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내 꿈을 위한 생각법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자기가 택한 꿈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이루도록 도울 수 있을까? 여러 교육적 시도가 활발한 가운데,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싱킹’이 유의미한 실천법으로 주목 받고 있다. 교육 경험 혁신가이자 스토리 디자이너가 체험을 기반으로 스토리텔링 교육과 내러티브 사고의 중요성에 관해 들려준다.

내가 택한 꿈을 실현하는 생각법, 스토리텔링

내가 택한 꿈을 실현하는 생각법, 스토리텔링

집 근처 초등학교를 지날 때마다 어린이들의 큰 꿈을 격려하는 멋진 교훈 덕분에 ‘사람은 꿈이 있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생각해보게 된다. 학교의 중요한 역할은 역시 어떤 내일이 올지 기다리는 사람보다, 어떤 내일을 만들지 궁리하고 도모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일이 아닌가 싶다. 학생들에게 꿈의 근거를 마련하고, 서로 다른 꿈을 설계할 기회를 제공하는 곳. 하지만 학교는 꿈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의 어려움과 대가를 처음 알려주는 곳이기도 하다. 꿈의 현실화에는 시련이 따르는 법이니, 두려움 때문에 포기하거나 허상에 머물 수 없다면 제 삶의 자원과 기꺼이 맞바꿀 만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꿈을 가지라는 훈령에 이어 꿈을 택하고 구조화하는 교육을 통해 더 꾸준히, 새롭게 지도하는 학교의 노력은 학생들이 꿈을 찾고 가꾸고 애쓰는 과정이 빛보다 그림자로 압도되지 않게 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내러티브 사고 개념을 소개한 저서 <Actual Minds, Possible Worlds>과 제롬 브루너

어떻게 해야 학생들이 지금까지 해온 최선을 인정하고 내가 택한 꿈을 긍정할 수 있을까. 여러 교육적 시도들이 활발한 가운데 ‘스토리텔링’, ‘내러티브 싱킹’을 유의미한 실천법으로 주목해보자. 교육학자이자, 법학자인 제롬 브루너(Bruner, J.)는 경험을 구조화하고 불분명한 것에 확신을 부여하는 인간의 생각법을 패러다임과 내러티브로 구분했다. 전자가 보편적 진리 조건으로 사실을 확인시킨다면, 후자는 개별적 인물이 처한 사건들의 특별한 연결을 통해 진짜 같음을 믿고 탐구하게 만든다. 브루너는 패러다임 사고이 비해 내러티브 사고를 숙련하는 시간과 기회가 부족한 현실을 지적한다. 전통적 제도 교육이 치밀한 이론과 분석, 논리적 증명이 안내하는 발견에 천착해온 것도 비판의 대상이다. 내러티브 양식은 서로 다른 인간 존재를 인정하며, 고유 조건을 지닌 인간의 의도와 행위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고 변화가 일상이 되는 오늘에 꼭 필요한 생각법으로 다시 강조될 필요가 있다.

스토리텔링과 문제 해결(Problem-Solving)의 힘

스토리텔링과 문제 해결(Problem-Solving)의 힘

스토리텔링의 문제 해결 구조.
도식 출처 https://www.denisewithers.com

이야기는 검증된 것보다, 가능해 보이는 것을 추구하는 특성이 있어서 기적을 믿고 반전을 도모하며, 이상을 현실로 만들 방법을 발명하고자 한다. 이런 특성에 기초한 이야기적 생각법은 맞고 틀린 결론을 넘어 놀랍고, 슬프고, 웃기고, 어이없는 풍성한 의미들을 빚어낸다. 대체불가 존재인 나의 미래를 상상하는 힘을 기르고, 검증된 사실 보다 가능성과 잠재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내러티브 생각법이 학생들에게 더 친근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하지만 내러티브가 상상력을 촉진한다고 해도, 상상은 허구의 산물이므로 본질적으로 헛되다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야기를 문학으로 즐기는 소양은 바람직하지만, 패러다임 사고의 보조 수단이어야 한다는 선 긋기도 흔하다. 두 양식의 생육 조건은 다르지만 하나가 다른 하나의 하위 수단은 아니다. 특히, 내러티브 사고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잉태시키는 문제-해결 구조로 작동한다. 지역과 시대를 초월한 원형적 스토리를 보면, 나름의 일상을 살던 한 인물이 어떤 사건에 휘말리며 그간 외면하거나 간과해온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되고, 그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시작하여 시련 끝에 스스로와 환경의 변화를 이루는 구조를 공유한다.

