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제도개혁, 창조적 파괴를 말할 때이다

서울휘봉초등학교 설진성 교사

  1. 서론

일반 국민들이 보기에 교장이 된 사람들은 교육전문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언뜻 당연하다고 여기는 가정이 들어있습니다. 교장이 될 만큼 공교육에 헌신하였고, 뛰어난 교육전문성을 갖추었기에 교장이 된 것이라고 말입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 교장이 되는 시스템은 교육전문성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차곡차곡 마일리지를 쌓듯 점수를 모은 행정전문가들이 승진이 쉽게 되고 일찍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행정전문가가 되는 과정에서 교육전문성을 보장할 수 없고, 승진 대열에 선 중견교사가 학교혁신을 가로막는 구조가 되고 있습니다. 물론 교원의 교육전문성이 출중한 분이 교장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교장을 승진 및 임명하는 국가적 제도가 교육전문성을 보장해 주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교장자격증 제도는 교원들이 교장을 신분계급으로 생각하도록 만드는 경향이 강합니다. 교장중임제도는 그것을 더욱 강화하며 승진적체현상을 유발하고, 승진적체현상은 승진경쟁을 심화하면서 행정중심 관료주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근무평정과 연구점수, 가산점에서 실적과 책임만 강조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교장공모제도는 교장을 뽑는 과정에서 학생, 학부모, 교원의 의견을 반영하는 민주적인 제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공모제를 악용하는 사례가 있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학교구성원의 의견이 왜곡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교육과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려는 혁신학교마저도 공모교장을 외면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해당 학교 내부구성원의 자율적인 판단이라면 존중하겠지만, 그것이 아니라 일부 학교운영위원들의 과점과 의견 차단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것입니다.

아무리 문제가 많은 제도라 할지라도 우리 삶은 그것에 적응합니다. 때로는 모순덩어리 제도라고 할지라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마치 처음엔 발뒤꿈치가 아픈 새신발도 길이 들면 익숙해지듯 말입니다. 그러나 모순이 심해지면 중국 청나라 전족(纏足)처럼 발가락 마디를 뒤틀고 변형하는 신발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 점에 경고를 보내는 것입니다.

청조 후기에 정부에서 내린 전족금지 조치를 앞장서서 반대한 사람이 누군지 아십니까? 바로 전족을 당했던 여성들이었습니다. 전족을 그들의 정체성으로 내면화 했던 그들은 극단적으로 제도에 순치(domestication)된 이들이었습니다. 노예제를 찬성하는 노예들처럼 말입니다.

 

교장중임제는 승진을 하려는 교원이 전문성을 높일 수 없고, 공모교장제도를 흔들고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가 바라는 교육혁신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임 대기자가 많으니 새롭게 교장이 되기도 어렵고 경쟁도 치열하니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들은 교장의 명령에 복종하게 되는 구조입니다. 이런 곳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을 통해 교육과정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교육청은 이들에게 중임을 보장해 주기 위하여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의 의견은 일절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발령을 내고 있습니다. 교장들은 힘들게 교장이 되었으니 중임 찬스를 이어가기 위하여 공모교장을 하고 또 하며, 결국 교장으로 정년을 맞이합니다. 교장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까닭이고 전족(纏足)의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하는 까닭입니다.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말하며 사회 제도 안에 중층적으로 누적된 모순을 해결하는 기제를 제시하였습니다. 누구도 문제를 알지만 쉽사리 바꿀 수 없는 상태가 된 교장제도! 우리는 경제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모습 속에서 딜레마 상태를 많이 목격합니다. 경제문제는 너무도 복잡하게 이해당사자들이 얽혀 있고 저항도 심하기 때문에 경제정책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런 때에는 사회공동체의 공익향상을 목적으로 과감히 모순적인 현재 제도를 파괴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미 중간 편익을 가진 교원을 위해 최소한의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본질적으로 교장제도의 개혁을 위한 과정적 의미만 있습니다.

