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학교, 변화의 한가운데 서다

류민석(용마중학교 교장)
박혜옥(서울삼성초등학교 교사)
마윤종(국사봉중학교 교사)
김경태(인헌고등학교 교사)
이정은(서울방송고등학교 교사)

코로나19 발생 5개월. 학교 교육 현장 전반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수업과 평가의 방식도 달라졌고, 교사에게 요구되는 역할도 다양해지는 등 교육 현장의 모습이 바뀌고 있다.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교사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희화 사진 봉재석

코로나19 사태, 학교에 불어닥친 변화

류민석• 이전에는 주로 대면수업 위주로 교육이 진행됐는데 지금은 원격수업이 이를 대체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학교와 교사 모두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제 교육의 모습이 전반적으로 많이 달라졌습니다. 온라인 교육과 대면 교육을 어떻게 배치하고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류민석(용마중학교 교장)

 

박혜옥• 디지털 콘텐츠를 활용한 수업을 하게 되어 선생님들이 걱정이 많았습니다. 갑자기 원격수업을 하게 된 학생들도 학부모들도 어려움이 많았죠. 다행히 이제는 다들 어느 정도 적응한 것 같습니다. 교실에서는 질문하기 부끄러워하던 학생들이 온라인상에서는 더 활발히 질문하는 등 원격수업의 긍정적인 면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김경태• 모둠 활동, 토론 수업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책상도 움직일 수 없고 서로 거리를 둬야 하는 대면수업보다 원격수업이 더 수월했습니다. 학생들 반응도 좋고, 전체 참여도도 예년보다 더 높았습니다. 반면 학생들 사이의 ‘관계 맺기’는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학생들이 서로 친해지고 어울릴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정은• 학교 특성상 이전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온 덕분에 코로나 사태가 터졌을 때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습할 수 없어 어려움이 큽니다. 장비나 기기를 직접 만져봐야 하는 과목은 동영상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요. 또한 코로나 사태로 변경된 학사 일정이 다 수능 위주라서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 지원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마윤종• 사태 초기부터 원격수업 준비를 시작하고 자체 콘텐츠를 만든 덕분에 일반 수업은 잘 진 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중1의 경우 자유학년제 운영이 매우 어려운 상태입니다. 수업이 다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다 보니 아무래도 한계가 있네요. 올해 1학기에 신청한 학생들은 다음엔 신청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지금 상황이 더 아쉽습니다.

교사와 학생, 함께 극복하는 어려움

김경태• 원격수업 초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선생님도 처음이라 잘 몰 라. 최선을 다하겠지만 너희도 같이 만든다고 생각하고 참여해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선생님 열심히 하고 계시는 거 보이고, 지금도 충분하다”고 말해주더군요. 교사로서 참 뿌듯했고, 학생들의 응원이 고마웠습니다. 학교의 기능 중에 정서적 기능이 있습니다. 원격수업과 원격 동아리 등으로 부족하나마 어느 정도 채워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이정은• 영상 촬영과 편집 수업이 많은데, 등교하지 않으니 학생들이 촬영 장비와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들이 대안이 될 만한 방법들을 영상으로 찍어 동영상 플랫폼에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이를 활용해서 영상을 찍고 결과물을 자신의 계정에 올렸고, 결과적으로 다들 동영상 계정을 만들어 활동하게 됐습니다. 마치 교육 과정이 재구성되는 것 같았습니다.

 

박혜옥(삼성초등학교 교사)

 

박혜옥• 초등학교는 학년이 6학년이나 되고 담임교사제기 때문에 콘텐츠를 만들려니 과목이 너무 많아 막막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선생님들끼리 역할을 분담하고 협력하는 체계가 생겼습니다. 다행히 그렇게 만든 영상들을 학생들이 좋아해 주더군요. 어설퍼도 선생님 얼굴이 나오고 목소리를 들으니 좋다고요. 학생들을 만날 수 없어 속상했는데 이렇게라도 관계가 형성된다는 걸 확인하니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마윤종• 원격수업 준비가 힘들었지만 학교와 학생이 서로를 더 깊이 바라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으로 학생들의 질문과 공부 내용을 살피다 보니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학교와 교사가 학생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원격수업의 순기능

류민석• 원격수업의 장점 중 하나가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수준별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고 학생들도 자기 수준에 맞게 골라 학습할 수 있죠. 그래서 학생의 실정에 맞는 수업이 가능합니다.

박혜옥• 종종 흥미 유발과 평가가 동시에 가능한 퀴즈를 통해 학생들 수준에 맞게 학습 범위와 학습지를 정합니다. 그리고 등교수업 때는 수행평가를 봐서 학생들의 성취도를 확인하죠. 일정 성취도 아래에 있는 학생들을 위해 쉬운 콘텐츠로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서 학습 격차를 줄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동영상도 2~3분 정도로 짧게 만들어 올리고 개별적으로 어려운 부분을 반복해서 듣게 하고 있습니다.

