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미래교육을 이야기하다

배영직(서울교육연구정보원 교수학습정보부장)
유인숙(창덕여자중학교 교장)
김유정(서울과학고등학교 교사)
강윤지(서울양진초등학교 교사)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과 함께 막연하게 생각했던 미래교육이 눈앞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갑작스럽게 전국 초·중·고에서 일제히 원격수업이 시작되며 교육현장이 안정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키를 잡고 있는 건 역시 교사들이다. 배영직 교수학습정보부장이 코로나19 이전부터 미래교육을 준비해왔던 교사들과 원격수업의 현실과 전망, 발전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유현경 사진 장은주

원격수업의 현장에서 느끼는 가치와 의미

유인숙• 세계사적으로 문명을 바꾼 사건이 몇 개 있는데, 그것이 다 질병이었다고 해요. 코로나19도 그런 역사의 기점이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제가 교장으로 있는 창덕여중은 2015년부터 미래학교 연구학교였고 테크놀로지를 학교 교육에 도입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왔습니다. 에듀테크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거꾸로 테크놀로지를 학습에 종속시키는 학습 도구로 써야합니다. 코로나19로 미래교육이 당겨지긴 했지만 그런 기술들을 수업의 도구로 자꾸 쓰게 해야 디지털 격차가 줄어들고 사회적 갈등요소나 학생간 학습능력 격차가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강윤지• 급작스런 원격수업 도입으로 학교 현장에 혼란도 있지만 인프라 등과 같은 문제점 발견을 통해 원격수업 교육 환경을 점검하게 되었고, 오프라인 수업과는 다른 온라인 수업만의 강점 즉, 개별 학생들의 학습 결과 누가 관리를 통한 피드백 등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교육 분야에 도입된 건 2000년대 초반이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이러닝에서 에듀테크
로 빠르게 변화하며 학교 현장 안착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유정• 원격수업은 개별화와 피드백에 굉장히 좋은 도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속도에 맞춰서 착실하게 할 수 있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아는 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피드백도 장기적인 면에서는 기존 수업을 할 때보다 더 유리한 것 같아요. 피드백을 조금 더 줄 수 있다는 면에서 학생들의 성장을 촉진하는 데에는 충분히 가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배영직• 원격수업을 코로나19로 인한 대응 수단이라 생각할 수 있는데, 미래교육 관점에서 그 시작이 내재되어 있다가 이번에 촉진된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 학생들은 기존의 학력과 다른 역량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우리들이 지향하는 역량과 잠재력 관점에서도 원격수업이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미래교육 관점, 학습자중심 관점에서 보면 미래가 더 밝게 보입니다.

어떤 물리적 환경이 필요한가?

배영직• 각종 기자재를 갖추는 것은 필수지만, 한꺼번에 모든 것을 갖추기에는 시간 및 예산상 어렵습니다. 문제는 기자재들의 사용 연한이 짧아서 지속적인 예산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물리적 환경과 더불어 예비교사 교육과 정부터 선발, 자격연수 등에서 원격수업 역량 및 디지털 소양 등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화하여야 할 것으로 보는데 어떠신가요?

유인숙• 저희 학교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이루기 위해 별도의 ‘테크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거기서 수업에 쓰는 기기나 프로그램을 다 관리해주고 있어서 선생님이 효율적으로 학습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학생 역량을 키우고, 피드백과 개별화가 잘된 학교로 평가받게 했어요. 원격수업이 강제로 시작되었지만 전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습니다. 이걸 사문화시키지 말고 계속 발전시켜야 합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정보 보안의
장벽을 잘 정리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정보 보안 장벽은 낮추고 그것을 위반하는 건 일벌백계하는 식으로 가야지 애초부터 장벽을 높여서 교육에 지장을 주는 건 잘못된 것 같습니다.

강윤지•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원격수업을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서버(플랫폼) 구축이 필요합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에는 다양한 플랫폼이 도입되고 원격수업을 위한 다양한 기기나 물품의 구입이 이루어졌습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원격수업을 위해 교사 연수나 컨설팅이 필요합니다. 또한 기기가 없는 일부 학생들에게 기기를 대여하거나 인터넷 요금 관련 지원 및 올바른 스마트 기기 활용에 대한 생활지도가 필요합니다.

김유정• 각 학교에서 원격수업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요즘에 선생님들 대상으로 카톡방에 하루에 수십 건의 질문이 올라옵니다. 그럼 선생님들 중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분들이 자발적으로 답을 해주세요.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협업하는 장면을 교사 생활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한편으로는 이런 일이 굳이 사단법인에서 만든 카톡방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유인숙(창덕여자중학교 교장)

원격수업에서의 교육과정과 수업 내용은?

배영직• 원격수업의 교육과정과 방법 그리고 시스템에 대한 논의는 계속 제기될 것입니다. 미래교육 관점에서 학생 역량과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두고 추진되어야 할 텐데요. 선생님들 생각은 어떠신가요?

