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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기소개를 할 때면, 직업을 먼저 이야기하게 된다. 배우 박재민의 이름 앞에 그의 직업을 하나하나 나열하고 설명하려면 아마 그리 짧은 시간에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배우 박재민을 가리키는 말 중 하나가 ‘열 개’의 직업을 가졌다고 해서 ‘십 잡스(10 Jobs)’이다. 본업을 묻는 말에 하고 싶은 건 많아도 되고 싶은 직업은 없단다. ‘직업 부자’에게 들려온 예상외의 답변. 이쯤 되니 직업 이야기가 더 궁금해진다. 배우 박재민을 만나 직업 그리고 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글. 신병철 / 사진. 이지수

Q. 배우 이외에도 수많은 활동을 하고 계신데,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나요?

직업이라는 개념 안에서 현재 활동하는 것을 꼽아보자면, 먼저 배우, 방송인, MC, 작가, 교수, 스포츠 해설가, 스포츠기관의 행정가와 지도자 그리고 농구, 브레이킹 심판이 있겠네요. 특히 오는 2024년에 열릴 예정인 강원도 청소년 동계올림픽의 스노보드 공인 심판으로도 선발됐어요. 더 예전으로 돌아간다면 일반 회사원인 적도 있었고, 비보이로도 오래 활동했었고, 농구선수도 했었어요.

Q. 많은 직업 중에서 본업이라고 생각하는 직업이 있나요?

어릴 때부터 ‘직업이 나를 오롯이 대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어요. 직업은 돈을 버는 수단이지 궁극적인 지향점이 아니었죠. 나를 대표하는 직업이 있을까? 만들고 싶지도 않고, 여전히 없다고 생각해요. 직업은 좋아하는 활동을 꾸준히 하면서 인생의 이상향을 찾아가는 ‘연료’일 뿐, 목적지는 아니에요.

Q. 가장 재미있고 즐겁다는 느끼는 직업은 무엇인가요?

다 너무 재미있어요. 배우로서 촬영이 없을 때는 학교에서 강의도 하고, 학교가 방학일 때는 스포츠 심판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주말에는 책도 쓰고요. 여러 활동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저의 직업을 완성하는 거죠. 이 일이 너무 힘들고 지치면 저 일로 힐링하고, 다시 저 일로 스트레스를 받고 한계에 부딪히면 다른 일로 풀어요.

Q. 학창 시절에도 지금처럼 다양한 꿈을 꿨나요?

어렸을 때 장래희망을 적을 때면 ‘엄마아빠랑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적어냈어요. 저에게 꿈이라는 건 죽기 직전까지 이루고 싶은 삶의 이상향인데, 사람들은 특정 직업을 꼽기를 강요하더라고요. 근데 저는 장래희망이 직업이었던 적이 없어요. 그래서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죠. 여전히 제 꿈은 가족과 오순도순 행복하게 오래 사는 거예요.

Q. 멈추지 않고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가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는 흔히 말하는 ‘4대 보험이 나오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정규직’이라면 안정된 삶을 살 수는 있겠지만, 도전을 할 수 있는 여유는 줄어들죠.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몇 달이고 온전히 도전에만 투자할 수는 없잖아요. 근데 저는 도전을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아요. 또, 각각의 직업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해요. 시간도 많이 쏟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거죠. 재미있는 건 그러다 보면 도전도, 열정도 습관이 돼요. 저에게 “어떻게 하루하루를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냐?”고 많이 물어보시는데, 저 스스로는 열정이 없어졌다고 느껴요. 그렇게 느낄 정도로 도전이 습관이 된 거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있다면 비록 지금은 실력이 없는 상황이라도 5년, 10년, 20년 뒤에는 뛰어난 재능을 재미있게 펼칠 수 있을 거예요.”

Q.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운 순간들에 좌절하지 않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아무 생각 없이 해야 해요. (웃음) 오히려 목표가 뚜렷하면 더 안 되더라고요. 어느 수준까지 올라서야 한다는 뚜렷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순간, 좌절감이 너무 컸어요. 돈이 되든 안 되든, 슬럼프를 겪든 호황기를 맞든, 흔히 말하는 대박이 나도 “잘됐네. 근데 오래 안 갈 거야”, 잘 안됐을 때도 “망했네. 다음에 잘 되겠지 뭐” 그렇게 아무 생각 없었죠. <아웃라이어>라는 책에 1만 시간의 법칙이 나오잖아요. 중요한 건 아무 생각 없이 버티니까 어느 순간 1만 시간이 채워져 있었어요. 성장곡선이 오르는 시기가 늦더라도 그 곡선의 기울기는 가파르게 올라가더라고요. 슬럼프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 비우기’입니다.

Q. 꿈과 진로 선택을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 부탁드립니다.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서 놀라셨을 것 같아요. (웃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중 뭘 선택해야 할지 많이들 고민하잖아요. 둘 다 가져가야 해요. 단, 좋아하는 것 80%, 잘하는 것 20%. 아무리 내가 재능 있는 직업을 선택했어도 꿈과 삶의 이상향을 찾지 못한다면 그 직업이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아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게 있다면 비록 지금은 실력이 없는 상황이라도 5년, 10년, 20년 뒤에는 더 뛰어난 재능을 재미있게 펼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이 순간에도 “아! 이거 다 보고 ‘그거’하러 가야지”하고 생각나는 그것. 바로 그것부터 시작하세요. 그게 여러분이 삶의 행복과 정체성을 찾는 직업이 될 거예요. ‘십 잡스’ 박재민이 여러분을 응원하겠습니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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