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지금 청소년 인권을 생각해야 하는 이유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

청소년 인권에 관한 논의와 교육은 더 이상 미루지 못할 우리 사회의 중요한 숙제다. 이전에 비해 개선되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무심코 인권을 침해하기도 한다. 청소년 인권을 깊이 있게 돌아볼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무심코 지나친 청소년 인권

무심코 지나친 청소년 인권

나의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엄격한 규율과 체벌, 그에 대한 반발심과 오기 같은 게 먼저 떠오른다. 동복과 하복으로 나눈 교복을 갖춰 입어야 했고 군인 같은 모자도 써야 했다. 머리는 항상 짧게 잘라서 이른바 ‘스포츠머리’를 유지해야 했다. 조금이라도 옆머리가 길면 정문을 지키던 학생주임 선생님과 ‘선도부’ 선배들로부터 제지를 당하거나 체벌을 당했다. 여학생들은 불시에 교복 치마 길이를 잰다며 의자 위로 올라서는 일을 강요받기도 했다. 모두가 그런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더 쓴웃음이 나는 기억은 학급 반장이 자습시간에 떠들었다는 이유로 같은 반 친구의 엉덩이를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막대기로 때리곤 했다는 사실이다. 지금 생각하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통솔 권한을 위임받은 ‘반장’의 권위는 대단했고, 청소년의 인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던 그때는 모두가 그런 일을 당연하게 여겼다. 시대가 흘러 이런 일은 아득한 옛날 일이 되었다.

그런데 꼭 그렇기만 할까? 요즘도 구시대 유물 같은 청소년 인권 침해 사례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존재한다. 속옷에 관한 까다로운 규제가 남아 있고 두발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며 일부 학교에서는 머리가 곱슬거리거나 갈색인 경우 자연이라는 증명서를 제출할 것을 강요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심지어 숏컷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금지하는 규정이 인권 침해 사례로 보고되기도 한다. 이름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피부색이나 외모의 문제로, 가정형편의 문제로 놀림과 괴롭힘을 받는 일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더 문제인 것은 이런 일이 얼마나 심각한 인권 침해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영화 <친구>에서 보이던 체벌이나 폭언 같은 인권 침해는 거의 사라졌지만, 우리가 미처 인권 침해라고 여기지 못한 행동들도 중대한 인권 침해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 인권이라면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개념이나 정치적인 쟁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내일이 아닌 오늘의 인권

내일이 아닌 오늘의 인권

안타깝게도 비슷한 일들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아이를 비웃거나 괴롭히곤 한다. 애먼 아이를 분노를 표출할 대상으로 삼는 못된 어른도 적지 않다. 단지 이름 때문만이 아니다. 더러는 외모 때문에, 장애 때문에, 종교 때문에 혹은 피부색이나 성별 때문에, 드물게는 아무 이유도 없이 많은 아이들이 받지 말아야 할 대우를 받는다. 그럼에도 청소년 인권이라면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인 개념이나 정치적인 쟁점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뜻밖에 많다.
<인권은 대학 가서 누리라고요?>(김민아 지음, 끌레마 출판)는 우리 주위에 그런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증언하는 보고서이며, 인권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일깨우는 지침서다. 저자는 지난 7년 넘게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일하며 많은 청소년과 교사, 학부모, 교육 관계자를 만나 인권 수업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낀 점들을 가감 없이 이 책에 담았다. 덕분에 “우리 청소년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긴 청소년 인권 교과서”라는 출판사의 주장이 단순한 홍보성 문구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생생하고 부지런하다.

인권을 배우는 그 자체가 권리

인권을 배우는 그 자체가 권리

이 책을 읽은 어느 현직 고등학교 교사는 느낌을 이렇게 밝히고 있다.
“40만에 이르는 교원이 있지만, 아이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한 노력은 늘 학교 바깥에 있는 열정적인 분들의 몫으로 남겨져왔다. 오랫동안 인권교육을 위해 다리품을 팔면서 아이들을 만나온 저자의 글을 정독하는 동안 나는 내내 부끄러웠다. 이 책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의 육성을 하나씩 더듬어가다 보면 온갖 뒤틀린 제도와 차별, 폭력 속에서 상처 입은 오늘날 아이들을 만날 수 있고, 거기에 굴하지 않으려는 자유를 향한 싱그러운 꿈들을 만날 수 있다. 우리 모두 읽고 배워야 할 귀한 교범이다.”
그때 내 친구를 놀렸던 그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이, 지금도 비슷한 행동을 잘못인 줄도 모르고 하는 아이들이, 매일 아이들을 만나는 선생님들이, 청소년 인권을 가볍게 여기는 어른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그래서 많은 것을 느끼기를 바란다. 내가 그랬듯이.

글 / 김유준(칼럼니스트/시나리오작가)

잡지 <엘르 코리아>,  <프리미어>,  <에스콰이어 코리아> 등에서 기자와 디렉터로 일했다.
번역서로 <구로사와 아키라의 꿈은 천재이다>(2000)가 있고, 시나리오집 <빈 방>(2013)과 희곡 <불현듯 민주화>(2020)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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