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그냥 한국 아이들입니다”

‘다문화’로 분리하지 않는 ‘다문화교육’

“그들은 그냥 한국 아이들입니다”. ‘다문화’로 분리하지 않는 ‘다문화교육’.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7 초·중·고 전체 다문화 학생 수가 10만 명을 넘어 작년에는 12만 명으로 증가했다. 2006년 다문화교육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후 10배가 넘는 숫자로 증가한 실정이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7 초·중·고 전체 다문화 학생 수가 10만 명을 넘어 작년에는 12만 명으로 증가했다. 2006년 다문화교육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후 10배가 넘는 숫자로 증가한 실정이다. 그러나 우리의 다문화교육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다문화 학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되짚어보고, 올바른 다문화교육의 방향을 모색해본다.

다문화 학생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

Q. 최근 서울 및 대도시에도 다문화 학생이 많이 늘었습니다. 관련 교육 방향이 필요한 시점인데요. 다문화 학생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아무래도 언어소통이겠죠?

A. 경기도의 한 공단 밀집 지역 초등학교는 다문화 학생이 한국 학생보다 더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그 학교는 한국어교육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운영합니다. 이렇게 특별교육이 이뤄지는 것도 좋지만, 모든 학교가 그런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여기서 왜 많은 다문화 학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한국말을 잘 못 하는 경우가 생기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Q. 부모가 한국말을 잘 못 하니, 당연히 다문화 학생들도 잘 못 하는 거 아닌가요?

A.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와 외국에서 태어나 중도에 입국한 아이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외국에서 부모를 따라온 경우 당연히 한국말이 낯설고 어렵겠죠. 하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학생이 훨씬 더 많습니다. 80% 이상이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입니다. 그런데도 초등학교 입학 전 한국어에 어려움을 느끼는 건 미취학 아동기에 제대로 된 한국어교육의 기회가 없었다는 걸 방증합니다. 가정에서 부모의 언어로만 케어되는 거죠. 다문화교육은 초등 이전부터 진행돼야 합니다. 미취학 아동기부터 시작되는 다문화 학생 한국어교육의 체계적 시스템이 없는 거죠.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학생이 훨씬 더 많은데도 그들의 한국어가 서툴다는 건 다문화 학생에 대한 폐쇄성을 보여주는 겁니다.

Q. 다문화 학생이 더 많은 학교도 있고, 한국에서 태어난 다문화 학생이 훨씬 더 많다면 이제 다문화교육이 필수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다문화교육 무엇에 중점을 둬야 할까요?

A. 언어, 문화이해, 교육기회, 진로 등 전방위적으로 신경 써야 하는데요. 우리가 어떤 의도를 갖고 한 행동이나 말은 아니지만 다문화 학생들에게는 혼란, 혹은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의도하진 않았으나, 세심하게 배려하지 못한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Q. 구체적으로 어떤 경우인가요?

A. 한국말을 잘 모를 거라 생각하고 옆에서 부모나 가정상황에 대해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중도입국한 아이보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가 훨씬 많습니다. 비록 가정에서는 한국어에 서툰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아이들은 한국어에 대한 거부감이나 낯섦이 별로 없습니다. 발음이 좀 서툴다고 해서 못 알아듣는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억양을 통해 뉘앙스까지도 알아듣는 경우도 많습니다. 잘 몰랐던 자신의 가정상황에 대해 주변 어른들로부터 이야기 듣는 건 상황에 따라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너무도 당연하게 물어보는 질문들이 정체성에 혼란을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Q. 다문화 학생에게 하지 말아야 할 질문은 뭔가요?

A.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보거나 너네 나라 말을 해보라고 하는 겁니다. 아이는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고 부모의 나라는 잘 모르는 어딘가일 뿐인데 이런 질문을 듣습니다. 또 부모에 대한 국적도 다른 아이들 앞에서 묻지 않는 게 좋습니다. 궁금하다면 서류를 살펴보면 되죠. “엄마, 아빠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질문을 들으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소속에 대한 혼란에 잠깁니다. 다른 친구들은 받지 않는 질문을 공개적으로 들었을 때 ‘나는 여기 있는 평범한 한국 사람처럼 살기가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죠. 다문화 가정이라는 말 자체가 이미 구분과 분리의 역할을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한국과 분리되는 느낌을 받는 거죠.