현재의 교장인사제도는 어떤 문제를 안고 있습니까? 어떤 대안이 가능합니까? 법률적으로는 어떻게 접근할 수 있습니까? 어떤 경과조치와 보완조치가 필요합니까? 이 글에서는 차례차례 앞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강력한 저항이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교장인사제도를 개혁해야 하는 까닭을 나누고자 합니다. 현재 교장제도를 보완하는 교장공모제와 승진임명된 교장의 권리를 보장하는 교장중임제의 문제점에 대하여 몇 가지 중요한 사항을 짚어가며 논의해 보고자 합니다.

 

. 본론

현재 교장인사제도는 우리 공교육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서 화학적으로 작용하며 문제들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공식화된 교장정체성은 내선일체와 황국신민의 식민지관을 효율적으로 교사와 학생들에게 이식하는 것이었고, 강력한 통제력을 발휘하였습니다. 이러한 강력한 관료적 인사체제는 군사정부, 유신정권, 신군부를 거치면서 강화되는 경향이 있었고, 현재의 교육공무원법 및 임용령, 초․중등교육법은 교장을 유일한 학교의 권한주체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1. 교장공모제

. 교장공모제 현황

박근영(2018)과 전수빈, 이효정(2018)의 연구에 근거하여 보면, 2018년 3월 현재 전국 학교를 기준으로 16% 정도가 공모교장으로 교장을 선발하였습니다(박근영, 2018; 양태정, 2018; 전수빈, 이효정, 2018). 비율로만 보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약 95%가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원이 선발된다는 점에서 볼 때 교장공모제의 원래 취지인 자율적 학교운영과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고자 했던 점을 충족하고 있는지 의심스럽습니다(표 1 참조).

2019년 현재 전국 초․중․고 학교에 교장 중에 어느 정도가 교육경력 15년 이상의 교사인지 교육부는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비율을 확인하기 어려우나 매우 소수인 것은 분명합니다.

구분 초빙형() 내부형() 개방형() 합계 비율
교장자격증 소지자 1,157 516 25 1,698 95.3%
교장자격증 미소지자 0 56 28 84 4.7%
합계 1,157 572 53 1,782 100.0%
비율 64.9% 32.1% 2.9% 100%  

 

<표 1>에는 교장공모제의 종류가 나열되어 있습니다. 초빙형은 일반학교에서 교장공모제를 운영, 내부형은 자율학교 및 혁신학교에서 운영, 개방형은 마이스터고와 같이 특정 교육과정을 위하여 교장공모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중 자율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내부형은 교장자격증자만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A와 내부형B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습니다만 교육공무원임용령에 근거하여 일반교사가 지원할 수 있는 내부형B의 비율을 50%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운영하는 일반학교가 늘어나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인정할 수 있으나, 자율학교인 혁신학교마저도 교장자격증자가 일반교사 출신 교원보다 9배 가까이 임용되는 까닭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표 1 참조). 일반교사가 공모교장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 원인으로는, 첫째, 교장 중심으로 운영되는 학교운영위원회가 학부모, 학생, 교원으로 구성된 학교공동체 전체 의견을 가로막는 전횡을 부릴 수 있습니다. 둘째, 이미 교장자격증을 소유한 교감들이 대거 내부형 교장공모에 몰리면서 15년 경력 이상의 교사들이 탈락하게 될 수 있습니다. 교장 자격을 가진 자, 특히 교감들이 서로 짜고 여러 학교를 공통으로 응모하고 심사과정에서 각각 한 곳씩에 집중하여 당선되는 담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중앙일보, 2019.8월 검색).

