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선행학습, 부모부터 불안 내려놓기

유치원 학부모가 말하는 유아 선행학습

유아 선행학습, 부모부터 불안 내려놓기. 유치원 학부모가 말하는 유아 선행학습. 말문만 트이면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농담이 아니게 됐다. 그 숫자가 늘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져 오죽하면 기저귀도 못 뗀 영유아까지 사교육에 내몰린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온다.

말문만 트이면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농담이 아니게 됐다. 그 숫자가 늘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져 오죽하면 기저귀도 못 뗀 영유아까지 사교육에 내몰린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온다. 유아 선행학습은 정말 필요할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서울양재유치원 학부모들과 유아 선행학습에 대해 솔직한 토크를 나눠봤다.

먼저 배운다고 빨리 갈까?

진행. 유아교육과 관련해서 많은 오해와 진실이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유아기 때부터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선행학습을 한 다른 아이들을 따라잡지 못한다는 거죠. 특히 최근에는 사교육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교묘하게 자극하는 과장 마케팅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서울양재유치원의 학부모님들과 함께 유아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자녀를 유치원에 입학시키기 전 어떤 영유아(대상)사교육기관에 보내셨나요?

박초희. 첫째는 유치원 입학 전에 유아 대상 음악교육기관에 보냈어요. 악기연주 스킬을 배우는 곳은 아니고 음악을 틀어놓고 친구들과 어울려서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활동하는 곳이었어요. 저는 음악, 미술, 체육 같은 예체능 분야가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해서 아이가 가까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 첫째가 음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서 자극을 주면 흥미를 갖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둘째와 셋째는 아무래도 남자아이라서 음악보다는 자유롭게 뛰놀 수 있게 해주려고 따로 어딘가에 보내지는 않고 함께 책보고 산책하는 게 전부였어요.

김일지.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도 전부터 선행학습을 시키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첫째와 둘째 모두 아무 곳에도 보내지 않았어요. 마을에서 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무료 프로그램이 있는데, 거기에 보내려고 따로 사교육기관에는 보내지는 않았어요. 그나마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피아노 학원에 다닌 게 전부예요. 뭘 하든 간에 아이에게 맞는 걸 부모가 파악해서 배우도록 하는 게 중요하지, 모든 아이를 발달단계 매뉴얼에 맞춰서 똑같이 교육하는 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박원순. 저희 부부는 둘 다 공부와 일을 하고 있어서 첫째와 둘째 모두 18개월 때부터 어린이집을 다녔어요. 그래서 시간적으로도 다른 걸 시킬 여유가 없기도 했죠. 첫째는 초등학교 입학 전에 동네 YMCA에서 수영을 배우는 정도였고, 둘째도 따로 한 건 없었어요.

박재희. 첫째는 온순한 성향이라 엄마가 시키는 대로 얌전히 따라주는 편이었어요. 그렇다고 해서 이것저것 많이 시킨 건 아니었고, 문화센터 등을 이용해서 음악이나 수영과 같은 예체능 분야를 했어요. 배우는 방식도 강습선생님에게 맡기는 게 맡기는 게 아니라 주말에 가족이 함께하는 식이었고요. 둘째는 남자아이라서 축구 등 운동을 많이 시키려 했는데, 한 달 정도 지나면 싫증이 나는지 가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유아 선행학습, 부모부터 불안 내려놓기. 유치원 학부모가 말하는 유아 선행학습. 말문만 트이면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농담이 아니게 됐다. 그 숫자가 늘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져 오죽하면 기저귀도 못 뗀 영유아까지 사교육에 내몰린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온다.

