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연주하며 생명 사랑을 배워요

서울등마초등학교 ‘1인 1악기’ 수업

서울등마초등학교의 ‘1인 1악기’ 수업은 독특하다. 단순히 악기를 배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연에서음악적 감수성을 키우고 생명 사랑을 통해 노래하는 기쁨을 자연스레 얻을 수 있는 생태예술 융합교육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로 힘겹던 시간을 털어내고 지난 10월 한 달, 서울등마초등학교에서는 매일같이 악기 연주와 부채춤 등의 공연이 어우러지는 축제 한마당이 펼쳐졌다.

감성을 깨우고 사랑과 기쁨을 알려주는 교육

감성을 깨우고 사랑과 기쁨을 알려주는 교육

서울등마초등학교 학생들이 사물놀이로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파란 하늘에 만국기가 펄럭였다. 인조잔디가 깔린 운동장에서 맑은 가을 햇빛 아래 아이들이 모여 악기를 연주하고 있었다. 반짝이 셔츠를 입은 이은주 교장선생님도 그 틈에 섞여 열심히 율동을 하고 지휘를 하며 아이들처럼 해맑게 한데 어울린다.
“아이들과 같이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하며 어울리는 동안 마치 제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마리아 선생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음악으로 우리 아이들 속에 있는 고운 감성을 끄집어내어 사랑과 기쁨을 알려주고 싶어요.”
서울등마초등학교 학교 축제 마지막 날이었다. 코로나19로 침체된 학교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고 기운을 북돋울 계기를 찾기 위해 마련한 축제였다. 10월 한 달 내내 진행된 축제는 ‘생태예술 융합교육 축제’ 형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매일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이어지도록 기획하고 운영했다. 학년별로 나뉘어 타악기를 연주하고 오케스트라를 공연하며 부채춤과 율동이 어우러지는가 하면 주변으로는 닭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사랑해야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사랑해야 음악을 이해할 수 있다

서울등마초등학교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르는 닭을 바로 곁에서 관찰하고 있다.

서울등마초등학교 운동장에 들어선 취재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도 그럴 것이, 닭들이 교정을 어슬렁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건 커다란 수탉과 암탉을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만지며 데리고 노는 모습이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부화시켜 병아리 때부터 돌보며 키운 닭들이다. 5학년 6반 김도진 학생은 암탉 한 마리를 안고 다니기도 하고 운동장에 벌렁 누워 배 위에 올려놓고 어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고양이나 강아지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
“얘는 이름이 라리예요. 제가 라리 아빠죠. 부화했을 때부터 돌봐서 저를 잘 따라요. 저는 집도 서울이고 친가도 외가도 모두 서울이라 동물을 가까이서 접한 건 처음이에요. TV에서 볼 때는 저런 동물이 있구나 하는 정도였는데, 닭을 키우면서 만지고 대화도 해보니까 뭔가 아끼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요. 감정도 전달되는 것 같아 신기하기도 하고 먹이를 만들어 가져다주고 그러다 보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것 같기도 해요.”
음악의 감정에서 음악은 비롯된다. 감정을 가진 사람이 최고의 악기다. 서울등마초등학교 이은주 교장선생님은 감수성을 기르기 위한 수업이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기술 연습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생태예술 융합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를 구체화할 방안을 찾기로 했다.

꼬끼오 닭 울음에서 음감을 배우다

꼬끼오 닭 울음에서 음감을 배우다

서울등마초등학교 학생들은 악기를 배우며 생명 사랑과 예술을 함께 배우고 있다.

“사랑이 필요해요. 제발 모두를 사랑해주세요.” 영화에서 자녀들에게 질서와 엄격함을 강요하는 폰 트랩 대령에게 마리아가 호소하는 장면이다. 극 중 마리아 선생은 사랑을 줄 때 아이들의 마음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고 믿었다. 이처럼 서울등마초등학교도 먼저 아이들 마음속의 기쁨과 사랑을 찾아낼  기회를 갖기로 했다. 단순히 교실과 교과서에서 얻을 수 있는 감수성 교육이 아니라, 자연을 통해 생명 사랑과 예술을 배우는 생태융합교육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체험학습과 야외활동이 제한되어 아쉬움이 컸다. 학교 뒤에 봉제산이 있고 울창한 나무로 둘러싸인 예쁜 학교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체험이 있어야 배경지식이 생겨나 대상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민하던 중 5학년 실과 시간의 ‘닭 기르기’ 단원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움직이는 동물을 좋아하는 시기의 아이들에게 닭 기르기 과정은 실제 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에서 부화한 작은 생명체가 움직이며 자라가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그 무엇보다 실제적인 생태학습이 될 터였다.

학생들이 마음속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교육을 통해 사랑과 기쁨을 알려주려고 한다.

