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의 봄을 여는놀이터 이모들

학부모 놀이터 활동가들이 바라본 ‘놀이’

요즘 너무나 명확하고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명제도 때로는 실천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아이들의 ‘놀이’가 바로 그렇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마음껏 놀며 성장하고, 그럴 만한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 있을까? 놀지 못하는 아이들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도봉구 학부모 놀이터 활동가들에게 ‘놀이터의 봄을 여는 이야기’를 들어본다.

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아이들

신은옥. ‘아이들은 놀기 위해 세상에 온다’, ‘놀이가 밥이다’, ‘놀이터가 시끄러워야 세상이 평화롭다’.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들입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하루 2시간 이상 노는 아이들이 전체의 20% 미만이며, 대부분 놀이가 스마트폰 게임, SNS 이용, 정해진 교구 이용 등 제한적 놀이를 하고 있다고 해요. 우리 아이들은 정말 충분히 잘 놀며 성장하고 있는 걸까요?

정주희. 저는 아이들을 학원에 따로 보내지 않고 방과 후 수업도 하나 정도만 듣게 하고 있는데요. 정작 놀이터에 가도 아이들이 없어요. 지난 방학 때도 다른 아이들은 다 학원에 가니 함께 놀 친구가 없어서 마땅히 할 것도 없고, 오히려 개학을 기다리더라고요. 어울려 놀 친구가 없어서 놀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안타까웠어요.

박성아. 놀이터 이모 활동을 할 때 분필 하나만 들고 가서 땅에 사방치기 그림만 그려줘도 아이들은 정말 재밌게 놀아요. 그네나 미끄럼틀 같은 기구가 없어도 그렇게 재밌게 노는 모습을 보고 놀랐어요. 그런 걸 보면서 놀이터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놀이터는 고학년 아이들이 놀만 한 거리가 없거든요.

최은경. 요즘 아이들은 놀이에 대한 강박이 있는 것 같아요. 마음껏 놀라고 해도 “뭐 하고 놀아요? 뭐 가지고 놀아요? 어떻게 놀아요?” 하고 되묻거든요.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려서 자유롭게 놀면 그만인데, 아이들은 “몇 시간 동안 놀면 되냐”고 일일이 엄마한테 허락을 받으려고 하죠. 또, 학교 운동장이나 마을 놀이터 등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탓에 키즈카페처럼 유료로 이용하는 시설만 놀이공간이라고 인식하는 것도 안타까워요.

신은옥. 저희 집의 경우 첫째와 둘째가 노는 모습이 다른데요. 첫째는 주로 집에서 친구들과 게임을 하는 반면, 둘째는 학교를 마치면 곧장 놀이터에 가서 누구를 만나든 함께 어울려 놀아요. 물론 아이마다 성향의 차이도 있겠지만, 또래의 놀이문화가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고학년이 되면 대부분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어서 스마트폰이 곧 놀이의 도구가 되지만, 저학년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적고 학원에도 덜 가는 만큼 어울려 놀 친구가 더 많은 거죠. 아이들의 놀이문화, 함께 어울려 놀았던 경험의 부족이 어떻게 놀지 모르게 만든 건 아닐까 싶어요.

요즘 아이들은 갈 곳도, 놀 곳도 없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피시방이나 코인노래방을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작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런 곳을 청소년 공간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청소년 공간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그리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청소년 공간은 어떤 곳일까? 중화중학교 학부모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의 솔직담백한 토크를 통해 확인해보자.

송성남. 요즘에는 중학생이 돼도, 고등학생이 돼도 “이거 해도 돼요? 저거 해도 돼요?” 라고 물어요. 교실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항상 모든 행동을 선생님께 허락받으려고 하죠. 아이들을 더 신뢰하고, 비록 서툴더라도 시도할 수 있게끔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게 필요해요.