진행. 오늘 ‘학부모 톡톡’에 참여하신 학부모님들은 자녀가 유치원에 입학하기 전 인지적 학습을 위해 영유아(대상)사교육기관에 보내지는 않으셨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 만 5세 아동 10명 중 8명, 만 2세 아동 10명 중 3명 이상이 사교육을 받고 있다는 한 조사결과처럼, 실제로 많은 아이가 국어, 영어, 수학 등 인지적 학습을 위해 여러 영유아(대상)사교육기관을 찾는 현실입니다. 유아 선행학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초희. 셋째가 영어를 배우고 싶다고 먼저 얘기를 꺼내서 학원에 보낸 적이 있는데 얼마 안 돼서 억압적인 분위기가 너무 싫다고 했어요. 제가 수업을 직접 다 들여다본 건 아니지만, 원어민 선생님도 교육자로서는 자질이 조금 부족해 보였어요. 아이가 의자가 없어서 수업 시간 내내 서 있어도 그걸 파악하지 못하는 분이었거든요. 하루는 아이가 엉엉 울면서 돌아와서는 “영어를 배우는 건 좋지만 학원은 가기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집에서 DVD를 보는 식으로 영어를 배우고 있어요.

박재희. 또래 엄마들을 보면, 아이를 일반유치원에 보낼지, 영어유치원이라고 부르는 유아 대상 영어학원에 보낼지 가장 많이 고민해요. 저도 마찬가지고,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으면서도 계속 고민하죠. 아무래도 학년이 올라갈수록 영어를 접하는 방식이 딱딱해지는 데다가 뒤늦게 영어를 시작했다면 쫓아가는 것만으로도 버거울 수 있는데, 어렸을 때부터 편안한 분위기에서 재미있게 영어를 접하면 낫지 않을까 싶은 거예요. 저도 “1, 2학년 같은 저학년 때는 티가 안 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영어를 먼저 배운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가 티가 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심지어 “4, 5학년이 되면 어떤 유치원을 나왔는지도 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충격을 받아서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박원순. 첫째가 미국에서 태어나 살다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에 왔는데요. 미국에 있을 때 반에서 연극을 하면 내레이터를 맡을 정도로 영어를 잘하는 편이었어요. 근데 한국에 와서 만 2년이 지나니까 거의 다 까먹더라고요. 언어는 꾸준히 쓰지 않으면 그 수준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요. 부모를 따라 미국에 이민을 떠난 아이들이 이민을 가기 전 한국에서 영어학원을 얼마나 다녔는지 비교한 실제 연구가 있는데요. 매일 몇 시간씩 영어를 공부한 아이나 일주일에 하루만 공부한 아이나 미국에 와서 6개월이 지나면 영어 수준이 같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실제로 많은 학자가 유아기에 영어유치원을 다니는 게 기능적으로는 의미가 없다고 얘기해요. 아이가 영어를 좋아하고 영어 배우는 걸 즐거워한다면 말리고 싶지는 않지만, 영어유치원을 다닌다고 해서 영어를 잘할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 게 좋아요.

김일지. 첫째가 올해부터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니 어찌 보면 늦게 배운 편이거든요. 처음에는 알파벳도 제대로 쓸 줄 몰랐지만, 지금은 짧은 영어 동화도 읽을 수 있게 됐어요. 물론, 온전히 듣고 말하는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자기도 영어가 좋은지 제가 따로 시키지 않아도 주도적으로 영어를 공부해요. 만약에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어를 배웠다면 절대 이러지 않았을 거라고 확신해요. 영어유치원을 다니고 안 다니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아이마다 상황과 발달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으니, 과연 지금이 영어라는 제2의 언어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인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아 선행학습, 부모부터 불안 내려놓기. 유치원 학부모가 말하는 유아 선행학습. 말문만 트이면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농담이 아니게 됐다. 그 숫자가 늘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져 오죽하면 기저귀도 못 뗀 영유아까지 사교육에 내몰린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온다.