유인숙• 원격수업이 열리면서 선생님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교실 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로 인해서 교사들이 자존심을 걸고 수업 내용을 잘 구조화해서 시행하고 있고, 학생들도 잘 따르고 있어요. 원격수업의 장점에 대한 교육공동체의 공감이 선행되고 교사를 신뢰한다면 얼마든지 교육내용이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윤지• 원격수업이라고 해서 새로운 교육 내용을 가르치는 건 아닙니다. 지역, 학교, 교사, 학생의 상황을 반영하고 교육과정 성취기준을 중심으로 원격수업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김유정• 원격수업을 시작했을 때 EBS 강사와의 비교가 우려되었어요. 그런데 화려함은 뒤처질지 몰라도 아이들과의 현장감은 선생님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 꼼꼼히 피드백하고 학생들 만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는 메시지를 틈틈이 주신다면 비교가 불가할 거예요.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다 보면, ‘우리 선생님’이라는 감정이 생길 것이고 그게 우리의 전문성인 것 같습니다.

 

배영직(서울교육연구정보원 교수학습정보부장)

원격수업의 특성을 살린 학생평가에 대한 고민

배영직• 원격수업은 디지털 데이터화 되고 수시 저장되고 축적됩니다. 축적된 학습의 정도나 평가 정도가 더 객관적이고 타당성을 가지고 진일보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기존 평가 방식인 지식의 습득 정도와 서열 중심으로 평가하는 방법은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선발을 위한 평가와 교육과정 상의 평가는 구분해야 한다는 것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유인숙• 평가는 선발이 아닌 성장을 위한 것입니다. 저희 학교는 상당 부분을 과정중심 수행평가로 하고 있어요. 그동안 그로 인한 민원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은 선생님들이 학생을 성장시키려 평가한다는 학부모들의 신뢰가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선생님들을 신뢰하면 평가가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원격수업이 정착하려면 평가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평가는 공정성 못지않게 타당성과 합목적성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김유정• 교육부 지침을 보면 평가는 숫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선생님들이 하는 평가는 숫자로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순간순간 아이들에게 한 마디 해주는 피드백이 평가거든요. 온라인에서는 숫자로 주는 평가를 못할 뿐 그 이외에 모든 걸 할 수 있습니다. 교사들은 평가를 다각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나중에 숫자를 어떻게 줄까 걱정인데, 저는 지금 당장은 아이들이 했던 이야기를 전부 세특(세부능력특기사항)에 써 줄 수 있겠다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저로서는 충분히 평가를 하고 있는 중인 거죠. 저는 타당성 측면에서는 이 상황이 전보다 좋아졌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유정(서울과학고등학교 교사)

디지털 리터러시 소양교육도 소홀히 말아야

배영직• 원격수업을 계기로 디지털 리터러시 소양교육도 중요한 시점으로 보입니다. 다만 한 가지 강조할 것은 원격수업에서 초상권, 해킹, 보안과 같은 범법행위가 두려워서 수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원격수업의 가치와 의미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인숙• 합목적적으로 수업을 잘되게 하기 위한 장치라면 정보 보안 장벽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하는데 일부의 일탈행위 때문에 전체를 막아놓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교사들에게 정보 보안 한계를 명확하게 해주어 교사들이 망설이지 않고 힘들어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처벌 수위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IT강국임에도 정보 침해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고 들었어요. 문화가 바뀜에 따라서 민도 자체를 높이려고 접근해야지 무조건 장벽을 세워서 선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막는 방향으로 에너지를 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강윤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수 역량 중 하나가 디지털 리터러시입니다. 원격수업을 오프라인 수업의 대안으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원격수업 안에서 학생들은 디지털 리터러시 소양으로서 디지털 활용 능력과 디지털 시민의식을 함께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고 나만의 아이디어를 창의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 저작권 및 초상권 등 나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지키는 의식을 배워야 합니다.

김유정•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건 끊임없이 말하는 거예요. 그리고 사회가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 성범죄가 논란이 될 때마다 처벌이 약한 수준에서 진행된다면 ‘해도 저 정도구나’ 학습할 거예요. 학교에서 얘기하고, 사회적으로도 동시에 교육하는 마음으로 움직여주면 그런 일을 하면 안 되는구나 인식이 생길 겁니다.

 

강윤지(서울양진초등학교 교사)

앞당겨질 미래교육을 기대하며

유인숙• 급작스럽게 교실문이 열렸고 원격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교육을 진일보시킬 수 있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교사들이 자기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행정적·기술적으로 지원이 되고 학부모들이 교사를 더 많이 신뢰해 주었으면 합니다.

김유정• 고등학교로 옮기기 전, 창덕여중에서 근무했을 때 교장 선생님이 중간고사를 보지 말자고 해서 모두가 당황하며 반발했습니다. 그런데 해보니까 조금 더 멀리 본 사람이 하는 제안을 따를 필요가 있겠더라고요. 그 일을 계기로 아이들이 싫어해도 제가 맞는 것 같으면 추진하는, 약간의 고집이 생겼습니다. 진취적 정책이라도 많은 이들이 반대해서 추진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았었다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강윤지• 코로나19 사태로 원격수업이 급하게 펼쳐졌고 예상치 못한 문제와 혼란 속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최선을 다해 원격수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이 지나더라도 원격수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멈추지 말고, 4차 산업 혁명시대 속 미래교육을 위한 우리만의 원격교육시스템 또는 원격교육모델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배영직• 우리가 논의한 것처럼 배움의 본질적인 접근에서 학생의 역량 그리고 잠재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참여와 협력이 활발하게 일어나도록 하기 위해서는 실시간 쌍방향 화상 수업을 보다 확대하여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꿈꾸고 만들어가는 것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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