Q. 그렇다면 다문화 가정 말고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요?

A. 한국이민다문화정책연구소 소장, 정지윤 명지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똑같은 ‘한국인’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부터 함께 어울리며 ‘한국인’으로 교육해야 합니다. 우리보다 훨씬 더 많은 다문화 학생이 함께 교육받는 미국에서는 그냥 다 같은 ‘미국인’으로 교육하죠. 그들에게 “너네 나라 말 해보라”고 하지 않아요. 부모의 나라를 구분하지 않고,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에서 평범한 한국인으로 불리고 그렇게 살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함께 어울려 ‘우리’가 되는 교육과 문화

Q. 최근 학교 현장에서 다문화 학생에 대한 놀림, 왕따 등이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까요?

A. 그 아이들이 다문화 학생이라서 더 왕따와 괴롭힘을 당했을까요? 다문화 학생이라서라기보다 학교생활 전반에 놀림, 왕따, 학교폭력이 많은 게 보다 더 실질적인 문제입니다. 전체적인 대인관계성의 문제이고요. 오히려 다문화 학생이 많은 학교에서는 그 아이들이 집단으로 뭉쳐서 다른 아이들을 왕따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 견지에서 다문화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초등학생들에게 다른 나라 문화에 대한 교육에 집중하는 건 별 효과가 없습니다. ‘다문화교육’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며 의도하지 않은 분리를 하지 말고, 아이들이 함께 직접 몸으로 하는 다양한 놀이문화를 만들어주면 됩니다. 안타깝게도 그런 놀이문화가 점점 더 없어지고 그저 스마트폰으로 하는 게임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죠. 이게 더 큰 문제입니다.

Q. 다문화교육이 아닌 몸으로 하는 놀이문화가 더 필요하다는 말씀이신가요?

A. 아이들은 잘 놀 거리만 있으면 서로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없습니다. 초등학생 중에 게임을 하는 시간이 긴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다문화 수용이 낮게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게임에 몰입하는 시간이 길수록 타인을 수용하고 관계성을 맺는 데 배타적으로 된다는 거죠. 다문화 학생을 위한 특별한 코스를 만들기보다 같이 어울려 놀고, 공부하고, 뛰는 기회와 환경을 더 자주 만들어주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리’가 되고 ‘관계성’을 형성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레 왕따 같은 사안도 줄어들게 되죠.

Q. 지금까지 다문화 학생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문화교육에 대해 말씀해주실 것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A. 2012년 교육부에서 ‘다문화교육선진화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다문화 학생을 더는 지원대상이 아닌 두 문화의 장점을 두루 갖춘 글로벌 인재로 바라본다는 내용입니다. 벌써 7년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아직도 ‘한국 초등학교를 무상으로 다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라’는 부정적 시선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다문화 학생들은 부모의 나라보다 한국이 더 익숙합니다. 한국 김치 입맛이고, 한국역사와 문화환경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입니다. 이제 그들을 수용한다는 시선조차 버려야 할 시기가 왔습니다. 수용하는 게 아니라, 원래 우리와 함께 있던 아이들이라고 여기는 의식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아이가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 아이들임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자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시선이 자리하기를 바랍니다.

“그들은 그냥 한국 아이들입니다”. ‘다문화’로 분리하지 않는 ‘다문화교육’.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7 초·중·고 전체 다문화 학생 수가 10만 명을 넘어 작년에는 12만 명으로 증가했다. 2006년 다문화교육을 공식적으로 시작한 후 10배가 넘는 숫자로 증가한 실정이다.

김선호(서울유석초등학교 교사, <초등 자존감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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