박원순. 두 번째 언어를 습득하는 데 첫 언어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들이 더 많습니다. 특히 만 5세는 어휘가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시기인데, 어휘와 함께 사고의 확장도 이루어져요. 그런데 영어학원에서 한국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영어 단어 몇십 개 배우는 걸로 한국어 어휘 수백 개, 수천 개 배우는 것을 대신에 하는 것은 큰 손해죠. 그런데 학문적으로는 이런 내용을 잘 알면서도 부모로서는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배워온 영어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볼 때면 흐뭇하고 즐겁기도 해요. 그런 걸 보면 일부러 돈을 들여서 찾아가며 영어를 가르치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막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이런 게 어찌 보면 부모의 이중적인 모습이기도 하죠. 그래서 부모가 중심을 잡고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해요.

박초희.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만 해도 기본적으로 한글은 떼고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근데 올해 둘째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서부터는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인지적인 학습은 필요 없다는 생각을 점점 더 하게 됐어요. 이제는 학교에서 ‘ㄱ’, ‘ㄴ’부터 아주 천천히 배우더라고요.

박재희. 저도 첫째는 한글 교육을 따로 시키지 않고 초등학교에 보냈는데요. 물론, 국어시간에 선 긋기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한글을 배우지만, 교과서에는 이미 처음부터 다 한글이 쓰여 있잖아요. 수학 교과서만 봐도 숫자만 있는 게 아니라 글자로 문제를 설명하고요. 이 점이 모순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둘째는 한글도 떼고, 기본 연산도 할 수 있는 수준에, 가능하다면 영어도 파닉스까지는 제가 도와주고 입학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그래야 나중에 부랴부랴 진도를 따라가느라 허덕이지 않고 학교생활에 여유공간이 생길 테고, 그 공간에 음악이든 미술이든 다른 부족한 걸 채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선행학습을 무조건 안 시키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어요.

김일지. 엄마들이 흔히 ‘쌩’으로 놀린다는 표현을 하는데, 저도 아이를 ‘쌩’으로 놀리고 싶지는 않아요. 가만히 있으면 정말 ‘가마니’가 되는 게 요즘 세상이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과정을, 초등학교에 가서는 중학교 과정을 먼저 배우는 게 아니라, 다음 학기 혹은 내년에 배울 새로운 내용을 예습한다는 차원의 선행학습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박재희. 선행학습을 하더라도 부모가 아이의 성향을 잘 판단해야 해요. 모르는 문제와 부딪혀도 도전의식을 가지고 혼자서 진취적으로 해결하려고 나서는 아이가 있는 반면, 잘 모르는 게 있으면 위축되는 아이도 있거든요. 그런 성향의 아이라면 나중에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니 부모가 먼저 아이의 성향을 먼저 파악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해요.

박초희.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빨리 배우는 것보다 자극을 주고 세상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째가 내년에 중학교 진학을 선택할 시기가 돼서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에 국제중학교 아이들이 영어로만 수업하고 발표하는 동영상을 보고는 깜짝 놀라면서 “조금 더 빨리 영어를 배울걸” 하더라고요. 초등학교 3학년이 돼서야 영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늦은 편이었거든요. 근데 자기가 또래보다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인지 오히려 더 열심히 영어를 공부해요. 이렇게 적절한 ‘결핍’이나 ‘부족함’은 동기부여가 되기도 해요. 근데 부모들은 ‘난 안 되나 봐’ 하며 아이가 먼저 포기해버리는 수준으로까지 뒤처질까 봐, 그게 불안해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거죠.

박원순. 얼마 전부터 회자되는 우스갯소리 중에 조부모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자녀 교육의 3요소라는 말처럼 아빠들은 자의 반 타의 반 뒤로 물러나게 마련인데요. 자녀 교육에서 보통 엄마는 꼼꼼하게 세세한 걸 챙기고 아빠는 거시적으로 전체를 크게 보는 경향성이 있는데, 어느 한쪽이 배제되지 않고 이 둘이 균형을 이루도록 자녀교육에 대해 부모가 함께 의견을 나눠야 해요.