초중등교육법은 교장을 교무를 통할하는 주체이고 교원을 지도 및 감독하는 존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민주적인 학교운영을 실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혁신학교는 『자율학교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훈령』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의 자율적인 운영을 허용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적어도 혁신학교가 자율적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위하여 필요한 가장 중요한 조치는 승진임명된 교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학교구성원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에 의하여 교장공모제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공모교장제에 대하여 학부모들은 현재보다 확대 시행되어야 한다고 보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그만큼 교장자격증 미소지자 교장들이 행정업무를 맡고 교감이 헌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달라지고 있습니다(전수빈, 김갑성, 이효정, 박인심, 2018). 이에 다음 내용은 지난 2019년 11월 22일에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교장제도개혁 토론 및 결의대회”에서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정재석 교사가 발표한 내용을 정리하여 실었습니다.

 

. 내부형B 공모교장들의 혁신적인 사례(정재석, 2019)

여기서 소개하는 공모교장들은 교사자격증을 가지고 교장이 된 내부형B에 해당하는 분들입니다. 광주광역시에서 근무하는 김운동 교장은 본인이 직접 청소계획을 세우고 청소를 합니다. 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학교폭력업무를 맡아서 하고 있고, 공모교장 업무, 학부모 관련 업무, 지역사회 관련 업무, 보결수업을 본인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근무하는 채송화 교장은 교장실을 개방하여 놀이터처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호칭을 ‘송화 샘’으로 부르게 함으로서 교무회의에서 수평적 의사결정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채송화 교장은 학부모회와 마을교육공동체 관련 업무를 본인의 업무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전라북도에서 근무하는 최다해 교장은 교장실을 두지 않고 교무실에서 상주하며 3학년 과학수업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매우 과중한 업무들인 방과후 업무와 돌봄교실 업무를 전담하고 있었습니다.

내부형B 공모교장들은 공통적으로 위기학생을 상담하고, 학생들과의 인격적 만남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 전체를 만나고 민주적으로 의사결정하려고 합니다. 또한 행정실무와 공모사업을 담당하여 교사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합니다. 이와 같은 공모교장의 노력으로 인하여 학교의 교사들은 공모교장의 학교운영에 만족하고 전문성을 더 신뢰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학부모들은 교장공모제를 더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전수빈, 김갑성, 이효정, 박인심, 2018).

 

  1. 교장중임제

. 교장중임제 현황

교장 중임제는 승진과정을 통하여 임명된 교장은 한 번 더 교장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A학교에 교장으로 초임 발령이 나는 것과 동시에 B학교의 교장 자리를 보장해 주는 법적인 장치입니다. 교장 중임제는 승진맞춤 행동양식을 유발하고, 공모교장제도를 흔들고 있으며 교육혁신을 바라는 학생, 학부모 및 교사의 요구를 안지 못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교장인사제도는 매우 정형화 되어 있고 교원 간 이권계층(profit hierarchy) 구조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 대해 엄청나게 저항합니다. 다음은 몇 가지로 교장중임제의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교사들에게 승진맞춤형 행동양식을 요구합니다. C 교사는 교육제고력 가산점을 위해 이름만 올리고 협력하지 않는 교감과 교사들을 비난하였습니다. D 교사는 교무부장을 하면서 근무평정 1등급을 약속받고 초빙공모제로 학교를 옮겼습니다. 그러나 옮긴 학교에서 교감 발령 대기자에게 1등급을 뺏길까봐 전전긍긍합니다. E교사는 비합리적인 업무지시임에도 불구하고 교장의 명령에 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F교사는 자주 초과근무를 하며 행정업무를 하고 있지만 정작 수업혁신 연구는 하지 못합니다. 승진에 뜻을 둔 유능한 교사들이 이렇게 저렇게 교육전문성을 놓치고, 심지어는 도덕성을 놓치면서까지 승진에 매달리게 됩니다. 교장중임제는 승진 적체와 경쟁을 심화시킵니다.

