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상위 1%, 특성화고등학교에 가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이재민

내꿈길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한 학교 친구들과 이재민 학생(첫 번째 줄 왼쪽 끝)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재민 학생은 온전히 자기 의지로 특성화고등학교를 택했다. 중학교 내신 상위 1%의 우수한 성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남과 똑같은 길을 가기보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선택하고 꿈을 향해 도전하는 이재민 학생을 <지금 서울교육>이 만나보았다. 이것은 아름다운 용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남과 다른 선택, 용기에 대하여

남과 다른 선택, 용기에 대하여

이재민 학생과 아들의 특별한 선택을 믿고 지지해 주신 부모님

“전봇대 탈라고?” 이재민 학생이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겠다고 말씀드리자 아버지는 부산 사투리로 이렇게 말씀하셨다. 평소 아들은 공부도 잘했고 리더십과 언변도 뛰어났기에 남들처럼 좋은 대학에 진학해 재능을 펼칠 수 있는 화이트칼라 직업군으로 가기를 바랐다. 그런 아들이 어느 날 특성화고등학교 전기에너지과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놀라움은 컸다. 하지만 이재민 학생은 물러서지 않고 부모님을 설득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고 무시당하기 쉽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충분히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는데 굳이 특성화고등학교에 가겠다고 하니까 걱정이 크셨던 거죠. 더구나 하나뿐인 아들이 부산을 떠나 멀리 서울에 있는 학교에 진학한다니 반대가 심하셨어요.”

이재민 학생 역시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 하지만 중학교 3학년 기술 수업시간에 특성화고등학교를 접하면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특성화고등학교의 커리큘럼과 장점을 제대로 알게 된 후 이를 계기로 특성화고등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하지만 내심 갈등도 없지 않았다.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고졸 취업자에 대한 회사 내의 차별이나 취업 이후의 대학 진학, 공업고등학교의 학습 분위기 그리고 전기 기술자의 미래 전망 등을 다양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감당 못 할 고민을 정우영 기술선생님께서 함께 나눠주셨어요. 상세한 정보와 함께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셨죠. 그렇게 결심을 하게 되었고 특성화고등학교의 장점에 대해 부모님께도 끈질기게 설명해 드렸더니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라시며 제 선택을 존중해 주셨어요.”

입학 후 혹시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있었다. 막상 전기 이론에 대해 깊이 있게 배워보니 이론이 어렵긴 해도 이해했을 때의 쾌감과 만족감이 컸다. 전공 실습도 적성에 맞아서 오랜 고민과 갈등 끝에 용기를 내어 특성화고등학교를 선택한 것을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 해도 일반고에 대한 후회는 없을까?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아쉬움이나 후회는 전혀 없어요. 같은 수업도 훨씬 더 흥미롭게 배우거든요. 예를 들어 삼각함수 개념을 배우더라도 일상에서 실제 사용하는 교류 전기와 연관 지어서 전공 지식을 배우는 데 활용하죠. 수학 지식이 단지 어려운 문제를 푸는 데 그치지 않고 능동적으로 전공 지식을 배우는 과정에 활용된다는 점에서 무척 만족스러워요.”

학벌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하여

학벌 아닌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하여

정약용 인문학 콘서트에서 목민심서상을 수상한 이재민 학생(우)

이재민 학생은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교육의 주체로서의 학생, 그리고 실제 삶에 연계되는 학문에 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가졌다. 이런 평소 생각을 에세이로 써서 올 초 남양주시가 주최한 ‘정약용 인문학 콘서트’에서 ‘목민심서상’을 수상했다. 1700~1800년대 세계를 움직인 인물의 사상이 우리에게 어떤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기준과 마음을 가지고 현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지를 기술하는 주제였다. 이재민 학생은 1762년 <에밀>이라는 교육 소설을 통해 교사 중심의 전통적 교육관에 도전하며 자연주의 교육론을 주창한 장 자크 루소, 조선시대 성리학 중심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현실에 끊임없는 문제 제기를 했던 실학자 정약용을 연결했다.

