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미래학교와 미래교육에 대한 제언

진짜 학습’이 실현되는 조건을 마련해야

2020년이 되면 서울형혁신학교가 시행 10년 차에 접어든다. 혁신학교는 그동안 학교 현장의 큰 변화를 끌어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의 발전적 모델로 총 3곳의 초·중학교를 ‘혁신미래학교’로 지정했다.

2020년이 되면 서울형혁신학교가 시행 10년 차에 접어든다. 혁신학교는 그동안 학교 현장의 큰 변화를 끌어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의 발전적 모델로 총 3곳의 초·중학교를 ‘혁신미래학교’로 지정했다. 그러나 아직 혁신학교는 여러 한계점을 안고 있다. 혁신학교 정책의 목적과 ‘진짜 학습’이 실현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진단해본다.

학교의 주인
질문 1. 학교의 주인은 누구여야 할까? 이에 대한 대답은 ‘학습자인 학생’이라고 비교적 쉽게 떠오를 법하다. 학교가 존재해야 하는 근원적 이유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이다. 그간 학교가 담당해온 역할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존재했고, E. 라이머는 ‘학교는 죽었다’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는 학교가 인간의 잠재력을 키워줘야 하는 본래 의미를 상실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렇게 그간 이뤄진 학교교육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들은 역설적으로 학교의 존재 이유가 계급재생산이나 정치적 목적이 아닌 학습자인 학생들의 성장에 있어야 함을 강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제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질문 2. 학교의 주인은 누구일까? 이 질문을 받으면 머릿속이 좀 더 복잡해진다. 지난해 학위논문을 작성하면서 면담에 응한 30여 명의 학생 모두에게 이 질문을 했었다. 학생 중 그 누구도 학생들 자신이라고답하지 않았다. 나온 답변은 ‘글쎄요’로 시작해서 ‘선생님’, ‘이사장님’, ‘교장선생님’, ‘교육청’, ‘교육감님’ 등이었다. 이러한 답변은 일반학교뿐 아니라 혁신학교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혁신학교 학생들은 일반학교에 비해 학교생활이 훨씬 낫다고 인식했으나 여전히 학교는 어른들인 그 누군가가 주인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학생들의 답변에 대한 해석은 학교의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우리 모두가 부인할 수 없는 뼈아픈 사실은 대부분 학생은 현재 학교에서 자신이 학교교육의 주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학교는 물론, 혁신학교까지도 왜 학생들은 자신이 학교교육의 주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근본적으로 무엇이 달라져야 학습자인 학생들이 자신을 학교교육의 주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교육과 학습의 거리
교육과 학습은 같은 것인가? 교육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면 공통으로 나타나는 교육의 개념은 미성숙한 아동들을 대상으로 성인들이 사회적으로 합의한 바람직한 가치와 행동을 가르치는 활동을 의미한다. 교육을 통해 성인의 행동양식을 ‘전수’하고 이를 통해 아동들의 ‘행동변화’를 끌어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은 본질적으로 ‘강제적’ 이며 강제적인 교육 또한 필요에 따라 정당하다. 그러나 강제적 교육이 필요할 때는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경우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에 그쳐야 하며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정당화되지 않는다. 강제적인 교육 상황에서는 학습자의 개성과 자유가 존중받지 못하고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이 불가능하며, 오히려 강제적 교육과정에서 ‘나쁜 학습’이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학교에서 아이들이 실제로 배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면담에 응했던 학생들의 대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있다고 답한 것은, ‘순종’ 그리고 ‘참고 견디기’였다. 순종은 학교에 자신들의 요구를 말해도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고 오히려 찍히거나 점수가 깎일 뿐이니 그냥 순종하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이다. 참고 견디기는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그저 시간이 빨리 가기만을 참고 버티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어서 택한 전략이었다. 이런 현상은 학교급이 높아질수록 더 심각하게 나타났다. 성열관 교수는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들에 대한 연구에서 종일 학교에서 엎드려 자면서 시간을 보내는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지는 게임의 남은 시간’의 지루함을 버티는 전략”이라고 표현했다.