이정은• 영상 콘텐츠는 학생들이 자신의 속도에 맞게 느리게도 보고 반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면수업이었다면 해당 내용을 놓치면 반복에 어려움이 있으나 온라인 콘텐츠는 학생들이 개인 맞춤형으로 활용할 수 있죠. 이는 원격수업의 큰 장점입니다.

마윤종• 문제 풀이를 일부러 천천히 해서 올립니다. 수업 때는 전체 문제 중에 몇 개를 골라 풀고 지나가야 했는데, 지금은 여유를 두고 여러 문제를 풀이해서 올립니다. 학생별로 필요한 문제와 풀이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게 활용 할 수 있어서 학습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영상을 활용하면서 개별 피드백을 주면 일종의 맞춤형 교육이 되는 거죠.

 

김경태(인헌고등학교 교사)

김경태• 학생들이 직접 수업 내용 중 일부를 다시 올려달라고도 하고, 심화 문제를 따로 풀고 문제 풀이 동영상을 보기도 하죠. 영상을 보면서 자신이 푼 과정과 선생님이 풀이한 과정을 비교해볼 수 있어 좀 더 깊이 있는 학습을 하게 됩니다. 물론 이는 학습 의지가 있는 학생에게만 효과가 있어서 그렇지 않은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원격수업 시대에 필요한 교육

류민석• 원격수업이 계속된다면 주도적으로 자기 공부를 하는 학생과 그렇지 못한 학생 사이에 격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기주도학습’이란 말이 20~30년 전부터 있었는데, 요즘이야말로 이 말이 가장 중요한 학습 덕목으로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박혜옥• 학생들이 온라인 환경에 많이 노출되는 만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과 온라인 생활교육도 정말 중요해졌습니다. 온라인에서 자신이 필요한 정보를 찾고 이게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또한 원격수업 플랫폼(학급) 속 상대방을 존중하는 교육도 필요합니다.

마윤종• 저작권과 초상권을 강조해서 교육하고 있습니다. 원격수업 첫 장면은 언제나 이 교육으로 시작하죠. 학생들도 온라인에서 자신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지 다시 생각하게 됐고,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학생들이 익숙해지도록 계속 보완하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은• 학생들에게 온라인에서 자신의 개인 정보도 잘 지키고, 다른 사람의 정보도 보호하는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학생들에게 관련 교육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경태• 온라인 생활 교육과 함께 타인을 어떻게 존중하고, 내 가치와 존엄을 존중받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교육도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서로 소통할 기회가 많이 없어졌는데 이를 온라인에서 어떻게 채워줄 수 있을지, 고민과 실천이 뒤따랐으면 좋겠습니다.

가정에서의 학습 지원

이정은• 교육의 원래 주체가 학생과 학교와 학부모인데 기존에는 학부모의 영향력이 주체로서 크지 않았습니다. 이번 기회에 정말 중요한 주체로 학부모들이 참여하게 되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원격수업을 통해 학부모도 수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볼 수 있게 됐고, 교육 환경 마련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습니다. 그런 면에서는 이번 변화가 교육 현장에 긍정적인 영향도 미쳤다고 봅니다.

류민석•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학교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학생들이 다 집에 있으니까요. 기존에 가정에서 보살피기 어려웠던 학생들을 학교에서 도와주기가 더 어려워져 걱정입니다. 가정의 어려움도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할 때 필요한 장비 마련 등 가정 학습 지원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김경태• 원격수업을 위한 기기가 없는 학생들이 많았고 있어도 웹캠이나 마이크가 없거나 사양이 부족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결국 학부모들이 이런 장비를 사고 있는데 앞으로도 계속 이런 환경에서 교육이 이어져야 한다면 안정된 수업을 위해 학교나 국가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기기를 마련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혜옥• 기기와 더불어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제공도 필요합니다. 특히 한글, PPT, PDF 등 원격수업에 활용되는 프로그램이 무상으로 제공되지 않는다면 학습 진행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교육적으로 멀리 보고 원격수업 환경 구축을 위해 교육 관련 SW들의 무상지원 및 제공, 플랫폼 접근의 용이성 및 안정성 확보 등 개선이 필요합니다.

마윤종• 장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학교가 제공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집에 있는 못 쓰는 컴퓨터를 가져오라고 해서 수리 해주고, 학교 컴퓨터도 빌려주고, 그래도 없으면 태블릿을 사줬습니다. 교육에 꼭 필요한 장비가 없는 건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평가와 학습 관리의 변화

류민석• 원격수업 때 가장 어려운 점이 학생들의 학습을 확인하는 일입니다. 학습 관리가 잘 안 될 경우 자칫하면 학생들 사이에 학습 격차가 커질 수 있습니다.

