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혁신교육 2.0 정책 수립을 위한 토론회 연담

-코로나19가 던져준 글로컬 인성교육의 과제

서울교육 지난 10년의 성과와 현황을 점검하고 서울교육공동체가 함께 풀어야 할 서울교육의 현안과 쟁점을 깊이 논의하는 온라인 연속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총 7차례 중 7월 20일 개최된 ‘코로나19가 던져준 글로컬 인성교육의 과제’에 대한 토론은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우리들에게 시사점이 많은 시간이었다. 평화적 갈등해결과 의사소통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는 박보영 교수의 발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관점과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의 토론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는 혜안을 들어보았고, 온라인을 통한 다양한 질의응답 시간도 있었다.

유현경 사진 봉재석

사회: 정우탁(서울시교육청 세계시민교육 정책자문관)
발제: 박보영(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토론: 이대훈(성공회대학 교수, (사)피스모모 평화/교육연구소 소장), 조대훈 (성신여자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정미선 (개원중학교 수석교사)

정우탁 자문관

정우탁(사회) 코로나19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교육청이 적극적으로 글로컬 인성교육에 대해, 핵심적인 내용으로는 세계시민교육을 어떻게 하면 우리 교육에 잘 반영할 수 있을까 이런 내용으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박보영 교수

박보영 교수
발제-코로나19가 던져준 글로컬 인성교육의 과제
-코로나19가 던져준 공존의 키워드, 세계시민

코로나19로 인한 우리의 경험은 학교가 이제까지 담당해왔던 많은 역할을 직시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학교가 우리 사회의 어린이, 청소년들의 문해력을 높여주는 학습의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의 장이며, 가장 믿을만한 돌봄 공간, 영양이 고려된 한 끼의 식사를 평등하게 제공하는 장, 최소한이라도 자연과 운동장이 있는 공간, 아동학대로부터의 피난처이자 모니터링 센터로서의 역할 등 많은 것을 담당하는 것은 어린이, 청소년을 이 사회에서 잘 살아갈 준비가 된 사람들로 성장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상황 앞에서 우리는 다음 세대가 문제를 해결하고 생존하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현재와 같은 전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전 지구적 차원을 윤리적 고려의 공간으로 삼아야 합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생존을 넘어 공존하기 위해 우리에게 세계시민성이라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습니다.세계시민교육은 그 이전에 다양한 개념을 통해 발전되어온 시대적 개념이고 2015년 인천 세계교육포럼(WEF)을 기점으로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의 교육적 의제로 표명된 개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그동안 논의되었던 세계시민성이 더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의 공통 핵심 역량은 ▲보편적인 핵심 가치에 대한 이해와 존중 ▲지구촌 이슈와 경향에 대한 지식 및 이해 ▲비판적, 창의적, 혁신적 사고, 문제 해결 및 의사결정에 필요한 인지적 기능, 감정이입, 공감 능력, 서로 다른 관점들에 대한 열린 태도 ▲다른 배경과 태생을 지닌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하고 상호작용하는데 필요한 의사소통 능력과 적성과 같은 비인지적-정서적 기능 ▲적극적인 참여 및 행동 능력 등으로 규정됩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사회는 세계시민성의 중요한 요소로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민성이란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시민들이 더 책임감 있고 역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역량”으로 정의되며, 디지털 문해력과 회복력을 바탕으로 온라인 세계에 책임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위의 역량 규정에 디지털 시민성을 결합하여 학교 현장에서 직관적으로 떠올리기 쉽게 세계시민성을 재조직화하면 다음과 같은 핵심 역량을 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비판적 사고 능력, 공감능력, 평화적 의사소통 능력, 참여를 통한 문제해결 능력, 디지털 시민성입니다. 덧붙여 아직 학교 현장에서는 낯선 개념이지만, 궁극적으로 세계시민성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인간안보(Human Security)일 것입니다.