<표 2>는 2019년 3월과 9월에 서울(초․중등), 경기(초․중등), 강원(초․중등), 광주(중등), 대구, 인천(초등), 전북(초등) 교육청에서 교장 발령 현황을 분석한 표입니다. 이에 따르면 중임혜택을 받는 교장이 승진 임명된 교장보다 약 130% 더 교장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승진적체의 원인이 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법령에 보장된 중임을 보장하기 위하여 현 교장들을 재임용하고,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육전문직을 교장으로 임용하며, 내부형A와 초빙형 공모교장들을 재임용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역 전체

발령자

중임

(ⓐ)

승진

(ⓑ)

전직

(ⓒ)

전보 공모전보

(ⓓ)

공모 중임 혜택

(ⓔ=ⓐ+ⓒ+ⓓ)

중임혜택 비율

(ⓔ/ⓑ)

서울 400 117 124 40 52 20 47 177 142.7%
경기 907 254 295 27 188 51 92 332 112.5%
대구 127 38 40 6 29 0 14 44 110.0%
광주 46 15 11 4 14 0 2 19 172.7%
인천 100 20 25 12 21 13 9 45 180.0%
강원 234 67 66 12 68 7 14 86 130.3%
전북 168 46 32 8 55 9 18 63 196.9%
총계 1,982 557 593 109 427 100 196 766 129.2%
비율 100.0% 28.1% 29.9% 5.5% 21.5% 5.0% 9.9% 38.6%  

둘째, 공모제를 악용할 수 있습니다. 승진 임명된 교장들은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는 한 중임을 하고 있습니다. 공모교장을 했던 경력은 중임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교장자격증을 가진 교원들이 정년 연장 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사례가 많습니다(전수빈, 이효정, 2018). 이는 공모교장제도가 자율적 학교 운영과 공교육 혁신을 위해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자는 애초의 취지를 좀먹는 행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교장 자격을 가진 자, 특히 교감들이 서로 짜고 여러 학교를 공통으로 응모하고 심사과정에서 각각 한 곳씩에 집중하여 당선되는 담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중앙일보, 2019.8월 검색).

셋째, 교육혁신에 걸림돌로 작동합니다. 중임을 보장해주기 위해서 신규 교장에 비해 1.3배의 기존 교장이 발령이 나고 있습니다. 학교현황에 적합한 교장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누려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장의 중임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 교육청이 교장을 발령 내는 제도로는 교육혁신을 강화하기 어렵습니다.

승진경쟁과 적체현상을 촉발하는 교장중임제는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운영에 방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의적인 교육과정 운영은 생색이 나지 않고 실적으로 잡히지도 않지만, 행정업무는 교장과 교감에게 긴급한 것이며 근무평정과 직결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교감과 교장이 행정중심 관료주의를 내면화하고 학교의 조직풍토가 수직적 의사결정 체제로 고착화 됩니다. 교장과 교감의 비합리적인 지시라 할지라도 교무부장이나 연구부장의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어렵습니다. 근무평정이라는 것이 멍에로 작동하기 때문이지요. 이래서는 학교 안에서 민주적 의사결정이나 자율적인 교육과정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1. 개혁 과제

. 교장중임제 폐지 및 조건부 중임제

현재 교육공무원법이 점수를 쌓아 교장이 된 사람들에게 중임을 보장하는 법을 폐지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교장은 단임을 원칙으로 두어야 합니다. 현재 단임만 할 수 있는 공모교장와의 형평성에 맞게 승진 임명된 교장들도 단임으로 마치도록 합니다. 교장자리가 비어 있어야 새로운 인물들이 교장이 되어 새롭게 변화하는 교육혁신을 선도하지 않겠습니까?

승진 적체 현상을 막기 위해 공모교장 경력도 중임에 포함하는 변화를 주어야 합니다. 현재 법령은 공모교장을 했던 임기는 중임에 포함시키지 않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어 교장공모제가 악용되는 원인이 되기 때문입니다. 승진으로 교장이 된 사람이든지 공모교장을 한 사람이든지, 중임 시기에는 공모교장만 가능하도록 하면 승진 적체 및 경쟁 현상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교장은 단임제를 기준으로 하되, 1회에 한하여 공모교장을 할 수 있는 조건부 중임제를 실시하자는 것입니다.