신은옥. 우리 때만 해도 동네 골목에 모여서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았는데, 요즘에는 어릴 때부터 시설에서 공동생활을 하잖아요. 그런 곳에서는 자유롭게 놀기보다는 행동에 제재를 받으면서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판단하는 일이 적다 보니 놀 시간이 있어도 제대로 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송성남. 흔히 놀이라고 하면 아이가 혼자서 놀든 친구와 어울려 놀든, 블럭을 쌓든 스마트폰을 가지고 놀든 모두 다 같은 놀이라고 표현하잖아요. 저는 ‘진짜’ 놀이는 여럿이 모여 함께 노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실제로 활동하면서도 혼자가 아니라 함께 어울렸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고 아이들이 변화하는 걸 볼 수 있었어요. 진정한 놀이란 무엇인지 놀이에 대한 개념을 사회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신은옥. 많은 사람이 놀이가 중요하고 아이들의 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걸 인식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그러기에는 어려움이 많은 것 같네요. 그럼, 이번에는 옛날이야기를 해볼게요. 여러분은 요즘 아이들과 비교해봤을 때 어린 시절을 충분히 놀면서 보냈나요? 그리고 놀이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었나요?

박성아. 저는 정말 ‘잘’ 놀았어요. 오빠들과 고무줄놀이도 하고, 집 근처 계곡에 놀러 가서 물놀이를 하기도 했고요. 어렸을 때 다양하게 놀아봤던 경험이 지금 놀이터 이모로 활동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모래놀이를 할 때 먼저 물을 넣고 단단하게 굳혀서 모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도 잘 모르더라고요. 제가 나서서 알려주면 그걸 신기해해요. 제 어릴 적 놀이를 활용해서 직접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서 아이들과 놀 때도 있어요.

정주희. 저도 동생 둘과 함께 셋이서 참 많이도 놀았어요. 특히 방학이 되면 한동안 시골 할머니 댁에 가서 또래 사촌 예닐곱 명과 함께 어울려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거의 매일 싸우기도 많이 싸웠는데, 하루를 안 넘기고 화해했어요. 그렇게 다투고 화해했던 경험이 알게 모르게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데 기본 바탕이 됐던 것 같아요.

최은경. 예전에는 동네에서, 골목에서 잘 모르는 친구와 만나도 금세 친해져서 어울려 놀았는데 요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쉬워요. 놀이가 형성되려면 모여서 함께 어울려야 하는데 “◯◯이랑 놀아도 돼요?” 하면서 누구와 놀지조차도 엄마에게 허락을 받는 게 요즘 아이들이잖아요.

송성남. 활동을 하다가 아이들과 고무줄놀이를 하려고 고무줄을 꺼내면 함께 온 엄마들이 그렇게 반가워하면서 어떻게 하는지 아직도 다 기억하고 있더라고요. 몸으로 했던 놀이라 몸이 기억하는 거죠. 지금은 아이들이 머리로만 놀려고 하고 몸을 쓰는 활동이 너무 적어요. 학교도 집도 마찬가지예요. 오히려 집에서는 뛴다고 혼나기만 할 뿐이죠.

신은옥. 한번은 둘째가 킥보드를 타고 언덕을 내려오다가 크게 넘어졌는데도 순간적으로 몸을 굴려서 다행히 살짝만 다쳤던 적이 있었어요. 반면에 첫째는 축구를 해도, 농구를 해도 심지어 달리는 것도 어색하고요. 둘째는 어렸을 때부터 몸을 쓰며 놀아서 자연스럽게 자기 몸을 움직이는 법을 터득했는데, 첫째는 모든 걸 다 먼저 머릿속에 입력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걸 보면서 우리가 어릴 때 몸을 쓰면서 놀고, 넘어지고 다쳐도 툭툭 털고 일어나고, 친구와 다퉈도 화해하고 풀어냈던 경험이 큰 혜택이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돼요.

송성남. 맞아요. 그렇게 뛰어놀면서도 크게 다친 친구도많지 않았잖아요. 그만큼 자기 몸을 쓸 줄 알았던 거죠. 어른이 된 지금도 어린 시절의 그 경험과 기억을 꺼내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요즘 아이들은 갈 곳도, 놀 곳도 없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피시방이나 코인노래방을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작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런 곳을 청소년 공간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청소년 공간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그리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청소년 공간은 어떤 곳일까? 중화중학교 학부모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의 솔직담백한 토크를 통해 확인해보자.

