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를 허물고 예술로 기적을 이루다

예하예술학교 순수예술교육

지난 2017년 설립된 예하예술학교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위축되고 관심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온 경계선 지능 청소년을 위한 예술대안학교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세심한 배려와 관심 속에서 경계를 허물고 예술을 통해 자신의 꿈을 당당히 이루는 청소년으로 거듭나고 있다. 예술로 기적을 만들어가는 곳, 예하예술학교를 찾았다.

‘특수함’이 아닌 ‘특별함’이 있는 학교

취재처의 주소를 들고 찾아간 한 빌딩 앞. 받아적은 주소는 학교가 분명했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흔히 떠올리는 학교와는 사뭇 달랐다. 맞게 찾아왔는지 의구심을 안은 채 안으로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이 열렸을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흡사 무대처럼 벽면을 장식한 대형 거울과 나무 마룻바닥이 깔린 공간, 그리고 그 주위에 놓여 있는 발레봉과 피아노 등 각종 악기였다. 그 옆으로 자리한 두 개의 공간에는 책상과 의자가 여럿 자리하고 있었고, 정면 대형 화이트보드 위로 ‘한배를 탄 우리, 노를 저어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자’ 라는 급훈이 적힌 액자가 걸려 있었다. 내부의 모습과 분위기는 학교가 분명했다. 그러나 이 ‘학교’가 조금은 특별하게 꾸며진 이유는 여전히 궁금증으로 남았다.

'한배를 탄 우리, 노를 저어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자’ 2017년 설립된 예하예술학교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위축되고 관심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온 경계선 지능 청소년을 위한 예술대안학교다. ‘특수함’이 아닌 ‘특별함’이 있는 학교 순수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맞춤형 교육과정

이곳은 도봉구에 자리한 예하예술학교(교장 지우영)다. 예하예술학교가 특별한 점은 겉모습만이 아니다. 설립 목적과 취지, 교육과정, 학생과 선생님도 그렇다. 지난 2017년 문을 연 예하예술학교는 학력이 인정되는 대안교육 위탁기관이다. 전국을 통틀어도 숫자가 몇 안 되는 경계성 지능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로서 ‘모든 경계와 담을 허물고 예술로 꿈을 이룬다’ 는 교육목표 아래 순수예술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자존감을 회복하고 스스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학교 정원은 중학생 20명, 고등학생 17명 등 총 37명으로, 교육과정은 기본교과(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체육 등)와 대안교과(음악, 무용, 미술, 연극 등), 창의적 체험활동(동아리, 봉사활동) 등 문화예술 중심의 예술통섭 교육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하예술학교가 처음부터 학교 정원이 모두 경계성 지능 청소년으로만 구성됐던 것은 아니었다. 개교 당시에는 경계성 지능의 중학생,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을 겪으며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고등학생으로 정원을 꾸려 출발했다. 그러나 경계성 지능 청소년을 위한 교육 시설이 절실히 필요한 현실과 사회의 요구에 따라 기존 중학생들이 그대로 고등학교 과정의 교육을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하여, 올해부터 진정한 경계성 지능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가 됐다. 설립 3년 차, 예하예술학교는 이제 모범적인 대안학교 운영 사례로 주목받으며 ‘특수’한 청소년에서 ‘특별’한 청소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배를 탄 우리, 노를 저어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자’ 2017년 설립된 예하예술학교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위축되고 관심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온 경계선 지능 청소년을 위한 예술대안학교다. ‘특수함’이 아닌 ‘특별함’이 있는 학교 순수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맞춤형 교육과정

순수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맞춤형 교육과정

예하예술학교의 대안교과는 다양한 예술 분야를 바탕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 예술교육을 대안교과로 하는 대안학교는 여럿 있지만, 무엇보다 예하예술학교가 주목받는 것은 바로 순수예술을 기본으로 한다는 점이다. 예하예술학교에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방송댄스나 애니메이션 등의 과목이 없다. 발레, 현대무용, 합창, 연극실기, 음악기초 이론, 미술생활 등 오로지 순수예술이 그 바탕이 된다. 그 무엇도 더해지지 않은 순수예술과 티 없이 깨끗하고 순수한 경계성 지능 청소년의 특성이 어우러져 큰 시너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대안교과뿐만 아니라 모든 교과과정 역시 학생들의 특성과 재능을 고려하여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와 학력 수준을 높이는 것도 물론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예하예술학교의 가장 큰 교육 목표 중 하나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자존감을 높이는 데 있다. 그래서 한 해 동안의 교과과정 중 선생님이 가장 관심을 기울이고 학생들이 기대하는 시간은 연말에 열리는 ‘예예 페스티벌’이다. 이 페스티벌은 그동안 학생들이 갈고닦은 끼를 마음껏 발산하는 일종의 발표회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한 학예회처럼 열리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더욱 큰 자신감을 안겨주기 위해 페스티벌은 실제 문화공연이 열리는 공연장에서 개최된다. 조명 등의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진 큰 무대 위에서 학생들은 그 시간만큼은 바로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값진 경험을 한다.

입학 당시 고개를 푹 숙인 채 “죽고 싶다”고 고백했던 아이가 이제는 “살아 있어서 행복하다”고 “나도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며 눈빛을 반짝인다. 예하예술학교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함께 손을 잡고 같은 꿈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예하예술학교가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교육의 요람, 느리고 천천히 걷는 이들과도 함께하는 사회로 거듭나는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Mini Interview

지우영 교장선생님 '한배를 탄 우리, 노를 저어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자’ 2017년 설립된 예하예술학교는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위축되고 관심받지 못한 채 사각지대에 방치되어온 경계선 지능 청소년을 위한 예술대안학교다. ‘특수함’이 아닌 ‘특별함’이 있는 학교 순수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맞춤형 교육과정

지우영 교장선생님

예하예술학교 지우영 교장선생님은 한 해 두 해 시간이 흘러 학생들이 점차 자신감을 회복하며 행복한 웃음을 지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 바탕에는 순수예술을 기본으로 하는 교육과정이 깔려 있다.

“예술은 자신을 표현하는 매개체예요. 경계성 지능 청소년들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인해 자신감이 없어서 표현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예술교육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감과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어요. 실제로 이곳의 아이들은 능숙하게 자신의 기분을 무용으로 표현해요.”

지우영 교장선생님은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더는 이전처럼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 학생과 학교의 단단한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아이들이 학교를 떠나서도 이 학교와 계속 연결이 돼서 학교로 다시 돌아와 일을 하거나 직업을 찾을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그동안의 아픔을 딛고 학교를 떠나서도 또다시 외롭게 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지는 예하예술학교가 되기를 목표로 삼고 있어요. 어렵게 잡은 아이들의 손을 놓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신병철 사진 김동율 사진제공 예하예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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