 

. 자율학교 의무공모제 및 교장공모제 확대

자율학교는 그 취지에 맞게 의무적으로 교장공모제를 시행해야 합니다. 자율학교가 추구하는 교육과정의 자율성, 창의성을 만족할 수 있도록, 학교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 교장이 될 수 있도록 15년 이상 교육경력이 있는 교원이 공모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의무공모제를 하게 되면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전체 교장 발령자의 약 15% 정도를 차지하게 됩니다(박근영, 2018).

현재 신규 교장보다 중임혜택을 받는 교장들이 1.3배 더 많은 상황에서 이들의 진로를 위해서라도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해야 합니다. 중임혜택이 없어지게 되고 교장들이 초빙형 교장공모에 나서는 상황을 가정해보아야 합니다. 자연감소율, 정년퇴임, 명예퇴임, 중임포기자 등을 대략 절반 정도로 가늠하였을 때, 중임혜택자의 절반 정도인 약 20% 정도로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확대해야 합니다.

전체적으로 확대 비율을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자율학교는 의무적으로 내부형B 교장공모제를 실시하면 현재 15% 정도 실시하게 됩니다. 둘째, 일반학교는 약 20% 정도로 초빙형 교장공모제를 실시할 수 있습니다. 내부형B와 초빙형을 합치면 35% 정도로 교장공모제를 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승진 임명된 교장에게 중임을 보장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교감의 수급을 조정하고 공모교장에 호응하는 교감 역할론을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교육회의와 시․도교육감협의회는 공모교감을 제안하였고(이영희 등, 2018), 공모교장․교감 러닝메이트 제도와 같은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 원로교사제 폐지

교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행정 실무를 하는 자리이어야 합니다. 최근에 교사로서 공모교장이 되신 분들이 보여주는 “행정실무 교장”, “상담하는 교장”, “수업하는 교장”의 모습은 앞으로 공교육 안에서 교장역할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4년 봉사했으면 다시 교사로 돌아와서 교육전문성을 발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로교사는 교육공무원법에 의하면 교장자격증을 가지고 중임을 마친 교원에게 혜택을 주는 것입니다. 원로교사는 이제 구시대의 산물이 되었습니다. 원로교사에게 주어지는 “수업시간 경감”, “당직 근무의 면제”, “명예퇴직 시 우선고려”, “교내 행사 시 우대” 등은 다른 교사에게 짐을 전가하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국가적 총정원제 제한 안에서 수급이 조절되는 교원인사제도인 만큼 다수의 원로교사는 간접적으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원로교사가 학교에 있음으로서 다른 교사들이 수업이나 행정 업무를 떠안게 되고 예우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교사에게 큰 부담을 주게 됩니다.

교장공모제를 논의하면서 35%까지 공모교장 비율을 늘릴 것과 차별 없이 교장 임기를 4년으로 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이런 변화를 가정하면 교장 경험을 가진 많은 교원들이 다시 교사로 돌아오는 상황이 생길 것입니다. 교육공무원법에서 현재와 같이 이들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조항들을 고치지 않는다면 학교에는 엄청난 부담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교장 경력을 가진 교원들이 일반 교사와 차별 없이 근무할 수 있도록 원로교사제를 폐지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결론