놀이로 온 마을의 아이를 함께 키우다

신은옥. 얼마 전 교육청에서 진행한 놀이 관련 대담회에서 아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자유놀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이렇게 놀아라. 저렇게 놀아라” 하면서 놀이를 강요하고 던져주기보다는 놀 공간과 시간을 주고 그냥 놔두는 게 가장 필요하다는 거죠. 정말 공감됐어요. 어른들은 자신들이 해왔던 놀이, 성장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놀이, 학습과 관련 있는 놀이에 대한 강박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놀이가 필요할 텐데, 놀이터 이모 활동을 하면서 실제로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가장 즐거워하나요? 또 그 놀이가 아이들 성장에 어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최은경.  1년 내내 모래만 파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장난감 찻잔에 떨어진 나뭇잎을 넣고는 저에게 가지고 와서 차를 만들었으니 한번 마셔보라고 권하는 아이도 있어요. 그렇게 아이들은 자연물을 가지고 놀 때 가장 해맑은 모습을 보여줘요. 또, 몸과 마음이 자유로울 때도 행복함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적극적으로 놀이에 개입하지 않고 아이들이 필요한 게 있어서 저를 찾을 때만 조금씩 도와주고 있어요.

박성아. 아이들끼리 자유롭게 놀게 놔두면 놀이가 한정적이에요. 그네나 미끄럼틀을 타는 정도거든요. 그러면 제가 개입해서 협동놀이를 하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지키면서 놀아요. 싸우더라도 규칙이 정해져 있으니까 불만은 가질 수 있어도 큰 다툼으로 번지지는 않아요. 사방치기처럼 아이들끼리 규칙을 정해서 노는 놀이는 몇 시간이 됐든 재밌게 놀더라고요.

정주희. 주로 모래놀이, 비석치기, 고무줄놀이를 하는데, 아무래도 아이마다 성향이 달라서 좋아하는 놀이가 각각 달라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이거 해볼까? 저거 해볼까?” 하고 강요하면 대답도 안 하고 그냥 가버리는 아이도 있어요. 그만큼 자기가 원하는 걸 했을 때가 가장 즐거운 거죠.

송성남. 아이들은 특정한 어떤 놀이가 즐거운 게 아니라 단지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다니기만 해도 그만이에요. 시간만 확보되고 친구만 있으면 뭘 해도 신나하거든요.

요즘 아이들은 갈 곳도, 놀 곳도 없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피시방이나 코인노래방을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작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런 곳을 청소년 공간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청소년 공간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그리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청소년 공간은 어떤 곳일까? 중화중학교 학부모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의 솔직담백한 토크를 통해 확인해보자.

신은옥.  여러분이 놀이터 활동가로 활동하고는 있지만, 사실 놀이 전문가도 아니고 특별한 교육을 이수한 것도 아닌 일반 학부모일 뿐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이 활동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봤는데,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마음이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아이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가 다 같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키우고 책임진다는 마음인 거죠. 그렇게 가정에서, 학교에서, 지역에서 아이들에게 놀 권리를 돌려주기 위해 애쓰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였나요?

박성아. 처음에는 아이들도 울기도 많이 울고 속상해하는 일도 많아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점점 그 횟수가 줄어들죠. 아이들끼리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는 일도 잦아지고요. 그렇게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때가 가장 보람차요.

정주희. 저도 역시 아이들이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학교 주변을 오갈 때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서 인사를 건네기도 하는데 정말 뿌듯해요. 한 가지 고민되고 힘든 건, 간혹 아이들이 다투면 제가 어느 정도까지 개입해서 중재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있어요.