세계시민의 역량을 기르도록 하기 위하여

세계시민교육은 이제까지 국제이해교육, 민주시민교육, 평화교육, 인권교육, 인성교육 등의 명칭과 형태를 통해 꽤 오래전부터 한국 교육에서 실천되어 온 교육의 맥락 속에 있습니다. 하지만 학습 주체인 초중고 학생들에게 세계시민교육에 대한 경험을 묻는다면, “세계시민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라는 대답마저도 들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개념상의 연관관계일 수도 있고 다 배웠지만 특별히 그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에도 요인이 있습니다.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하고자 노력한 교사, 시민단체, 교육청, 교육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위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2018년 우리 교육부에서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2019년 서울시는 ‘평화교육길라잡이’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었으며, 2020년 경남에서는 ‘자율존중참여의 시민적 가치를 내면화하는 민주시민기본교육’을 발표했습니다. 대대적으로 공교육에서 시민성 교육을 하겠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어떻게 할 것인가가 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세계시민교육의 활성화를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첫째, 개념의 유연화입니다. 개념 정의에 들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기존에 연구된 개념들을 유연하게 받아들여 사용하기를 제안합니다. 민주시민교육, 국제이해교육, 세계시민교육 등의 산발적인 개념 논쟁보다는 ‘시민성 교육’이라는 큰 틀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그전 단계를 수용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개념 및 프로그램을 확장해나가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둘째, 학생들로부터 출발할 것을 제안합니다. 교육청이 의욕적으로 계획한 시민성 교육은 학생들에게 가닿을 수 있어야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시민이 되라고 가르치는 교육보다는 시민임을 느끼고 자각하고 학생들 스스로 배움과 성장의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의 무게중심을 옮겨 가야 합니다. ‘교육청-교사-학생’의 의사전달 체계가 선형이 아니라 다방향 의사전달 체계가 되기를 제안합니다.

셋째, 역량기반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것인데. 세계시민성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보다 어떻게 학생들이 행동할 수 있도록 조력할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합니다. 즉 역량중심교육을 기본 틀로 하여 교수학습방법을 구상하고 평가 방법도 이에 부합하게 설계해야 합니다. 고민의 방향을 바꾸어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계획해서 가르치려 하지 말고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서 시작해서 한 가지 역량이라도 확실하게 배우고 나서 스스로 시민성의 반경을 확대해 나가도록 조력해야 합니다. 학교에서 모든 것을 다 가르칠 수 없다면, 학생들이 공교육에 몸담은 동안 가장 핵심적이고 긴급한 역량이라도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하려면 교육의 방식도 바꾸고 문화도 바꾸고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시민교육, 가르침과 배움 사이의 오작교를 건너서

‘개념에 대한 이론적 논의’,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 실천’, ‘학생들이 세계시민성을 가지게 됨’ 사이에 단계마다 먼 간극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 개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려 가는 것이 우리의 이상인데 사실 따로따로 있는 경우들이 많이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교육청의 과제인데요. 역량 각각에 대해 교사들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수업용 키트들이 교육청의 지원을 통해 다양하게 개발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키트로 세계시민성의 구성 요소 각각에 대해 ▲학생들의 실생활을 밀착 취재해서 만든 문제나 딜레마 상황 사례(문제중심학습 방법 활용) ▲학생들과 해볼 수 있는 활동 교안 및 워크시트 ▲관련 개념 및 덕목에 대해 재미있게 알려주는 콘텐츠 ▲학생들이 특정 역량에 도달했는지를 파악해 볼 수 있는 구체적 행동 평가 루브릭 ▲교사가 활용할 수 있는 자료 아카이브의 세트를 제안해봅니다.

