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어 지원

한국어English日本語中文Tiếng Việt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교육의 지혜:

위기가 오고 있다, 생각을 바꿔야겠다

유영만 지식생태학자, 한양대학교 교수

코로나19 사태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다.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또 다른 요인은 코로나19와 비슷한 바이러스 창궐을 앞으로 더 자주 경험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난국을 대비해서 분야별 전문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예측하는 움직임도 다양한 미디어 채널을 통해 모색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예측은 자기 안경으로 바라본 미래의 풍경일지 모른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지금까지의 삶을 반성하고 성찰하면서 그동안 범했던 오만과 과오를 냉정하게 되짚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우리는 생태적 자각과 성찰을 통해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 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냉철하게 반성하게 하고 진정한 인간적 삶은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나갈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첫째, 교육은 생태적 자각과 성찰 그리고 새로운 세계관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도와주는 변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교육의 주된 임무 중 하나는 이전과 다른 깨달음을 통해 각성하는 사건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지금 우리 교육이 가장 강조해서 만들어야할 주제는 바로 생태적 자각과 성찰을 통해 이전과 전혀 다른 세계관으로 우리들의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꿔나가는 것이다. 생태적 성찰은 생태계에서 살아가는 생명체의 생명활동 방식에 비추어 인간적 삶을 반성하고 각성하자는 이야기다. 나의 작은 행동이 나를 둘러싸고 살아가는 무수한 생명체에 그대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인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라 연대를 만들어가는 거대한 관계망의 일부다.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라는 책에 보면 “우리는 늘 서로의 환경이다. 면역은 공유된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가꾸는 정원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서로의 환경으로 작용하는 우리가 각자의 면역에 신경을 써야 되는 이유는 개인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집단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생태적 감수성으로 생명체가 살아가는 생태계가 인간 세계와 맺고 있는 상호의존적 관계를 성찰해보고 생태학적 상상력을 촉발시켜 우리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임을 더욱 강조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둘째, 개인적 각성과 전망, 그리고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방향을 교육을 통해 모색하고 제시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된 이후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 읽기와 책 쓰기에 몰입을 넘어 흠뻑 빠져서 한동안 헤어 나오지 못할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시간에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인 ‘크로노스(Chronos)’와 특별한 의미가 부여된 시간인 ‘카이로스(Kairos)’로 구분된다. 시간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뭔가를 하는 사람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물리적인 크로노스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고, 시간을 내서 의도적으로 뭔가를 하는 사람은 저마다 다른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다. 세상은 크로노스보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만들어가는 사람이 바꿔 나간다. 똑같은 물리적 시간이 흘러가도 누군가에는 전대미문의 새로운 창작의 시간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누군가의 눈치를 보거나 사회가 일방적으로 정한 가치판단 기준에 비추어 자신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오히려 카이로스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하면 재미있고 즐거운 재능이나 적성을 찾아 몰두하고 몰입하며 뭔가를 창작하는 과정을 즐긴다. 나는 오늘 어제의 나보다 뭐가 나아지고 있는지 스스로를 반성하고 성찰하며 지금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을 전망하며 이전과 다른 가치를 추구 할 수 있는 교육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를 존중하는 새로운 인간상을 정립하고 육성할 필요가 있다. 