김경태• 다행히 대부분 학생이 성실히 수업에 참여하고 있지만, 학생들과 직접 만나기가 어렵다 보니 관리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교에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학생이 학교에 오면 얼굴 보고 얘기도 하고, 그 학생이 학교에서 떨어져 나가지 않게 어떻게든 도와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관리가 참 어렵죠.

이정은• 학생들 등교일이 되면 마음이 급해집니다. 그날 모든 수행평가를 다 해야 하니까요. 원격 평가 지침상 대면 등교 때만 가능한 부분이 있어서 모든 수행평가를 몰아서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박혜옥• 시간표 구성을 두고 오래 고민했습니다. 현재 주 1회 등교제를 운영중인데, 딱 하루 오는 소중한 등교일에 학생들과 뭘 해야 가장 좋을까 하면서요. 몇 없는 등교일을 평가만 하는 날로 사용하지 않도록 평가에 대한 지침이 조금 완화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윤종(국사봉중학교 교사)

 

마윤종• 단순히 온라인 진도와 출석에만 집중하면 학생들의 학습 관리를 놓칠 수 있습니다. 이러면 뒤처지는 학생을 도와주기도 어려워집니다. 학생들 간에 학력차가 심해지지 않도록 대안 마련이 필요합니다.

교사의 역할 변화

류민석• 교사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우선 대면수업 때보다 수업 준비 등 모든 면에서 역할과 업무가 확 늘었습니다. 교과 수업 준비에 콘텐츠 제작, 온라인 피드백 등 예전에는 없던 업무가 추가됐습니다.

박혜옥• 온라인으로 개별 피드백을 주다 보면 새벽 1~2시가 훌쩍 넘습니다. 이제는 교사가 교육과 콘텐츠 생산, 피드백을 동시에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수업과 학생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기존 업무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경태• 핀란드에서는 수업 시수를 산정할 때 학생들을 평가하는 시간도 수업 시간으로 계산하는데 저는 이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사가 수업 준비와 수업, 평가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마윤종• 교사들이 계속 초과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업무 범위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 일이 추가되니, 업무 영역을 두고 선생님들끼리 부딪히는 경우도 많고요. 업무 범위처럼 책임 소재가 중요한 일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일이 몰리고 갈등이 생깁니다. 교사의 역할과 업무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정은• 이번 같은 전염병 사태나 수업의 질을 고려할 때 교사당 학생 수가 좀 더 줄어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학생이 적을수록 개인 피드백이 수월하고 교사의 수업 평가의 질도 올라가니까요.

 

코로나19 시대의 교사

박혜옥• 선생님들이 참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업무가 늘어나 혼란스럽고 부담되었을 텐데도 학생들 생각에 다들 최선을 다하고 있죠. 교과 내용을 재구성하고, 영상을 찍고, 편집해서 동영상 플랫폼에 올리고, 새벽까지 댓글을 달아주고. 대부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이었는데도 해내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선생님들의 노력과 희생이 아니었다면 이만큼 변화에 빨리 대처할 수 없었을 겁니다. 현장에서 원격수업하고 계시는 모든 분이 힘내시길 바랍니다.

김경태• 개인적으로 일이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학생을 향한 마음을 항상 중심에 두고 일하려 노력합니다. 좌충우돌 몇 달을 보내고 보니 뛰어난 기술보다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사들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학생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자라게 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찰하면 좋겠습니다.

류민석• 교사는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자가 아닙니다. 귀한 학생들을 키우는 사람들이죠. 어떤 상황에서라도 우리가 학생들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됩니다. 그래야 계속될 변화 속에서도 학생들을 지키고 훌륭히 자라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라면 이번 상황도 현명하게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이정은(서울방송고등학교 교사)

 

이정은•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상황이 현실이 됐습니다. 갑자기 닥친 상황에 불안했던 처음 모습과 달리, 모든 선생님이 함께 고민하고 협력하며 멋진 수업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교원학습 공동체가 활성화된 적이 없었던 것 같네요. 이 기회에 모든 교육의 주체들이, 그리고 우리 사회가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수업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마윤종• 지나고 하는 생각이지만, 이미 ‘IT 시대’,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만큼 학교가 이를 사전에 더 주체적으로 받아들였다면 이번 사태에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이 듭니다. 코로나 사태는 분명히 교사들에게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교사들은 계속 움직였고, 대응했고, 적응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변화도 학생 한 명 한 명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이겨나가길 바랍니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