사실 하루아침에 뾰족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학교 교육의 본질을 걱정하는 교사와 연구자들은 입시경쟁에서 자신을 지키고자 양파껍질처럼 자신을 몇 겹 감싸고 있는 학생들 마음에 가닿기 위해 애쓰고 또 애쓰는 수밖에는 없을 것입니다. 학생들의 내면에 살아 생동하는 존엄한 인간으로서의 욕구, 연대하고 공존하는 기쁨을 느끼고 싶어 하는 세계시민으로서의 욕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학생들이 즐겁고 재미있어할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위로와 쓸모를 줄 방법으로 다가가기 위해 학생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학생들 이야기를 듣는 수밖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교육청을 비롯한 세계시민성 교육의 노력은 ‘개념에 대한 이론적 논의’,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 실천’, ‘학생들이 세계시민성을 가지게 됨’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연결고리’ 혹은 ‘징검다리’ 역할에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대훈 교수

이대훈 교수
토론1-세계시민교육과 평화 감수성

저의 문제의식을 전달하기 위해 말씀드리면 바람직하지 못한 전통에서 나온 인성교육을 시민성교육 논의에서 빼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민성 교육은 관계 속에서, 배움의 공동체 속에서, 지역사회 속에서, 세계 속에서 함께 살기에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인성교육이라 한다면 과거의 전통 때문에 올바른 사람, 착한 사람, 훈육, 개인주의 등의 후유증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이제는 인성교육을 빼도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토론의 첫 번째 지점이고요.

두 번째로는 가르침을 빼고 학생 중심으로, 시민성 교육보다는 배움의 공동체에 더 강조점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생들의 니즈에서 출발해 학생 중심으로 시민성 교육을 함양하는데 더 나아가서 지역주민과 교사, 관리자, 학생, 기타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들과 시민다움에 대한 배움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더 깊은 시민성 공동체 교육의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입시교육 문제점의 핵심은 관계와 관계 공동체의 붕괴입니다. 경쟁적 개인만 남은 상태고 여기서 시민성의 토대를 만들기가 힘듭니다. 이것을 학생들에게만 만들라고 하는 것은 올바른 정책이 될 수 없습니다. 또한 교육청의 총괄적 시민성 교육 정책도 중요하지만 교사들이 각각의 특수한 여건에서 그것을 어떻게 더 확대발전할 것인가. 다시 말하면 초점이 있고 타깃이 분명한 지원과 협력 코칭 중심으로 시민성교육이 2단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추가로 드리고 싶은 논점은 코로나19 이후의 사태에 대해 교육정책 당사자들의 심층적인 분석과 진단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여러 위기 속의 하나가 아니라 시대의 획을 긋는 새로운 전환을 예고하는 사태라고 봅니다. 새로운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관점에서 시민성 교육도 한국에서 새로운 버전을 만든다는 관점에서 전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세 번째로는 시민성 교육에서 더 혁신적으로, 적극적으로 ‘교육’을 완전히 빼는 정책 방향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가르침 빼기, 교육정책 빼기를 통해서 생각과 정책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고 저는 그것을 지역사회를 포함하는 관계와 소통과 배움의 공동체 재구성이라는 언어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러한 전환적 시점에서 교육청을 포함한 교육정책 지도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시민성교육에 대한 새로운 담론과 여론에 호소할 수 있는, 새로운 여론 형성에 기여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훨씬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반도에 살면서 우리의 전환에는 남북 관계를 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객관적 시민성 교육을 위해선 우리 로컬을 글로컬 관점에서 다루어야 하며, 분단, 남북 관계, 적대관계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봅니다.