유아 선행학습, 부모부터 불안 내려놓기. 유치원 학부모가 말하는 유아 선행학습. 말문만 트이면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농담이 아니게 됐다. 그 숫자가 늘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져 오죽하면 기저귀도 못 뗀 영유아까지 사교육에 내몰린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온다.

빠르게, 먼저 가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다

진행. 많은 학부모가 유아기는 두뇌발달의 결정적인 시기인 만큼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다양한 조기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이의 발달상황을 주변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조급함을 느끼게 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박초희. 어떻게 글을 읽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자연스럽게 글을 읽기 시작한 첫째, 셋째와는 달리 둘째는 조금 더딘 편이었는데요. 아무래도 어릴 때일수록 언어로 많은 게 나타나는데, 아이가 언어로 딱히 신호를 보내지 않으니 불안해지더라고요. “친구들은 다 글을 읽는데 나만 못 읽고, 선생님이 같이 읽자고 해도 나는 친구가 옆에서 읽어줘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속상하기도 하고요. 저는 언어가 기회의 열쇠라고 생각해요. 근데 언어라는 능력이 부족해서 찾아온 기회를 잡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서 불안함이 더 컸어요.

박재희. 첫째가 한글을 배우지 않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겉으로는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일기 쓰기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따라가는 데 힘에 부치더라고요. 그러다가 휴직을 하고 제가 전보다 더 신경 쓸 수 있게 됐는데, 시키면 시킬수록 욕심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휴직도 1년을 더 연장했어요. 엄마가 옆에서 조금만 더 잡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금은 아이가 학교생활에 자신감을 갖고 스스로 더 해보겠다는 욕심도 내요.

박원순. 언어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네 가지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사실 언어발달에 있어서 듣기, 말하기가 더 기본 토대가 되어야 하고 훨씬 더 중요한데도 당장 눈에 보이는 읽기, 쓰기에만 집착하곤 해요. 특히 우리말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쓰는 언어니까 당연히 잘 알겠지 하며 더 간과하죠. 예를 들면, 예전 영어교육을 얘기할 때 책으로만 영어를 배워서 대학 때까지 10년을 배워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한다고 하잖아요. 가시적인 것에만 현혹되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도 함께 생각해야 해요. 남들은 다 문장을 만들어 말할 때도 입을 닫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말문이 트여서 청산유수로 말하는 아이도 많잖아요.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으니 조금 늦었다고 해서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여유를 갖고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해요.

진행. 학부모들이 유아기의 조기교육이나 선행학습에 대한 조급함과 강박관념을 갖게 된 원인은 뭘까요? 그리고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일지. 우리 아이만 못 하면 어쩌나 싶은 불안함이죠. 4월은 과학의 달이잖아요. 그래서 학교에서 고학년은 페트병 로켓 발사 대회, 저학년은 글쓰기나 그리기 대회를 여는데, 주변의 많은 엄마가 한 반에 다섯 명씩 주는 이 대회의 상장을 노리고 반년 전부터 아이를 미리 미술학원이나 글짓기학원에 보내요. 상장을 주는 게 아이들의 자존감 향상에 도움이 되고 없앨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다만, 학교에서도 아이들에게 상장을 줄 때 학원에서 가르쳐주는 획일적인 방식으로 평가하지 말고, 사교육을 받지 않은 아이들도 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그 기준을 바꿔야 해요.

유아 선행학습, 부모부터 불안 내려놓기. 유치원 학부모가 말하는 유아 선행학습. 말문만 트이면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농담이 아니게 됐다. 그 숫자가 늘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져 오죽하면 기저귀도 못 뗀 영유아까지 사교육에 내몰린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온다.

박재희. 아이가 상장을 받았다고 해서 부모인 내가 더 좋아할 게 아니라 아이가 그만큼 자존감이 올라가고 다음에도 또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다는 의지를 키워주는 계기가 됐다고 여겨야 해요.