최은경. 가끔 아이들이 크게 다툴 때면 ‘멘탈붕괴’가 오기도 하는데요. 한 놀이터 이모는 아이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1시간 내내 그 아이를 붙잡고 달랜 적도 있다고 해요. 특히나 내 아이가 아니라서 달랠 때도 행동을 조심할 수밖에 없거든요. 근데 그분이 “그랬던 아이가 졸업하고 늠름한 모습으로 중학교에 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송성남. 어디를 가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눈에 띄는 아이가 한두 명씩은 있기 마련이잖아요. 저는 그저 눈마주침을 하고 손을 잡고 스킨십을 하면서 걱정되는 마음에 말 한마디 더 걸었을 뿐인데 어느새 당당하게 자기 의견을 또렷하게 말하는 아이로 성장해 있더라고요. 놀이터 이모 활동 초창기 때 한 아이가 문득 떠오르네요. 처음 본 순간부터 느낌이 딱 왔던 아이였어요. 옷차림새나 행동이 아무래도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 같더라고요. 의기소침해서 자존감도 바닥에 떨어져 있던 아이였는데, 항상 놀이터에 가장 먼저 와서 활동도 성실하게 했어요. 그래서 놀이 보조를 시켰더니 점점 자존감도 올라가고 자신감을 찾더라고요. 그러던 중 활동 마지막 날 할머니와 어머니가 간식을 사서 저를 찾아오셨어요. “아이가 반에서 아이들과 어울리지도 못하고 공부에도 관심이 없어서 걱정했는데 놀이터에서 리더가 되어봤던 경험을 통해서 자신감을 찾고 최근에는 공부도 하고 싶어 한다”며 감사해하셨어요.

요즘 아이들은 갈 곳도, 놀 곳도 없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피시방이나 코인노래방을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작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런 곳을 청소년 공간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청소년 공간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그리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청소년 공간은 어떤 곳일까? 중화중학교 학부모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의 솔직담백한 토크를 통해 확인해보자.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놀이터 만들기

신은옥. 지난 2015년 어린이날을 맞이해서 전국 시·도 교육감들이 아이들의 놀 권리를 공식적으로 선포하는 ‘어린이 놀이 헌장’을 제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10가지 공동정책을 발표했어요. 학교에서는 중간 놀이 시간이 운영되고 학교 놀이터 혁신사업도 진행되고 있죠.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혁신 놀이터가 만들어지고 놀이 관련 활동가 양성도 활발해졌어요. 이렇게 현재 추진되고 있는 놀이 활성화 정책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더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송성남. 아이들이 학교에서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는 게안타까워요.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공을 차는 것도 제한하는 학교가 많다고 해요. 수업이 끝나도 저녁까지 학교 안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시설 개선에 앞서서 놀이 시간과 놀이 친구를 확보해야 해요. 자치구에서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놀이터 환경 개선 사업이 때로는 선심성 사업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멀쩡해 보이는 놀이터를 왜 굳이 많은 예산을 들여서 바꾸려고 할까 싶거든요. 자치구에서는 괜찮은 놀이터를 만들어도 아이들이 학원에 가느라 찾아오지 않는다고 고민하는데, 지금보다 놀이터가 더 안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놀이터 활동가를 배치한다면 학부모들도 마음 놓고 아이들을 놀이터로 보낼 거예요.

최은경. 활동하면서 지켜보면 놀이터를 찾아오는 아이는 딱 3학년 정도까지예요. 그 이상이 되면 학교를 마치면 곧장 학원에 가야 해서 놀이터에 고학년 아이들이 없어요. 나이대에 따른 놀이문화 차이도 있어요. 초등학교 5, 6학년만 돼도 아이들은 역 근처 번화가를 찾아 코인노래방이나 방탈출 카페에 가요. 그 정도 나이가 되면 혼자 버스를 타고 마을 안에서 이동할 수는 있지만, 엄마들은 내심 불안해하죠. 아이들도 엄마들도 안전하게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갖춰졌으면 좋겠어요.