조대훈 교수

조대훈 교수
토론2-팬데믹 시대, 시민교육의 도전과 과제

발제자의 논의 중에서 저의 관심을 끄는 것은 공존과 상생의 키워드로서 ’세계시민‘의 개념과 역량에 주목하고, 세계시민교육의 실천에 대한 관점 변화를 제시한 부분입니다. 저는 발표 내용이 시사하고 있는 팬데믹 시대의 시민교육의 쟁점 및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먼저 타자 혐오의 증가와 국수주의의 부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팬데믹 위기 상황은 ‘K-방역’이라는 키워드를 탄생시켰고, 이 키워드는 국가에 대한 자존감을 고양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중매체를 통해 확인되는 이 같은 국가적 자존감의 향상은 반대급부로 타국과 국내의 소수자 집단에 대한 타자화와 혐오의 문화 확산, 그리고 배타적 국수주의의 강화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징후가 최근의 몇 가지 조사 연구에서 포착되었는데, K-방역의 성과에 대한 정부와 시민들의 자부심이 자칫 다양성과 포용 대신 통제를 강조하고 국가주의로 흐를 위험성이 있다는 점을 경고합니다. 이런 국면에서 시민교육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단일국가 기반 시민성에서 벗어나 세계시민성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팬데믹 시대의 대안적 시민교육의 방안에 대한 부분입니다. 발제자께서 강조한 ‘다방향 의사전달 체계에 기반한 학습자/학생 중심의 시민교육’은 귀담아들어야 할 시민교육의 접근 방식이지만, 몇 년간에 걸쳐 수행된 인문계 고등학교 시민교육 프로젝트에 관한 질적 연구를 통해 저는 시민교육 실천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한계점, 타협, 그리고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대상 학교에서는 시민교육 실천가, 교사의 노력과 지역사회 시민교육 네트워크와의 연계를 통해, 학습자 주도적이고 사회 문제 해결 중심적이며 실천 지향적인 교육의 기회가 부분적으로 제공되고 있었지만,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해 해당 학교의 시민교육 프로그램은 상당히 위축되고 있었습니다.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원격수업 관련 콘텐츠와 기술에 대한 많은 투자, 그리고 그에 따른 진보가 발생하게 될 것인데 시민교육은 그러한 진보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시민교육 연구자와 실천가들이 걱정해야 할 문제는 명문 대학 입학률 제고를 위해 시민교육이 철저히 종속되고 도구화되는 상황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회와 학교가 민주적이고 공정하게 작동할 때, 교실 안에서 바람직한 시민교육이 지속될 것입니다.

팬데믹 시대, 시민교육이 위기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팬데믹 시대에 시민교육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발제자의 발표문에서 시민교육의 위기 상황을 헤쳐나가는 데 유용한 원칙과 방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코로나19 팬데믹이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 우리와 타인, 경쟁과 협력, 국가주의와 사해주의, 교육 수월성과 형평성, 온라인 상호작용과 오프라인 상호작용 등의 이항대립 문제를 관통하는 그야말로 효과적인 시민교육의 주제라고 결론짓고자 합니다.

 

정미선 교사

정미선 교사
토론3-시민에서 세계시민으로, 도덕적 인성교육에서
실천적 인성교육으로

저는 전적으로 학교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보려 합니다. 잘 살아가기 위한 교육이 세계시민성 교육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왜 아이들은 행복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세계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해봅니다.

어떤 시민의식이 그 아이의 몸속에 남아서, 몸속에 남아있는 자기 배움을 실천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저희가 교육에서 바라는 목표이고 방향일 거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지금껏 했던 시민교육이나 세계시민교육의 모습은 머릿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은 몸으로 하는 시민교육이어야 한다는 겁니다. 내가 지금 배가 고픈지 배가 아픈지에 대한 진단은 본인이 해야 해결책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아픈 것과 고픈 것을 타인에게 물어요. 그러니 타인의 답을 통해서 본인을 다시 진단하게 되는 상황이 되니까 자기 문제인데 남의 문제로 가져가는 인식에 대한 부분을 어디서부터 개선해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교과 속에서도 시민성 교육이 어느 한 교과에 전담되어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학교는 수업을 통해 세계시민교육을 하고 있는데 문제는 지속적인 게 아니라는 겁니다.

