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로 본 전염병과 역사

1532년 페루의 한 도시에서 오합지졸 수준의 스페인 군인 168명과 잉카 제국 8만 명에 달하는 대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진다. 숫자 면에서 보면 당연히 잉카가 승리를 거두었을 것 같지만, 실제 역사에서는 스페인 군대가 아주 쉽게 잉카의 대군을 물리쳤다. 전투가 쉽게 끝난 이유를 생각해보면, 먼저 무기의 수준차가 있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명저 <총, 균, 쇠>는 스페인 군이 잉카 군을 쉽게 물리친 요인 세 가지를 책 제목으로 하고 있다.

이동환(북 칼럼니스트)

잉카제국으로 향한 스페인 군인 168명에게는 12정의 총이 있었다. 책 제목의 ‘총’은 바로 이런 뜻이다. 그리고 168명의 군인은 철로 된 헬멧, 방패 그리고 창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잉카 군은 총은커녕 쇠로 된 무기도 없었을뿐더러 그들은 철기시대에 들어서지도 못했다. 이것이 바로 책 제목의 ‘쇠’에 해당한다. 책 제목 가운데 ‘균’은 영어로 ‘Germs’, 즉 세균을 의미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세균이 아니라 천연두 바이러스다. 천연두는 소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전염병으로, 소를 가축으로 기르는 유라시아 대륙에서는 천연두가 흔하게 나타나고 천연두에 어느 정도 면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에는 소가 없었다.

스페인은 총과 철제 무기, 그리고 천연두 바이러스로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만들었다. 그 결과 현재 스페인 인구는 4,600만 명이고 전 세계에서 스페인어 사용 인구수는 무려 5억 명에 달한다. 그러니 전염병이 세계 역사를 바꾸었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2019년 12월 12일 중국의 우한에서 새로운 유형의 바이러스로 인해 호흡기 감염질환 환자가 발생한다. ‘코로나19’의 시작이었다. 한국의 첫 확진자는 2020년 1월 20일에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 3월 12일 ‘pandemic(팬데믹)’을 선언한다. 국제 사회는 팬데믹 선언이 너무 늦었다고 WHO를 비난했다. 팬데믹은 모두를 뜻하는 ‘팬(pan)’과 사람을 뜻하는 ‘데믹(demic)’이 합쳐진 단어로, 글자 그대로 모든 사람을 감염시키는 질병이 세계적으로 전파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염병의 위험도에 따라 전염병 경보 단계를 6개로 나누는데, 최고 등급이 바로 팬데믹이다.

2020년 4월 20일 현재 한국의 확진자는 10,674명이며 사망자는 236명이다. 전 세계 확진자는 233만 명이며, 사망자도 16만 명을 넘어섰다. 미국은 확진자 79만 명, 사망자도 4만 명을 넘어 확진자 및 사망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다. 아메리카 대륙에 천연두를 전염시킨 스페인의 확진자는 20만 명을 넘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며 사망자는 20,852명으로 미국과 이탈리아에 이어 세계 3위다.
1796년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을 발명하기 전까지 천연두의 치사율은 90퍼센트에 달했다. 종두법 이후 치사율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1980년 5월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어떻게 될까? 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완전히 없어지지 않고 풍토병처럼 남아있으리라고 예상하는 전문가도 많다. 천연두가 유럽과 아메리카의 역사를 바꾸었으니,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역사도 바뀔까?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중국과 이스라엘 같은 나라는 감시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현상에 우려를 표했다. 미래에 정부가 개인의 생체 정보까지 통제하는 조지 오웰의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가 출현할 수도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한국도 CCTV나 핸드폰, 신용카드로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있어, 개인 사생활을 파헤치는 것이 아니냐고 다른 나라에서는 걱정스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요컨대 미래에 세계 각국은 전염병 확산을 막는다는 명분하에 정부의 감시 체계를 정당화시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두려운 미래다. 과연 ‘코로나19’로 인해 세계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필자는 바이러스와는 어쩔 수 없이 공존할 수밖에 없지만, 빅 브라더와 같이 살 마음은 전혀 없다.

 


 

<총, 균, 쇠>
재레드 다이아몬드 저 | 김진준 역 | 문학사상사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가 각 대륙의 문명
발달 속도에 차이가 왜 생겨났는지, 인간 사회의 문명
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을 명쾌하
게 분석한 책으로 199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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