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학교에서 자라는 아이들

생태전환교육중점학교 화랑초등학교

불암산 자락에 위치한 화랑초등학교는 1999년부터 학교를 최적의 생태교육 장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왔다. 그 결과, 20년이 지난 지금은 초록빛 자연에 둘러싸인 숲속 학교가 되었다. 아이들은 콘크리트 건물 대신 숲에서 자연을 보고, 만지고, 느끼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꿈꾼다. 올해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생태전환교육중점학교(선도)로 선정한 화랑초등학교는 살아 있는 생태교육을 위해 여전히 학교 곳곳을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중이다.

생태교육으로 변화하는 아이들

생태교육으로 변화하는 아이들

화랑초등학교 아이들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려고 잎을 따 준비하고 있다.

화랑초등학교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펼쳐지는 작은 공원. 1학년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선생님과 함께 봉숭아 물을 들이고 있다. 학교 뒤편에서 직접 딴 봉숭아 꽃잎을 곱게 찧어 자그마한 손톱에 올리며 신이 난 아이들은 꽃과 노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그런가 하면 2학년 아이들은 운동장 너머 자리한 텃밭에 모여 땅콩을 수확하느라 바쁘다. 지난 4월에 심은 땅콩은 기대보다 작황이 좋아 뿌리마다 땅콩이 주렁주렁 실하게 열렸다. 땅콩을 손에 넣기까지 아이들의 작은 노고는 작물이 자라는 과정을 깨우치는 교육이 되었다.

땅콩을 직접 심어 수확한 아이들과 즐거운 기념촬영을 진행했다.

우명원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이 생태를 아는 만큼 변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말한다.
“생태전환교육은 배우고, 느끼고, 행동하고, 나누고, 말하는 다섯 단계로 진행됩니다. 화랑초등학교 아이들은 이미 행동하고 나누는 단계에 와 있죠. 조회시간마다 제 훈화의 주제는 늘 생태이고, 아이들은 생태전환수업을 받아요. 게다가 수업에서 배운 생태를 학교에서 바로 체험하고 친구들과 공감대가 생기면서 함께 실천해요. 선생님이 시켜서 하는 것과는 달라요. 아이들 스스로 체득해야 생태를 위해 행동하게 되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점심시간에 교내에서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할 정도로 아이들은 변하고 있다. 학교가 생태교육의 장이 되면서 생긴 자연스러운 변화다.

학교의 모든 곳이 생태교육 현장

학교의 모든 곳이 생태교육 현장

화랑초등학교는 아이들의 생태교육을 위해 학교 숲을 조성해오고 있다.

화랑초등학교가 생태전환교육을 시작한 시기는 1999년이다. 아이들에게 생태교육을 위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교 안에 숲, 연못, 텃밭 등을 가꾸기 시작했다. 나무를 심고 우거진 숲을 따라 둘레길을 조성하고, 수목원에서나 볼법한 희귀식물도 키웠다.
우명원 교장선생님은 자연이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 생각했다. “그 효과가 당장 보이진 않겠지만, 자연을 관찰하고 체험하는 과정이 반복될수록 몸에 배듯 생태와 나를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텃밭에서 작물을 재배하고 매주 한 시간씩 교실을 나서면 바로 이어지는 불암산 둘레길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연못을 찾아 힐링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생태교육 공간은 실내로도 이어진다.
“아이들에게 모든 공간이 생태교육 장소여야 합니다.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데 건물 밖에만 있는 숲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보여주기식이 아니라, 실내에서도 아이들이 자연을 체험할 공간이 필요합니다.”라고 우명원 교장선생님이 강조했다.
적은 빛으로도 잘 자라는 공기 정화 식물을 골라 현관, 복도, 벽면에 조성하고 자동급수 시스템을 갖췄다. 1층에는 작은 수족관도 들어섰다. 어느새 교실 밖 숲이 교실 안까지 이어졌다.
“중요한 건 인위적인 생태가 아니라는 거예요. 나무부터 물고기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어울려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생태계 구성원인 아이들에게 다른 생명체와 사는 법을 알려주고 싶거든요. 매일 밟던 풀을 함부로 밟지 않게 될 때, 나만큼 벌레도 소중하다고 느낄 때, 아이들이 생명을 존중하는 법도 배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생태수업은 계속된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생태수업은 계속된다

화랑초등학교 둘레길에서 우명원 교장선생님과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우명원 교장선생님은 화랑초등학교가 생태전환교육의 디딤돌이 되길 바란다. 선생님들 역시 ‘생태전환교육연구회’를 만들고 전 학년 교과서와 교육과정을 분석해 생태전환교육을 어떻게 가르칠지 연구하고 고민하며 실제 수업을 통해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화랑초등학교가 20년이 넘도록 지속가능한 생태전환교육에 집중하는 이유는 기후위기가 남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학교가 위기의식을 갖고 생태전환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 자신이 환경 문제의 당사자임을 깨닫고 이전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해요. 그러면 아이 혼자 깨우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배운 것을 실천하고 나비효과처럼 확산될 때 지구 환경 위기도 극복해나갈 수 있어요.”

화랑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땀 흘리며 땅콩 수확에 집중하고 있다.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아이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플라스틱도, 자동차 매연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화랑초등학교는 학교가 아이들을 진정한 생태시민으로 만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덕분에 오늘도 숲속 학교 아이들은 자연과 상생을 배우며 자연지킴이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 윤세은  이미지 ⁄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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