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서 행복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

2년 전 ○○중학교 1학년 진로수업 마지막 날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버킷리스트란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리스트’를 말하는데, 한 남학생의 답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버킷리스트 1번에 적힌 문항이 ‘하루만이라도 내 마음대로 살아보는 것’이라니.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이런 소망을 말씀드려봤냐고 물었더니 안 해봤고, 안 될 거라는 그 아이의 대답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말 안 하면 모를 수 있으니 말해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외에 해줄 말이 없었다.

그 후로 나는 학부모 강의에 가면 이 아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라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보라고 이야기한다.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시지만 이렇게 되묻는 분도 계신다.

“자유를 줬는데 온종일 게임만 하면 어떻게 하죠?”

“스스로 하게 했는데 뒤처지면 어떻게 하죠?”

이렇게 이야기하는 부모님들의 불안한 마음을 같은 학부모로서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지만, 쉽게 답을 찾을 수도 없음에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는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고 교육하는데 과연 아이들은 행복할까? 아이들이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더하고 무엇을 빼야 할까?

행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이 필요하겠지만, 몸의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3대 영양소같이 행복에 꼭 필요한 세 가지 조건이 있다고 들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자유(자율), 원만한 대인관계, 자기 효율성(성취감).

실제로 자기주도학습이 잘되고 상위권인 아이들은 학업 스트레스가 있기는 해도 행복해 보인다. 공부를 잘해서 행복한 건지 위 세 가지 조건이 잘 갖춰져서 공부를 잘하는 건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문제와 같다.

서울교육의 방향이 ‘질문이 있는 교실, 우정이 있는 교실, 삶을 가꾸는 교육’이다. 이 중 삶을 가꾸는 교육은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뿐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키워주는 교육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역량도 비판적 사고, 의사소통, 협업, 창의력, 인성이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현재의 점수나 등급, 진학, 경쟁 같은 것이 아닌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며칠 전 고1인 작은애가 이렇게 투덜댔다.

“발표 수행평가 시간에 나는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는데, 마지막으로 발표한 내 이야기에는 친구들이 숙제를 하거나 엎드려 있어 속상했어요.”

아이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표현은 안 했지만 내 마음도 안 좋았다. 그런데 다음 날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수행평가 발표에 대해 선생님께서 평을 해주셨는데, 마지막까지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자신을 칭찬해주셔서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발표를 잘한 아이뿐 아니라 잘 들어준 아이까지 칭찬해주신 선생님이 존경스러웠다.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칭찬받을 일이 아닌 당연한 것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자신의 행복을 찾고 이웃과 더불어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가정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해보면서, 2년 전 버킷리스트로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그 아이가 과연 꿈을 이루고 지금은 행복한지 꼭 한번 다시 만나보고 싶다.

임지혜(한양대학교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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