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아닌 딸이 되어 바라본 하루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문을 외워본다. 오늘도 가장 소중한 보물과 함께하는 선물 같은 시간에 감사하자고···. 모든 게 선물이라고···. 지금 우리는 우리 삶의 가장 눈부신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나에게는 11살 4학년인 첫째와 4살인 둘째가 있다. 첫째를 낳고 6년이 지난 후 둘째를 낳아서 둘의 나이 터울이 좀 있다. 이제는 제법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시간에 익숙해졌지만 엄마로서 삶이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광활한 우주 같은 세계이며 예측할 수도 준비할 수도 없기에 더욱 긴장하고 설레하며 매일의 순간을 마주한다.

어느 평범한 날의 하루. “빠바 빠빠빠~” 우리 집 알람시계가 울린다. 무의식중에 일어나 눈을 비비고 반쯤 눈을 감은 채 커피를 내린다. 커피 한 잔으로 정신을 깨우고 “일어나자! 잘 잤어? 좋은 꿈은 꿨어?” 비몽사몽인 두 딸을 깨우며 씻자, 옷 입자 등 속사포 랩을 연사한다. 직장을 나서면 또다시 아침부터 퇴근 시간까지 정신없이 흘러간다.

첫째 딸은 학교가 끝내고 짬을 내어 전화한다. 그때는 이런저런 학교 일들을 이야기해준다. 지금이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크고 이야기하면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퇴근하면 또다시 제2의 출근을 시작한다. 아이들이 모두 자고 나서야 그때부터 내 시간이 시작된 듯 밀린 일들을 하게 된다. 엄마들은 점점 야행성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하루가 딸아이의 시선에서는 어떨까?
일찍 잠든 날 다음은 스스로 일어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엄마의 깨우는 소리를 몇 번 듣고 힘겹게 잠에서 깬다. 왜 잠은 자도자도 또 자고 싶은 걸까? 엄마의 속사포 랩을 들으며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는다. 그러는 동안 엄마는 오늘 준비물, 과제 등을 물어보시고 머리를 묶어주신다. 매일 다른 학원 스케줄도 같이 이야기하며 되뇐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오시면 나도 학교에 나선다. 학교에 도착해서 친구들, 선생님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그렇듯 순식간에 지나가버린다. 해야 할 일이 많은 날도 있지만 또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보다 학원에서 내주는 과제가 더 많아서 학교 후 학원과제로 시간을 보내기 바쁘다.

하교할 때에는 엄마와 전화통화를 한다. 그 시간이 내게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다. 이런저런 통화 내용은 학교, 친구와 관련된 것이 많다. 그리고 엄마의 퇴근 시간을 꼭 묻는다. 엄마가 빨리 오는 날이 더 좋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걸 한다. 어른들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우리는 슬라임, 핸드폰 게임, 유튜브 보기 등을 좋아한다. 가상의 공간에서 친구를 만나는 것도 나름 신선하고 재미있다. 엄마, 아빠도 이런 취미를 이해해주시고 더 많은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다.

학원에서 다녀와 저녁을 먹는 시간이 되면 비로소 엄마와 이야기 나눌 수 있다. 숙제 등 해야 할 일을 다 하면 밤늦은 시간이 된다. 씻고 나서 뭔가를 더 하고 싶어 눈을 비비지만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기 마련이다. 하루가 짧은 게 늘 아쉽다.

내가 아닌 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하루. 먼발치에서 나의 하루를 누군가 바라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종종 딸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지금의 기억이 소중하도록 많이 감싸주고 보듬어줘야겠다고 생각해본다. 그들만의 언어와 그들만의 감성에 귀 기울이며···.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주문을 외워본다. 오늘도 가장 소중한 보물과 함께하는 선물 같은 시간에 감사하자고···. 모든 게 선물이라고···. 지금 우리는 우리 삶의 가장 눈부신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고 말이다.

류지연(서울염동초등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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