정주희. 오늘 이 자리에서 ‘어린이 놀이 헌장’을 제정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정책은 추진되고 있지만, 홍보가 잘 안 돼서 실제로 학부모들은 피부로 느낄 수가 없어요. 더 많은 학부모가 어떤 정책이 추진되고 있고, 어떤 시설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도록 효과적인 홍보가 이루어져야 해요.

박성아. 초등학교 중·고학년들의 놀이 공간이 더 마련됐으면 좋겠어요. 한번은 학교 운동장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서 아이들이 놀이터 벽에 공을 차며 놀았는데, 그걸로 민원이 발생했는지 현수막이 걸렸더라고요. 그곳에서 공을 차지 못하게 할 게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달라고 민원을 넣는 게 맞는 거 아닐까요.

요즘 아이들은 갈 곳도, 놀 곳도 없다고 한다. 시간이 나면 피시방이나 코인노래방을 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정작 아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런 곳을 청소년 공간이라고는 부르지 않는다. 그렇다면 청소년 공간이란 과연 어떤 곳일까? 그리고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청소년 공간은 어떤 곳일까? 중화중학교 학부모회에서 활동하는 학부모들의 솔직담백한 토크를 통해 확인해보자.

신은옥.  학부모들의 교육 참여 형태로 동아리를 구성해서 현재 놀이터 활동을 하고 있는데, 교육 참여라고 한다면 학부모들의 활동에만 국한하지 않고 학교 교육과정과도 결합, 확산돼야 해요. 하지만 지금은 단지 학교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노는 것뿐이라서 가끔은 놀이터 활동가가 아니라 단지 ‘돌보미’에 그치는 것 같아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기도 하죠. 학부모 놀이터 활동가의 정체성과 그 활동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함께 고민해볼 필요가 있어요. 또, 요즘 혁신 놀이터가 주목받으면서 자치구에서 혁신 놀이터를 만드는 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그중 몇몇은 접근성이 아주 떨어지는 곳에 있어요. 유행에 따라 보여주기식으로만 할 게 아니라 실제 수요에 맞춰 효용성 있게 만들어야 결국 아이들도 놀이터를 찾을 거예요. 오늘 ‘학부모 톡톡’에서는 놀이터 활동가로 현재 활동하는 학부모님들과 놀이 그리고 놀이터에 대해 깊이 있게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놀이를 돌려주기 위해 어른들이 가져야 할 생각과 바꿔야 할 인식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박성아. 처음 놀이터 이모 활동을 시작했을 때 강사분께 들은 말 중에 “놀이를 통해 아이들과 만나 한 명 한 명씩 알아가면서 학교 밖 마을에서도 아이들을 관심으로 보살필 수 있다”는 말이 와 닿았어요. 비록 시작은 내 아이를 위해서일 수도 있지만, 놀이를 통해서 내 아이가 우리 아이가 되도록 많은 분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최은경. 놀이 학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은 적이 있어요. 놀이를 공부처럼 프로그램화하는 어른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해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어른들이 기다려주면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거예요.

정주희. 우선 공부가 첫 번째라는 생각을 버려야죠. 놀이가 공부보다 먼저라는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송성남. 요즘 대형 학원이 있는 건물 중에 신경정신과나 심리상담소가 같이 있는 곳이 많다고 해요. 실제로 그런 걸 눈으로 목격하면서도 우리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죠. 사실 많은 학부모가 고민하는 문제일 거예요. 그럴수록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어른들의 자세가 필요해요. 어떻게 자전거를 한 번에 잘 탈 수 있겠어요. 수도 없이 넘어지고 무릎도 까지고, 그러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거죠. 하지만 지금 우리는 그런 과정 없이 처음부터 자전거를 잘 타라고 요구하고 있어요. 넘어지고 위태위태한 모습이 불안해 보여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줄 수 있어야 해요.

신은옥. 놀이가 중요하다고, 잘 노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고 말은 많이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생각하고 믿는지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 자리를 통해 놀이가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우리부터 확신을 가지고 놀이문화 전파자가 되어 더 널리 알려야겠습니다.

사진 김동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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