부화한 다섯 마리 병아리들에게 이름을 지어줬다. ‘도레미파솔’의 음계를 따 친근하게 붙인 이름은 아이들도 좋아했다. 어느 날 닭이 ‘꼬끼오’라고 처음 울었을 때는 소리를 녹음하려고 달려가기도 했다. 닭 울음소리는 아이들 음악 수업에서 음정을 듣고 표현하는 음감 영역으로 활용되었다.
이렇게 닭에게 먹이를 주며 함께 놀고 교실과 운동장에서는 부채춤과 국악, 타악기 연주를 배우고 즐기는 동안 아이들은 자연스레 감정 표현과 대화 주제가 풍부해졌다. ‘1인 1악기’ 수업은 단지 악기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노래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는 의도는 기대 이상으로 효과가 컸다. 서울 도심이지만 아이들이 생명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마음속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다면,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태와 예술이 융합된 감수성 교육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조금씩 확인되고 있는 셈이다.

마음의 기쁨을 찾아내면 노래하게 된다

마음의 기쁨을 찾아내면 노래하게 된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모두 어울려 즐거운 축제를 즐기고 있다.

“교육은 결국 사랑을 알게 해주는 것입니다. 자연을 사랑하면 치유의 효과가 있고 어떤 대상을 사랑하면 기쁨이 오고 기쁜 마음이 생기면 노래를 하게 되지요. 노래란 큰 범위로 이해하면 시가 될 수도 있고, 악기 연주나 아리아, 그림, 스포츠 등 자신을 표현하는 언어적·비언어적 표현을 이르는 것이기도 합다. 8음계를 활용하면 특별한 각자의 방식으로 국악, 시조, 연극, 뮤지컬 같은 예술적 방식의 다양한 장르를 만나게 되지요.”
이은주 교장선생님은 이런 맥락에서  2021년 학교의 진로교육을  8음계 중심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악기는 전교생이 배우도록 했다. 1·2·3학년은 칼림바를, 4·5·6학년은 우쿠렐레를 기본으로 배웠다. 전교생이 기본 악기를 연주하고 뮤지컬을 하고, 연극도 수업에 넣었다. 학교 등교맞이 시간에도 악기 연주를 활용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뀌는 감정을 연주와 노래로 연결하는 법도 알려주려고 했다. 화가 나도 노래로 넘어가고 어색한 분위기도 뮤지컬처럼 대화하면 풀리는 것도  배웠다. 아이들은 악기를 위해 내가 있는 것이 아니고 노래를 위해 악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악기가 있다는 것을 점점 이해하기 시작했다. 아이들 스스로 가장 소중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걸 알고, 악기가 아이들의 감정과 기분을 위로하고 꿈을 실어주는 수레가 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스스럼없이 어울리다 보니 아이들도 ‘교장선생님’이라고 부르는 대신 ‘아리쌤’이라고 친근히 부를 때가 더 많다.

학생들은 칼림바 수업에 참여하며 긍정과 즐거운 마음으로 가득해진다.

취재가 있던 축제 마지막 날 전교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연주한 곡은 ‘똑같아요’였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젓가락 두 짝이 똑같아요. 도미솔 도미솔 라라라 솔, 파파파 미미미 레레레 도.” 노랫말을 바꿔 상상하며 연주해보기도 한다. 무엇이 무엇이 즐거울까. 내 꿈은 내 꿈은 무엇일까. 내 꿈은 무엇을 노래할까. 어떻게 어떻게 행복할까. 그래서 뒷말을 혼자 붙여보며 음정을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동안 어느새 마음은 긍정과 즐거움으로 충만해진다.
올해를 시작하며 코로나19로 어른들보다 더 힘겨워했을 아이들에게 음악 교육으로 활기를 찾아주고 흥을 불러일으키게 하자는 서울등마초등학교의 노력은 생태와 예술이 어우러지는 ‘축제가 있는 학교’로 승화되었고, 10월 한 달 내내 이루어진 ‘10월의 어느 멋진 날’로 행복하게 마무리되었다.

인터뷰_5월이후

서울등마초등학교 이은주 교장선생님

자연과 생명의 중요함을 배워요!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은 디지털 중심의 미래사회에서도 인간이 유연함을 잃지 않고 살아갈 중요한 방법입니다. 이런 생각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자연스럽게 아우를 수 있는 생태전환교육과 예술교육을 융합해 연간 교육과정을 재구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모두 악기를 하나씩 연주하게 되었고 한 달간 가을 축제를 통해 갈고닦은 끼와 꿈을 마음껏 펼쳤습니다. 음악은 인간 감정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세계 공통 언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꾸는 꿈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진단키트이기도 하지요. 축제는 막을 내렸지만 음악 수업은 일상처럼 계속될 예정입니다. 11월부터는 아이들이 등교하면서 체육관에 모여 연주한 뒤 교실로 들어가고, 가족 동아리 활동으로는 매주 금요일 화상을 통해 진행하는 가족 악기 지도 프로그램도 준비했어요. 또 12월에는 전교생 음악회도 열 계획인데, 모든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갈 합주와 춤의 앙상블이 정말 기대됩니다.

⁄ 이경섭  이미지 ⁄ 강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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