지금도 전국 모든 학교에서는 종일 수업이 이뤄진다. 과연 얼마의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자신이 성장하는 학습을 경험하고, 또 얼마의 학생들이 할 말을 포기한 채 순종하거나 버티기 전략으로 시간을 보낼까? 학습자는 가르치는 그대로 배우는 존재가 아니다. 교육기관이 행하는 교육과 학습자의 학습이 불일치하는 간극을 없애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이 변해야 한다. 이제 학교는 단순히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을 권리(의무)를 행하는 장소에서,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필요한 지식과 능력을 기르기 위해 능동적으로 학습할 기회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학교의 주인은 누구?”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망설이지 않고 쉽게 “우리들!”이라고 답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혁신미래학교, 학습자를 주체로
지난 9월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의 발전적 모델로 초등 1개교(노원초), 중학교 2개교(오류중, 종암중)를 ‘혁신미래학교’로 지정했다. 교육청은 혁신미래학교의 필요성에 대해 ‘학습자에게 기대되는 핵심 미래 역량이 창의성, 의사소통능력, 협업능력, 비판적 사고력 등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제시하면서 ‘혁신학교와 미래학교의 성과를 바탕으로, 서울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선도적으로 보여주고 실천하는 모델학교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혁신미래학교의 중점과제로 ‘1. 교육과정: 성장을 돕는 혁신 미래형 교육과정, 2. 학교환경: 삶을 만들어가는 학교 환경, 3. 교원 성장: 도전하고 성장하는 교원, 4. 학교문화: 공유하고 협력하는 학교문화’를 제시했다. 이러한 지향은 그간 진행해온 서울형혁신학교의 지향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2011년 출발한 서울형혁신학교는 2020년이면 10년이 된다. 서울을 포함하여 대부분 시·도 교육청이 혁신학교 정책을 시행했는데, 그 결과 나타난 학교 현장의 변화는 매우 크다고 평가된다. ‘오마이뉴스’ 는 교육과정평가원과 교육부의 자료를 인용하여 최근 5년 사이 한국 학생들의 행복도가 20.4% 상승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 교육과정평가원 연구진이 언급한 “학생의 활동 중심 수업 강화와 학교의 자율적인 분위기 확산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는 부분을 인용했다. 이러한 결과가 전국적으로 모든 시·도 교육청에서 혁신학교 정책을 전개하는 가운데 나왔고, 혁신학교의 교육적 지향 또한 학생 활동 중심 수업과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학교 문화 형성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행복도와 혁신학교 정책과의 관련성이 적지 않으리라 판단된다.

그러나 혁신학교는 단위학교로서 극복하기 어려운 여러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혁신학교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지적되는 것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획일적이고 단단한 국가교육과정과 중등교육의 상대평가시스템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개별 학생의 수준과 맥락에 맞는 개별교육과정을 실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모든 학생이 같은 교육과정과 교과서로 배우고, 같은 평가를 거쳐 학생을 한 줄로 세우는 내신백분위를 산출해야 하는 조건에서 개별 학생의 학습권을 잘 실현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이제 혁신학교의 한계를 극복하고 혁신미래학교 정책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그간 혁신학교 관련 연구에서 필요성이 반복적으로 제기된 제도개선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교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운영할 수 있는 자율성을 제고하고, 과정중심평가가 실제로 가능할 수 있도록 교사의 평가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하며, 무엇보다 중등교육과정을 왜곡시키는 한 줄 세우기식 평가는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이미 중학교 과정은 고등학교 진학에 있어서 내신백분위를 산출하지 않아도 되는 객관적 여건이 충분히 마련된 상태라 판단된다. 이제 중학교 과정부터 초등학교처럼 실질적인 절대평가가 시행되어야 혁신학교와 혁신미래학교의 목적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학생들이 자신의 성장속도에 맞게 충분히 기다려주는 학습과정을 경험하면서 잠재된 능력을 계발할 수 있는 ‘진짜 학습’이 실현된 조건이 가능해진다.

2020년이 되면 서울형혁신학교가 시행 10년 차에 접어든다. 혁신학교는 그동안 학교 현장의 큰 변화를 끌어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서울시교육청은 혁신학교의 발전적 모델로 총 3곳의 초·중학교를 ‘혁신미래학교’로 지정했다.

이희숙(서울은빛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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