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사진 재능기부로 환원의 가치를 깨닫다

장수사진 재능기부로 환원의 가치를 깨닫다. 치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장수사진 촬영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사진영상 전문 기술을 배우고 있지만 이 기술을 기부할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았다. 그런데 때마침 학교 사진영상과 전공 동아리 ‘순수사진동아리’를 통해 영등포구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장수사진 촬영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반가웠고 어떤 기술을 기부할 수 있을지 막연한 기대가 앞섰다.

먼저 촬영에 앞서 사전교육을 받아야 했다. 치매 파트너 양성 교육을 통해 영상 두 개를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하나는 영국에서 만든 영상이었고, 하나는 우리나라에서 만든 영상이었다. 두 영상 모두 우리가 조금의 친절을 베푸는 것만으로도 치매 환자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교육을 받으면서 ‘기억친구’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 기억친구는 치매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가지고, 지역의 치매 환자와 가족을 따뜻한 마음으로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기억친구를 양성하는 사람을 ‘기억친구리더’라고 한다. 기억친구리더가 되려면 5시간의 심화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기억친구리더가 되면 학생들도 교육을 해 기억친구를 양성할 수 있다고 한다. 나중에라도 교육받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을 받고 3일 뒤인 8월 31일 드디어 장수사진을 촬영하러 갔다. 치매 어르신들을 모시고 하는 촬영은 처음이기에 조금 긴장이 됐다. 교육을 받았지만 혹시나 실수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니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르신들은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시고 수줍은 듯 들어오셨다. 그 모습이 여느 어르신들과 다를 바 없었다.

우리 역할은 크게 어시스턴트, 촬영, 보정으로 나뉘었다. 선생님께서는 촬영보다는 어시스턴트가 중요한 역할이라고 말씀하셨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어도 피사체와 소통이 되지 않으면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특히 그 대상이 어르신이라면 더욱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시스턴트는 어르신들의 자세와 표정을 잡아드리는 역할을 맡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활짝 웃어야 사진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이 의자에 바짝 기대앉을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등 뒤에 쿠션을 놓아드렸다. 또한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볼 수 있도록 도와드렸다. 어시스턴트의 손을 보라고 한 뒤 천천히 손을 카메라 렌즈 앞까지 가져간 후 손이 있던 곳을 쳐다보라고 하면 어르신들의 시선이 렌즈에 머물게 된다. 이때 어시스턴트가 잡아준 자세와 표정을 놓치지 않고 찍을 수 있게 바로 촬영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또한 카메라 앵글을 눈높이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자세가 흐트러지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보정은 사진의 사이즈와 색감, 간단한 피부 보정 등을 했다. 특별한 경우로는 어르신이 직접 보정했으면 하는 부분을 말씀하시기도 했다. 계속 신경 쓰고 계셨다고 말씀하셔서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재능기부 활동이 끝난 후 들은 얘기로는 어르신들이 장수사진 촬영을 좋아하셨다고 해서 피사체와 소통이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서 배운 기술로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치매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되어서 뜻깊었다. 기억력이 감퇴하는 부분에서 옛날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 최근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치매라고 해서 다 똑같은 증상이 아니라는 것 등 치매의 증상부터 환자를 대하는 방법까지 그동안 잘 몰랐던 점들을 알게 되고 선입견을 반성하는 시간이 됐다. 또한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학교에서 배운 기술로 사회에 다시 환원하니 정말 뿌듯했고, 재능기부를 통해 기술을 쌓는 일은 개인의 발전뿐 아니라, 환원의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알게 된 뜻깊은 경험이었다.

최희선(한강미디어고등학교 사진영상과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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