글에서도 자신이 특성화고등학교를 선택한 이유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학생의 개성과 적성은 무시한 채 ‘공부 잘하는 학생’과 ‘공부 못하는 학생’으로만 구분함으로써 교육 주체인 학생이, 원하는 학교에서 원하는 교육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성찰이 바로 그것. 다산 정약용이 그랬듯 모든 학문을 평등하게 바라보고, 무조건 현실의 흐름을 좇기보다 현실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단지 문제 제기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의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싶었다. ‘학벌’보다는 ‘실력’으로 일하며 충분히 사회에서 인정받고 존경받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글에서는 저를 거창하게 ‘21세기의 에밀’이라고 표현했어요. 제 자신이 상위 1% 성적을 유지하며 입시 위주 교육의 최전방에 있었지만, 이제는 개성과 적성을 중시하는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며 내가 원하는 교육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학교에서 전기에 대해 더 깊이 있게 공부하고 사회에 나가 멋지게 성공하고 싶어요. 그래서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습니다.”

편견을 깨뜨리겠다는 꿈, 그리고 도전

편견을 깨뜨리겠다는 꿈, 그리고 도전

특성화고등학교에서 전문가의 꿈을 키워가는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친구들과 이재민 학생(왼쪽에서 세 번째)

학교 공부는 쉽지 않다. 일반고에 비해 훨씬 많은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전공 수업 공부도 해야 하고, 각 자격증 일정에 맞춰 자격증 시험공부도 따로 해야 한다. 취업을 위한 NCS(국가직무능력표준) 공부까지 꾸준히 해야 한다. 지금 2학년이지만 일반고 3학년 이상으로 해야 할 공부가 많다.
“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는 한국전력공사에서 운영하는 학교인데요, 교육 제반 환경이나 학습을 위한 장비들이 잘 구비되어 있어 높은 수준의 전공 실습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전기전자공학에 대해 또래보다 먼저 배워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고 일찍 사회로 진출해 실력 있는 전문 기술자로 성장할 수 있죠.”

생각해보면 일반고에 진학하더라도 어차피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싶었기 때문에 전기 기술에 대해 미리 배울 수 있는 특성화고등학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재민 학생의 목표는 졸업 후 한국수력원자력에 취업해 우리 전력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것. 출신 대학이 아닌 오로지 실력으로 대우받는 기술자가 되는 게 꿈이다.

“저도 그랬지만 대부분 중학생이 특성화고등학교의 커리큘럼을 제대로 모릅니다. 그러니 일부 어른들의 말만 듣고 학교를 판단하게 되죠. 중학생 대상으로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해 제대로 알려줘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찍 전문성을 확보하고 싶은 학생이 더 많이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생들이 편견에서 벗어나 성적이 아닌 자신의 적성과 개성에 따라 고등학교를 선택하기 시작한다면, 기성세대가 가진 특성화고등학교에 대한 편견도 언젠가는 없어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특성화고등학교를 나와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고 도전해야 하는 일로 여길 만큼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재민 학생은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이 완고한 편견을 깨뜨리고 싶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당당히 증명하고 싶다. 이재민 학생의 용기와 도전을 응원한다.

나는 이대로 학교에서 2년간 전기에 대해서 더 깊이 있게 배우고 사회로 나갈 것이다. 사회에 나가서는 ‘학벌’보다 ‘실력’으로 일하며 내가 가진 기술을 더 갈고닦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다 정약용의 절개를 떠올리며 그 어려움을 이겨내고, 끝내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특성화고등학교를 나오더라도 충분히 우리 사회 속에서 존경받는 가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라는 것을. 이렇게 내가 직접 보여준다면, 더 많은 사람의 인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재민 학생이 쓴 정약용 인문학 콘서트 목민심서상 수상작
<21세기 에밀에서 21세기 정약용으로 나아가다> 중

⁄ 이경섭  사진제공 ⁄ 이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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