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 되는 교육

학교 교육복지 사업의 현주소

그동안 이상적으로 수립된 교육복지 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인프라 미비, 잘못된 보상체제로 인해 당초 의도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왜곡되어 학교 현장에서 거부되고 외면당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교육복지 사업이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학교 현장에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교육복지

교육복지는 우리 교육의 문제를 진단하고 치유하여 우리 학생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우리 교육의 효율성을 높이고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을 ‘학생들의 삶의 기회를 넓히고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때 교육은 교육복지의 실현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2003년에 학교에 교육복지 사업이 도입되어 이름도 생소한 지전가(지역사회교육전문가)가 배치되고 ‘한 아이도 낙오되지 않는 책임교육의 실현’을 이야기했을 때 학교의 교사들은 교육복지 사업에 대한 정서적 공감이 있었다. 교육복지 사업이 도입되기 전에는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은 교사의 열정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한계를 느끼는 교사들이 그만큼 많았다. 여러 이유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교육복지 사업을 통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복지 사업이 실시된 지 16년이 넘은 지금 교사들에게 교육복지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많은 교사가 학교 밖에서 맡아야 할 사업을 학교 교사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식의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아마도 그간 학교의 교육복지 사업이 프로그램 운영 측면이 너무 강조되어 교사들을 무던히도 괴롭혔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도 2012년 교육복지특별지원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는데 연간 1억이 훌쩍 넘는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 평상시 아침에는 조식사업, 방과 후에는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방학 때에는 2주씩 교육복지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당시 교사들에게 유행했던 얘기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바쁜 아이는 교육복지 대상 학생이라고. 그만큼 대상 학생이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많았다는 표현을 바쁜 학생으로 에둘러 표현했던 것이다.

필자가 학교의 교육복지 사업에 경험이 많아지면서 교육복지 거점학교의 많은 지전가를 만날 기회가 늘어났는데 그들에게 자신들이 학교의 교육복지 업무를 처리하는 행정가로 전락했다는 불만을 자주 듣는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복지 사업이 아직도 학교에 착근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격차 해소 가능할까?

교육복지의 여러 정책이 심혈을 기울여 수립되고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도 결과적으로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여러 원인 중 하나는 교육복지 정책이 제시하는 과제를 학교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하고 이를 끝까지 완성시킬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사들의 열정에만 의존했기 때문이다. 또한 한때 참여 교원들에게 승진 가산점을 부여한 것은 소수의 교원에게는 동기부여가 됐지만, 대부분 교원에게는 오히려 교사로서 자존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동하기도 했다.

사회적 불평등 심화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대로 반영되어 나타난다. 즉 문화적, 경제적 격차가 교육격차 심화로 반영되는 것이다. 교육복지 사업이 사회복지 사업의 일부이든 또는 별개로 존재하든 학교 구성원들은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원해서 교육격차를 해소할 것인가에 집중하게 된다. 학교는 교육소외 학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등한 교육기회 부여, 교육 방법, 교육내용, 교육환경의 불평등 해소, 교육차별 없애기 등 교육격차를 해소하려는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관계성 회복이다. 학생과 선생님의 신뢰, 친구들 간의 배려와 믿음을 통해 학생들이 가정환경이 주변환경으로 인한 무력감을 제거하고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교육격차 해소의 바탕이 마련된다고 할 수 있다. 관계성 회복은 인권을 존중하는 교육이며 교육의 목적을 실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관계성 회복에 집중하는 교육이야말로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일깨워 학습에 대한 동기가 부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는 이런 것을 바란다

교육복지 사업이 학교 구성원들로부터 사업이 아닌 교육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 우선 교육복지 대상 학생 선정 기준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나이스를 통해 대상자 명단을 받아 상담, 가정방문 등을 통한 대상 학생 상황을 파악하다 보면 교육복지 대상이 아닌 학생보다 나은 생활환경을 가진 경우도 있으며 교사 추천을 통해 들어온 친구들이 오히려 더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학교에서 가정통신문 기타 안내를 통해 수급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조손가정, 문맹, 자존심 등의 이유로 제도권 안의 지원 대상자에 들어오지 않는 상당수가 발견된다. 또한 경제적 여유는 있으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학생도 많아 현재와 같은 경제적 기준만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은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을 소외시키거나 대상 학생을 발견하는 데 장애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로는 일반학교의 교육복지 사업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특히 거점학교에서 일반학교로 전환된 학교의 경우 교사에게 모든 업무가 맡겨지면서 지역 자원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오히려 같은 교육복지 대상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간 불평등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역교육복지센터가 올해 들어 모든 자치구에 설립된 것은 고무적이나 지역교육복지센터의 전문 인력 및 재정을 확보하여 특히 일반학교의 어려움을 지원하고 해소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세 번째로는 예산 사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사업 특성상 사안이 긴급한 경우, 다양한 학생에게 개별적으로 지원해야 할 경우 혹은 아직 지원금이 학교에 내려오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일반적인 행정 절차를 따르기 위해서는 교사 혹은 지전가가 해결(사비를 이용한 선결제) 후 행정처리를 진행하여 학교 재원을 쓰거나 사정을 설명하여 기관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발생하고는 한다. ‘희망교실’과 같은 예산 사용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네 번째로는 지역사회 네트워크를 좀 더 촘촘하게 구축하여 지역사회 안전망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교육복지 시스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네트워킹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미 교육소외 문제에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관심을 지니고 일정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역 자원들이 다양하게 존재하며 더 많은 지역의 자원들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 학교 밖의 잠재적 자원들을 교육복지 영역으로 유입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여 학교의 노력만으로 불가능한 지원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 좋아요

희망교실 사업은 교사에게 예산 사용의 편리성을 보장하면서 학생들과 신뢰를 강화할 수 있도록 교사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진일보한 정책이다. 희망교실은 교사들이 교육복지 사업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교사들의 권한을 보장하는 정책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사업보다 효과적이다.

교육복지 사업을 목적에 맞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학생 개개인의 어려움과 부족함을 가까운 곳에서 파악하여 해결 및 필요 자원과 연계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 특히 학생들의 욕구(경제적, 정서적)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가장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인데 현 사업에서 지전가를 지속해서 교육하고 지원하여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사업의 목적에 맞는 방향성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한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은 마을 속에서 아이를 함께 키우고 돌보는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이다. 마을 안에 돌봄망, 안전망을 조성하고 마을 사람들이 함께 우리 아이들을 위한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교육복지 실현을 위한 기반구축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따뜻한 마을 속에서 자란 아이들이야말로 사람을 느끼고, 사람 속에 있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10월 17일이 빈곤퇴치의 날이라고 한다. 학교가 사회적, 경제적 빈곤을 퇴치할 수는 없지만 정서적으로 풍성하고 꿈이 가득한 마음이 부자인 아이들로는 기를 수 있다. 이는 우리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누구나 소중한 인권을 가진 자연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때 가능하다.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성장하는 것이야말로 교육복지의 실현이며, 진정한 교육이 아닐까?

학교다운 학교는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모두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가? 답은 다양할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소외되어도 괜찮은 학생은 한 명도 없고, 학생을 소외시킬 권리를 지닌 학교도 없다는 것이다. 학교교육 체제 속에서 모든 학생이 소외되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며 주체적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학교 속에서 우리 교육의 희망을 찾아보고 싶다.

그동안 이상적으로 수립된 교육복지 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인프라 미비, 잘못된 보상체제로 인해 당초 의도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운영되거나왜곡되어 학교 현장에서 거부되고 외면당하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교육복지 사업이학교 현장에 뿌리내리기 위해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양영식(서울온수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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