박초희. 내 아이가 재능이 있고 또래보다 잘한다고 생각하면 불안함을 덜 느끼죠. 주변을 봐도 아이가 매사에 의기소침해있거나 경쟁적이지 않은 성향일수록 엄마들이 더 걱정하더라고요. 저도 아이 셋을 키우지만, 그중에서도 적극적이지 않고 늘 혼자 있고 싶어 하는 아이에게 더 신경을 쓰게 돼요.

박재희. 내가 신경을 덜 써서, 내가 시켜주지 않아서 좋은 시기를 놓치는 건 아닐까 하는 미안함도 있어요.

박원순. 사회구조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어요. 지금은 아이들 숫자가 과거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이죠. 우리 때의 경쟁적인 교육방법과 사고방식에 익숙해져 있는 부모들이 아직도 좋은 대학에 자녀를 보내는 것만을 목표로 삼아 근시안적으로 자녀교육을 바라보는 게 아닌가 싶어요. 부모가 눈을 조금만 낮추면 부모도 아이도 모두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을 거예요.

진행. 지금까지 유치원 학부모님들과 함께 유아 조기교육과 선행학습에 대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생생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그럼 마지막으로, 더 많은 학부모가 더는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공교육이 아이들을 하나하나 잘 보살피며 교육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유치원, 나아가 유아교육에 대해 바라는 점은 무엇인가요?

박초희. 유치원에 아이가 등원하고 나면 어떻게 생활하는지 볼 수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어요. 그렇다고 CCTV를 달자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으니 아이가 말하는 주관적인 의견만으로 유치원 생활을 파악해야 하거든요. 하원할 때도 서로 인사를 나누는 게 전부고요. 그래서 학부모와 선생님이 더 많이 소통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유치원 선생님들이 그럴 수밖에 없는 여건이 안타까워요.

박재희. 교육기관과 선생님, 학부모와 아이 서로 간에 애착 관계 더 끈끈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지 못하는 이유 역시 개인보다는 행정적인 이유인데요. 선생님들이 처리해야 할 잡무가 매우 많더라고요. 그나마 제가 학부모회 활동을 하기 때문에 직접 봐서 알 수 있었던 거였지, 그전에는 선생님들이 아이들만 바라보는 줄 알았어요. 처음 학교라고 하지만, 유치원은 학교와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해요. 유치원만의 특성도 살리고 행정 요소를 줄여서 그 시간을 아이를 위한 선생님의 시간으로 남겨줘야 해요.

김일지. 먼저 부모부터 자존감이 높아야 해요. 부모가 자존감이 높으면 아이도 자연스럽게 자존감이 높아질 거예요. 그리고 두 번째는 믿음이에요. 저는 제 아이들을 믿어요.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어려운 일이 일이 닥쳐도 스스로 잘 헤쳐나갈 거라는 믿음이죠. 부모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어떤 교육기관에서 어떤 교육을 받는지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박원순. 요즘 우스갯소리로 태권도 학원을 종합육아센터라고 하더라고요. 인성교육은 물론이고 평일, 주말, 방학, 아침, 저녁 가리지 않고 돌봄 기능까지 해서 태권도 학원이 모든 걸 다 한다고 하죠. 그만큼 유아교육에 있어 돌봄이 학부모들의 가장 시급한 요구인 것 같아요. 그나마 공립유치원은 방과 후 전담 교사가 따로 있어서 낫지만, 사립유치원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 교사가 방과 후 수업까지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어요. 아이들이 누리과정뿐만 아니라 방과 후 시간에도 편안한 쉼을 누릴 수 있는 유아교육이 되기를 바랍니다.

유아 선행학습, 부모부터 불안 내려놓기. 유치원 학부모가 말하는 유아 선행학습. 말문만 트이면 사교육을 시작한다는 말은 이제 더는 농담이 아니게 됐다. 그 숫자가 늘고 연령대도 점차 낮아져 오죽하면 기저귀도 못 뗀 영유아까지 사교육에 내몰린다는 씁쓸한 농담까지 나온다.

사진 김동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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