내 것이 되는 꿈의 전제는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 나를 주어로 삼고 나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의 문제를 다룬다는 것에 있다. 내게서 멀어질수록 보편 선호나 현실성이 높다 해도, 왜 내 시간과 마음을 투자하고 갈등과 시련을 참으며 계속해야 하는지 답할 수 없게 된다. 내 것처럼 포장된 다른 이의 욕망 대신, 사소하고 모호하다고 해도 진정 내 것인 꿈을 구성하고 갱신해야 한다. 이야기는 선함이나 유능함보다 절실함을 갖고 행동하는 인물을 사랑한다. 그의 문제에 공감하게 되면 그를 향한 뜨거운 응원을 멈출 수가 없다. 지구의 운명을 떠안은 시민, 원수를 사랑하는 연인, 신분을 뛰어넘으려는 서자의 꿈은 모두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꿈에 있어 부족한 능력, 사회적 금기, 근거가 부족한 희망은 포기와 조롱의 대상이 아니다.
대학수업에서 ‘미션임파서블(학생들에게 그날 과업을 계획하게 한 뒤, 의도적으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요소를 없애 버리는 활동)’ 워크숍을 해보면, 애써 마련한 목표와 계획이 무용해지는 환경에서도 미션을 완수한 팀에서는 특별한 점이 발견된다. 이들은 처음 목표와 문제의 본질을 다시 확인하는 공통점을 보였다. 변화는 분명 혼란을 만들지만, 진정한 목표를 재확인하고 지금 필요한 지식, 태도, 자원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 다른 역량과 신념이 얽혀 “이게 되겠어?”를 “되게 하려면 뭘 해야 해?”로 만들고 나면, 난관은 벽이 아니라 다리로 변한다.

가장 이상적인 꿈이 가장 혁신적인 현실을 만든다.

가장 이상적인 꿈이 가장 혁신적인 현실을 만든다.

(왼쪽부터)내러티브 사고에 기초해 개발된 필자의 수업들. 서울의대 <혁신, 나도 할 수 있다>, 성균관대 <인문학과 문화경영>, 연세대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링 디자인>

학교와 일터에서 많은 스타트업 기업인들을 만난다. 창업은 냉정한 현실이자, 극단적 경쟁과 높은 확률의 실패가 기다리는 전쟁터이다. 보장 없는 꿈에 도전하는 이들의 모습은 시련을 거쳐 영웅으로 성장하는 주인공과 닮았고, 그래서 창업가와 이야기를 나눠본 학생들은 점수와 등급에 따라 꿈의 가능성을 평가받는 강의실이 오히려 판타지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곤 한다. 실제 창업가가 되는가를 떠나서, 학생들이 가장 현실적인 이상주의자인 창업가를 만나 교류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으로 꿈을 구성하는 실례를 경험하게 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의의가 크다고 생각한다.

창업은, 세상을 바꾸는 혁신은 단지 논리가 아니라 서사의 대결 끝에 현실이 된다. 창업가의 출사표에는 소중하게 생각하는 특정한 인물(고객)이 겪는 절실한 문제에 대한 공감, 더 나은 해결을 향한 의지와 실천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학교는 꿈의 현실화를 위한 직업적 기술이나 전공 지식의 수련장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인공으로서 나의 면면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깨달으며, 문제를 발견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을 기르는 곳이어야 한다. 현실은 언제나 이상을 통제해왔다. 과거 우리가 패러다임을 따랐다면, 학생들에겐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자. 가장 이상적인 꿈이 나의 이야기가 될 때, 가장 혁신적인 현실을 만들 수 있다고.

글 / 권보연

연세대학교 겸임교수이자 은행권청년창업재단 D.UNIV 프로그램 기획 교수. ICT 업계에서 인터랙티브 스토리 디자이너, 게임화 시스템 디자이너로 활동하며 창업, 혁신, 인간 경험의 관계를 내러티브와 플레이 방법론으로 연구하고 교육한다. <게이미피케이션>(2015), <공학으로 인문학 읽기>(2021, 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냈으며,  ‘햇살 아래서’(2018), ‘안녕이라 하기 전에’(2019),
‘에란겔 다크투어’(2021)의 디지털 창작 및 퍼포밍에 리드 기획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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