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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불광초등학교에 학부모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왔다. 학부모는 선생님과의 일 년 동안의 특별한 이야기를,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 따뜻해지는 가르침’이라며 A4용지 3장 가득 감사함을 담아 보냈다. 책을 매개로 교사와 학생이 진심으로 교감하고, 이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신뢰를 쌓아갔던 이야기. 이선해 선생님과 진종연 학부모 그리고 진시안 학생이 다시 만났다.

글. 신병철 / 사진. 김정호

책을 통한 교사와 학생의 교감

진종연.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늘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고 하니까 시안이가 꿈만 같다면서 자기 볼을 꼬집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지난 2월에 뵀던 게 마지막이었는데, 그동안 잘 지내셨죠?

이선해. 서너 달쯤 됐으니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건 아니지만, 저도 그동안 시안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고 보고 싶었어요. 제가 올해 서울불광초에서 서울안산초로 자리를 옮기면서 시안이를 볼 기회가 더 없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돼서 너무 반가워요.

진종연. 작년 시안이가 2학년에 올라가기 두 달 전쯤에 큰 수술을 받아서 휠체어를 타고 등교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여기에 자기는 장애가 있다는 걸 스스로도 인식하기 시작했던 때라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혹시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을 특히 더 많이 했어요.

이선해. 첫 면담 때 아버님이 “무엇보다 시안이가 마음 다치지 않고 학교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네요. 수술 때문에 개학하고 보름 정도 있다가 시안이를 처음 만났는데 조금 긴장한 모습이었지만 수업태도도 너무 좋고, 주변 친구들을 아우르는 적극적인 아이였어요.

진종연. 당시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사실 학습은 우선순위가 낮을 수밖에 없었어요. 공부보다는 다른 게 먼저였죠.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이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선해. 아버님 걱정과는 달리 시안이는 제가 하는 말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아이예요. 제가 한번은 “혹시 집에서 공부를 봐주시냐”고 여쭤봤을 정도로 학습 측면에서도 잘 준비되어 있었고요.

학부모와 교사, 서로에게 전하는 감사

진종연. 선생님께서 학기 초에 수업 전이나 쉬는 시간에 읽을 만한 책을 학교에 가져와달라는 안내장을 보내셨어요. 몇 번이고 안내장이 왔는데도 그럴 여력이 없다는 핑계로 책을 챙겨주지 못했죠.

이선해. 그동안 교사생활을 하면서 많은 아이를 보며 초등학교 때는 ‘책이 정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코로나19 때문에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마음껏 움직이지도 못하고 도서관에 가기도 어려우니, 집에 있는 책을 가져와서 보게 하자는 생각이었죠.

진종연. 하루는 시안이를 데리러 학교에 갔는데 저를 보자마자 세상 밝은 표정으로 “아빠, 선생님이 나한테 책이랑 편지 주셨어!”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신경 써주지 못했던 책을 선생님이 직접 쓰신 편지와 함께 따로 챙겨주신 거죠. 예쁜 편지지에다가 답장을 써야 한다며 함께 편지지도 사러 가고, 학교와 병원을 오가는 즐거울 것 없는 일상에 기분 좋은 일이 생긴 거예요.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저도 덩달아 행복했고요. 처음 책과 편지를 받았을 때는 하나의 이벤트 정도로만 여겼지, 그렇게 일 년 내내 선생님과 시안이 사이에 책과 편지가 오고 갈 줄은 몰랐어요.

이선해. 시안이가 평소 모든 걸 완벽하게 준비하는 편이었는데, 집에서 따로 책을 가져오지 않아서 학교에서는 교과서만 봤었어요. 제가 본 시안이는 표현력과 문해력이 좋고 국어적 역량이 뛰어나요. 그래서 교과서만 볼 게 아니라 다양한 책을 접하면 어떨까 싶어서 비슷한 또래인 제 아들이 재밌게 읽고 좋아했던 책을 권했어요.

진종연. 선생님이 보내주신 거니까 꼭 다 읽어야 한다며 꾸준히 책을 접하면서 그전까지는 제가 도와줘야 했던 독서록 쓰기를 2학기쯤 되니까 혼자서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해내더라고요. 이게 독서의 힘이구나 싶었어요.

이선해. 시안이는 그럴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였어요. 그 힘이 조금 싹이 나왔을 뿐이죠. 최근 몇 년은 아이들과 뭔가를 주고받으며 교감할 수도 없고 학교도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교사로서 답답한 상황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시안이와의 교감이 저도 즐거웠고, 교사생활에 큰 힘이 됐어요. 시안이 눈빛을 보면 제 마음을 온전히 받아준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진종연. 시안이가 아직도 선생님께 받은 편지를 자기 서랍 가장 깊숙한 곳에 고이 모셔놓고 있어요. 가장 소중한 보물인 거죠. 작년에 선생님과 있었던 일이 저에게도 꿈만 같아요. 걱정만 가득할 수 있었던 날들에 큰 기쁨과 행복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선생님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나중에 시안이가 결혼하게 되면 꼭 선생님께 주례를 서달라고 부탁드릴 거예요.

이선해. 오히려 제가 더 감사드리고 싶어요. 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바로 아이와 진심으로 교감하고 있다고 느낄 때예요. 교사로서의 제 진심을 받아줘서 시안이와 아버님께 감사드려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시안이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시안아,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나중에 너에게 상상도 할 수 없는 큰일이 벌어질 거야. 앞으로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해보렴. 행복하게.”

진시안. 작년 한 해 동안 책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너무 행복했어요. 선생님이 계셔서 저도 더 힘이 났어요. 선생님,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진시안 학생과 이선해 선생님이 주고받았던 편지

(왼쪽부터) 진종연 학부모, 진시한 학생, 이선해 선생님

선생님과 있었던 일이 꿈만 같아요. 걱정만 가득할 수 있었던 날들에 큰 기쁨과 행복을 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진종연 학부모

교사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이와 진심으로 교감할 때예요. 교사로서의 제 진심을 받아줘서 제가 더 감사해요.

이선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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