지금까지 교장제도의 문제점을 교장공모제와 교장중임제, 두 가지 면에서 살펴보았습니다. 물론 교장역할론에 중점을 두고 학교혁신을 논할 부분도 많습니다. 교장이 “행정실무를 담당한다”, “수업을 한다”, “위기학생을 상담한다” 등 학교를 바꿀 수 있는 많은 역할이 있습니다. 교사자격증으로 공모교장이 된 몇 분의 사례를 보면 확실히 학교혁신에 긍정적 변화를 선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분들이 교장이 될 수 있었던 것도 미약하나마 교장제도가 변동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역량이 미치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교육혁신이라는 화두를 놓고 개인 교원의 역량에만 의지한다는 것은 매우 더디고 개인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혁신을 추구하는 교원은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와 폐쇄적 관료사회에서 구조적 폭력을 경험하게 됩니다. 반면 승진점수처럼 중간이익을 챙긴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고자 합니다. 이렇게 딜레마의 상황에서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의 기제를 작동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전족을 만드는 신발처럼 우리의 교장제도가 교원의 전문성을 왜곡하고 말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교사가 수업과 교육과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감과 교장이 행정실무를 해야 한다고 하면, 어떤 분들은 수많은 행정업무들을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는 탁상공론이라고 치부해 버립니다. 그러나 수천 건에 달하는 행정업무들이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아닐 수 있고, 내부결재를 최소화 할 수 있고, 전시성 사업을 폐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실제 내부형B 교장들은 수업교사에게 업무분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교사들이 만족하는 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결코 전족을 자기의 정체성으로 동일시하는 우를 그대로 따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글에서 교장공모제를 확대할 것과 교장중임제와 원로교사제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였습니다. 혁신학교, 혁신 교육감, 교육과정 혁신 등 여러 분야에서 혁신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습니다만, 정작 혁신을 실현시킬 학교의 장을 결정하는 교장인사개혁은 지지부진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모순을 낳고 있는 교장인사제도는 자칫 전족처럼 우리의 공교육을 갉아먹고 왜곡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교장인사제도에 집중하는 것은 제도가 우리 교원의 삶의 모습을 너무도 많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도 문제를 알지만 쉽사리 바꿀 수 없는 상태가 된 교장 중임제! 승진적체와 경쟁으로 수직적 관료주의를 고착화 하는 교장승진제! 학교와 동료교원들에게 엄청난 부담을 지우면서 퇴임교장을 우대하는 원로교사제! 이런 제도들을 고치는 것에는 엄청난 저항이 동반되지만 창조적 파괴가 필요한 때입니다. 낙하산 인사처럼 교육감이 발령하는 교장이 어떻게 학생과 지역사회의 요구를 진정성 있게 담당할 수 있겠습니까? 중임을 통해 이런 낙하산 발령을 지속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단임으로서 교장은 자신의 중임을 도모하지 않고 4년 동안 학생과 학부모 및 교사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지원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능력이 공모교장 심사과정을 통해 인정되면 또 한 번 학교와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장 임기를 마쳤으면 혜택을 바라지 말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역량을 학생에게 쏟는 것이 맞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교장의 모습입니다.

 

 

[참고문헌]

박근영 (2018). 전국 시․도별 혁신학교 지정 및 운영 수의 변화 추이. 교육정책포럼, 297.
양태정 (2018). 서울시교육감 주요 공약 ‘교장공모제’, 통계로 읽어볼까. KESS 교육통계서비스 이슈통계. [Online] https://kess.kedi.re.kr/post/6669884
이영희 등 (2018). 유․초․중등교육분야 미래 교육비전 및 교육개혁 방향. 대통령직속국가교육회의 연구보고서.
전수빈, 이효정 (2018). 교장공모제 운영 현황과 개정안을 둘러싼 쟁점. 교육정치학연구, 25(3), 107-128.
전수빈, 김갑성, 이효정, 박인심 (2018). 교장공모제 쟁점에 대한 학교구성원의 인식. 한국교원교육연구, 35(2), 265-287.
정재석 (2019). 자율학교는 왜 내부형교장공모제 교장이어야만 하는가. 교장제도개혁토론및결의대회 자료집, 11-15.
중앙일보 (2019.8월 검색). 교장 나눠먹기 꼼수 … 그들의 기권은 각본이었다(2013.10.14.일 온라인 뉴스). [Online] https://news.joins.com/article/12843535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창조적 파괴!
    교장제도가 꼭 개혁되길 고대합니다. 사회 전반에서 창조적 파괴가 일어나길 함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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