흔히 전문가는 넓이보다 깊이 파고들어가는 사람이다. 깊이 파고들어 가다 보니 다른 깊이와 만날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자기가 판 우물에 매몰될 가능성도 있다. 깊이만 파고들어가는 전문가가 기피 대상이 되는 이유다. 깊이가 없는 전문가도 기피 대상이 되지만 깊이만 추구해도 기피 대상이 된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문가는 자주 나와 다른 전문가와 일정한 거리를 두되 자주 만나서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존중해 주고 함께 만나서 공동으로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봐야 한다. 전문가와 전문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에 주목하고 이질적인 전문성을 융합하고 색다른 전문성을 창조하는 전문가를 ‘사이 전문가’(호모 디페랑스·Homo Differance)라고 한다. ‘디페랑스’는 프랑스 철학자 데리다가 영어의 ‘차이 (difference)’로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차이를 시간적으로뿐만 아니라 공간적으로 연기해놓자는 의미로 ‘차연’ 또는 ‘차이(差移)’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창조된 개념이다. 호모 디페 랑스는 생각하는 지혜로운 인간, 호모 사피엔스 사이를 좋게 만드는 사이 전문가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어제와 다른 차이를 반복하며 어제와 다른 나와 너로 변신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미래의 교육은 사이 전문가를 육성해서 전문가와 전문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존중하고 융합해서 새로운 창조를 일으키는 방향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넷째, 체험적 통찰과 직관을 중시하고 여기서 창조되는 실천적 지혜를 습득하는 과정을 교육이 매개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이룩한 과학의 힘으로 자연 현상은 물론 사회적 현상까지도 정확하게 예측하고 통제해서 마음먹은 대로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인간의 오만한 과학맹신주의를 근본부터 다시 재점검하고 새로운 지혜로 무장해야 될 시점이다. 인간의 힘으로도 할 수 없는 것이 아직도 많이 존재하며 과학도 불완전한 인간이 만든 학문적 성과의 극히 일부라고 생각하는 겸손함이 필요하다. 개인의 이익과 안위를 우선 생각하는 극단적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공동의 선을 위해 내가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 무엇인지를 윤리적으로 숙고하고 판단해서 과감하게 행동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적 지혜(phronesis)가 필요한 시점이다. 실천적 지혜는 딜레마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실천 인지를 깊이 숙고하지만 빠른 상황 판단력으로 과감하게 결단하고 행동하는 직관적 지혜다. 실천적 지혜는 이런 점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견뎌내는 우리 모두에게 요구되는 불확실한 시대의 생존기술이다. 실천적 지혜는 타자의 아픔에 공감하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객관적인 입장에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하는 직관적 통찰력이기도 하다. 실천적 지혜는 오로지 회색지대에서 고뇌하는 실천을 통해서만 습득되는 체험적 지혜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교육은 인간적 신뢰와 연대를 통해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한 공동체를 구축하는 과정을 지원해주어야 한다. 접속으로 만나든 접촉으로 만나든 인간적 신뢰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연대와 공동체는 더불어 살아가는 믿음의 텃밭이다. 오랜 노력 끝에 생긴 인간관계 사이의 신뢰도 실례(失禮)를 범하는 실수(失手)가 잦아지면 금이 가기 시작하고 관계 사이에 경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주장하는 앎이 삶과 어긋나고 삶으로 앎을 증명하지 않을 때 신뢰라는 텃밭에는 무성한 잡초가 자라기 시작하고 그 위에서 신념이라는 식물은 자라지도 못하고 고사할 것이다. 상황에 따라 원칙이 바뀌고 변칙이 판을 치면 인간적 신뢰와 연대는 바로 깨진다. 공동체의 신뢰와 연대는 약속을 먹고 자란다. 약속을 밥 먹듯이 지키지 않으면 야속해진다. 다양한 사람들이 방대한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약속 불이행은 공동체의 치명적인 약점이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신뢰와 연대는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판단과 판정이 공정할 때 더욱 견고해진다. 공정하지 않은 평가가 자주 일어나면 힘들게 쌓은 신뢰의 연대는 사정없이 무너지고 함께할 수 없다는 신념이 자라기 시작한다. 행복한 공동체는 한 사람의 외로운 노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이 저마다의 장기와 재능을 발휘해서 서로가 서로를 위한 헌신과 몰입이 이어질 때 가능해진다. 자신이 하는 일로 기쁨을 누리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기쁨과 교감될 때 기쁨을 주고받는 관계와 연대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 튼실한 공동체로 성장할 것이다.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 등록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