 운동장, 교실 어딘가에서 “ready action”을 외치며 영화 촬영에 몰두했던 혹은 몰두할 모든 서울학생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임윤희(서울특별시교육청 체육건강문화예술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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