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문어가 준 삶의 치유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 추천 콘텐츠

현실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그래서일까? 아이들이 다큐멘터리를 재밌게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교훈적 가치까지 담겨 있다면 아이들은 금세 지루함을 드러낸다. 하지만 윤여정 배우의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으로 큰 주목을 받았던 2021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눈에 드러나지 않는 신비한 바닷속 세계와 그 안에서 자기 삶에 충실한 문어의 신비한 매력은 아이들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하다. 여기에 주인공인 다큐멘터리 감독이 문어와의 만남을 통해 치유되어가는 모습이 주는 감동은 보는 이의 마음을 충만하게 채워준다. 해양과학자이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남성현 교수가 추천하는 힐링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만나보자.

가끔 다큐멘터리 작품을 보다 보면 만든 사람들의 오랜 인내와 열정에 감탄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오지까지 찾아가 경이로운 자연을 오래 관찰하기도 하고, 우리가 인간과 야생동물의 교감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볼 수 있도록 진귀한 작품의 세계로 초대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어와의 교감을 보여준 사례는 드물다. 아니 아예 본 기억이 없다.

삶의 변화를 찾아 대서양의 바닷속 다시마 숲을 찾은 감독

다큐멘터리 감독인 크레이그 포스터는 칼라하리 사막에서 사냥하는 부족을 촬영하고 방 안에 틀어박혀 영상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자연의 일부가 아닌 이방인이나 외부인으로 느끼게 된다. 해외에서 오래 일하며 큰 부담감에 짓눌리고 가족과의 관계도 어려워진 그는 삶의 변화를 찾아 거대한 대서양 연안의 작은 바닷가에서 바닷속 다시마 숲을 찾는다. 바닷속은 1m만 들어가도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공간. 감독은 물살이 거세고 숨이 멎을 만큼 차가운 바다가 처음엔 두려움을 주지만 긴장을 풀고 기다리면 갑작스럽게 평온함을 준다고 한다. 불규칙한 절벽에서 뛰어내리고 바닷속을 여행하는 것이 다른 행성에 온 듯한 기분이라고 했다. 모든 것이 잠잠하고 여유로워지는 세상. 그리고 이 평온함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바닷속 세상에서 만난 문어와의 특별한 감정.

마치 어린 왕자와 여우가 매일 길들이기를 하며 교감한 것처럼 감독도 특별한 문어를 찾아냈고 매일 문어를 찾아간다. 그리고 엄청난 부담감에 손에서 놓았던 카메라를 스스로 다시 들고 문어와 문어가 사는 세상을 담기로 한다.

바닷속에서 문어와 정서적으로 깊은 교감을 나누는 감독

두어 달이 지나 문어와 감독이 처음 손이 닿는 순간은 짜릿하고 감동적이다. 문어만 굴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라 감독도 자신만의 세계에서 나와 서로 정서적으로 깊이 교감하며 주변 세계를 둘러보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녀(문어)’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감독은 점점 자신이 이방인이나 외부인이 아닌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된다. 마음을 열게 된 그녀는 자신의 독특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헤엄만 치는 것이 아니라 발을 이용해 걷는 모습, 질감과 색을 마음대로 바꾸며 산호초 등으로 위장하는 모습, 다시마로 자신의 몸을 감싸거나 기발하고 민첩하게 사냥하는 모습 등이다. 심지어 그녀는 인간인 그를 사냥감 근처로 오게 해 자신의 사냥에 이용하기까지 한다. 장난기가 가득한 그녀는 팔을 뻗어 물고기 떼와 장난을 치는 등 다시마 숲이라는 자연에서 서로 어울려 사는 법을 잘 보여준다.

어느 날은 천적인 파자마 상어와의 대결로 평화롭던 다시마 숲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후각이 발달한 상어는 바위틈에 숨은 그녀를 발견하고 다리 하나를 뜯어내는 데 성공한다. 첫 대결에서는 이렇게 다리 하나를 내어주어야만 했지만, 두 번째 대결에서 그녀는 대담한 기지를 발휘하기도 한다.

삶을 즐기는 모습을 통해 주인공에게 삶의 의미를 전해준 문어

생식기가 되자 알을 낳은 후 점점 힘이 빠지는 그녀를 보며 그는 매우 고통스러워한다. 결국 이 다시마 숲의 영리한 포식자로 살았던 그녀는 자신을 내어주어 먹이가 되며 생을 마감한다. 그녀의 죽음에 극심한 그리움으로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대사에서는 누구라도 울컥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아들과 함께 다시 바다를 찾은 그는 어쩌면 그녀가 세상에 남긴 흔적일지도 모르는 작은 새끼 문어를 발견하고 무척 기뻐한다. 그에게서 문어를 만나기 전 다큐멘터리 제작의 부담으로 피폐했던 모습을 더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아들인 톰과 바다를 탐험하며 아들에게 경이로운 자연을 가르친다. 그는 아들이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자기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뚜렷해지고 자신감이 높아졌으며 성정이 온화해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점점 더 자연 감수성이 높아지는 요즘, 물러설 곳 없을 정도로 심각한 지구환경 위기에 내몰린 오늘날 우리 인류에게 바닷속 다시마 숲의 문어 선생님은 자연을 통해 모든 생명이 가치 있고 관심을 가져야 하며 우리도 야생의 세계, 자연의 일원임을 깨닫게 한다. 경이로운 바닷속 세상을 아이들과 함께 감상하며 직접 힐링을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콘텐츠로 추천하고 싶다.

04-서울시교육청웹진-지금서울교육-나의문어선생님-포스터

· 자연과학 다큐멘터리
·  1시간 25분
·  등급 전체관람가

*이미지 및 영상 제공 넷플릭스 

⁄ 남성현(해양과학자/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해양관측과 자연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과 지구의 공존을 연구하며 가르치는 해양과학자이자 교수. 현직 서울대 교수진의 강의를 엄선한 ‘서가명강(서울대 가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명강의)’ 시리즈인 <위기의 지구, 물러설 곳 없는 인간>의 저자이기도 하다.
남빙양,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등 전 세계의 바다를 60회 이상 탐사해 발표한 국제학술논문만 50여 편이며, 국방과학연구소와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해양 연구와 기후 관련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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