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에 읽는 <지리의 힘>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되었다. 한 역사학자의 지적처럼 코로나19는 선진국이라는 환상 속에서 은폐되고 미화되었던 구시대 낡은 질서의 치부를 모두 드러냈다.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선망하던 미국이나 사회주의를 지향하던 사람들이 모범으로 삼았던 유럽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흥 강국 중국도 다르지 않았다. 이 와중에 한국은 신흥 강국이 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상대적으로 사람 중심의 의료체계를 추구한 결과였다.

한기호 출판평론가, 월간 <학교도서관저널> 발행인

팀 마샬의 <지리의 힘>을 처음 읽을 때는 우리의 삶이 우리가 살고 있는 ‘땅’에 의해 형성되어왔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다. 세계를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 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북극 등 10개의 지역으로 나누고 지역별로 지리에서 비롯된 경제 전쟁, 세계의 분열, 영유권 분쟁, 빈부 격차를 살펴 본 이 책을 보면서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을 읽어볼 수 있었다.
미야자키 마사카쓰는 <공간의 세계사>에서 5,000년 인류 역사에서 여섯 번의 공간 혁명을 통해 활동 공간이 넓혀졌다고 정리했다. 공간을 지리로 바꾸면 쉽게 이해가 된다. 처음에 인간은 강 주변에 모여 살며 농업혁명을 일으켰다. 다음에는 말을 타고 다니며 다른 나라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룬 것이 두 차례의 도시혁명이다. 그 다음이 배를 타고 대서양을 건 너 새로운 땅을 정복한 대항해시대다. 콜럼버스부터 시작한 ‘항해’로 지표의 70퍼센트를 차지하는 해양공간이 역사 속으로 들어왔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철도와 증기선을 이용한 상품의 대량 수송이 가능하면서 자본주의가 발흥했다. 마지막은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발생한 전자(정보 혹은 디지털) 혁명이다.

디지털 혁명 덕분에 우리는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지 않아도 ‘바라보는 화면’이 같으면 같은 공간에 살 수 있다. 이른바 초연결사회다. 코로나19는 우리가 초연결사회를 살고 있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확실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즉 전 인류가 하나의 공동체이면서 개인은 저마다 ‘유일한 방역선’이라는 깨달음을 갖게 했다. 한 사람의 일탈이 모두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엄청난 소득이었다. 한없이 왜소해지던 개인의 자긍심이 커지는 동시에 권력자들도 인간의 마음을 얻어야만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절감하도록 만들었다. 간략하게 말해 사람 중심의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줬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에 다시 <지리의 힘>을 꼼꼼히 읽으니 앞으로 지구상에서 벌어질 패권전쟁의 양상이 짐작됐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새로운 냉전이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데올로기 전쟁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G2의 전쟁이다. <지리의 힘>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그동안 벌여온 각축전도 잘 정리되어 있다. 미국이 하드파워 전략으로 세계의 경찰 행세를 자임하는 가운데 중국은 공자 학회와 공자 학교 등을 활용한 소프트파워 전략으로 정신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발전을 위해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 들었다. 이 책에는 특히 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중국이 일방적인 지배가 아닌 윈윈전략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얻으려 한 과정이 잘 정리되어 있다.

지리적 특성상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되는 바람에 수많은 고난에 시달려 온 한반도는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코로나19가 등장하기 전에도 한반도는 열강이 각축전을 벌이는 틈바구니에서 자존심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해왔다. 앞으로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구상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바라는 국가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한반도의 통일을 이뤄내고 우리 민족이 많이 살고 있는 중국의 동북 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과도 호혜적 관계를 정립한다면 우리도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룰 것이다. 그리고 육로로 유럽까지 여행하는 날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리의 힘>을 읽으며 그 꿈을 꾸어보시길…….

 


<지리의 힘>
팀 마샬 저 김미선 역 사이
국제 문제 전문 저널리스트로 활동해온 저자가
전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눠 ‘지리의 힘’이
21세기 현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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