직접 내 삶의 문제를 가져와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누가 할 것인가 어떻게,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학교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련되어야 하는데 저희 교육이 딱 절벽 끝에서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결국은 학생의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안과 직접 실천하고 연대를 맺고 참여할 수 있는 것까지 가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업과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삶의 문제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교육에서 더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실천중심, 그러니까 학생이 경험해야 되는 것을 자기 문제로 실천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지금 현재 용어의 다양성은 세계시민교육이 안정적이지 않은 부분을 보여줍니다. 용어가 다양하다는 것은 정책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 현장에 오기까지의 통로가 모두 제각기 자기가 생각하는 시민교육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달 체계라는 부분이 용어에 대한 단일함. 용어를 기본적으로 정립하며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현장에서 선생님들은 이것이 우리 교과안에 녹아있어, 교과안에서 충분히 끌어내 일원화시키고, 교과가 아니라 학교행사나 학생들의 참여 활동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면 연계시키는 교육과정으로서의 접근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그럼 그것이 학생의 몸에 남아서 사회로 나갔을 때 사회 공동체를 움직이는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학교는 결국 그 기초적인 힘을 키워주는 데 주력해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Q&A

Q.1 79일 전국시도교육감 협의회에서 다양한 가치 다양한 시민성을 포괄하는 생태시민성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다양한 시민성 담론을 어떻게 통합할 수 있을까요?

박보영 여러 가지 시민성이 중요한데 실은 교육청에서 어떻게 시민성의 개념에 대한 카테고리를 정하느냐는 아직 열려있는 부분이고. 중요한 것은 생태시민성이라는 것도 조대환 교수님이나 제가 정리해 말씀드린 것에 두루두루 걸쳐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시민성으로 들어가느냐 아니냐가 핵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대훈 저는 생태시민성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나온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지금까지의 시민성 교육을 반추, 반성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본다면 지금까지 시민교육의 주제와 접근 방식에서 빠져있는 걸 드러나게 하는 효과가 있어요.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새로운 사유방식을 도입하는 게 어렵습니다. 생태시민성이라는 화두를 통해서 근대 사회 모델을 넘어설 수 있는, 그래야 우리가 인간을 넘어서 다양한 존재들과 만날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면에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Q,2 ‘시민성은 무엇인가와 같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내다보며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느냐 혹은 시민성은 무엇이어야 하는가하는 당위적 암시를 담은 교과교육적 질문을 던지는 것. 어떤 것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시민성 교육의 개념과 목표가 달라질까요?

이대훈 코로나 위기가 가져온 것은 인간 중심으로만 세상을 봤을 때 문명과 관계가 얼마나 쉽게 망가지는가를 보게 하는 건데요. 그래서 인간존재 중심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어서 저희가 어떤 존재들을 우리가 관계 맺을 대상으로 봐야 할 것인가. 시민성은 달라도 모든 시민들이 다 관계 맺고 함께 살 수 있다는 건데. 시민성 교육을 깊게 들어가면 존재론적 질문이 나오게 되고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관계 맺는 것이 함께 사는 데 바람직한가 이런 큰 질문이 숨어있습니다. 이것이 유럽적 시민성을 넘어서는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돼서 저는 교육정책이나 교육 철학자들이 함께 검토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3 글로컬 시민교육은 기존의 민주시민교육과 어떻게 다른지, 현재 민주시민교육노조처럼 현장에서는 학교민주시민교육을 교과로 정립하고자 하는데 글로컬 시민교육은 국가교육과정과 학교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하자는 것인가요?

박보영 지금까지 세계시민 교육은 윤리적인 고려를 이전에도 국가 단위라던가 대면 접촉으로도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는 차원에서의 공간을 윤리적인 고려의 대상으로 삼은 거고요. 자료를 봤을 때 지금 현재 우리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이룩하고자 하는 시민교육은 기존의 사회과나 도덕과 위주로 있었던 시민교육의 교과 공통적인 것을 넘어서서 새로운 교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교과가 통합 교과서로, 내지는 교육과정 전체의, 내지는 명시적 교육과정 잠재적 교육과정 모두에 학생들의 수업과 수업을 벗어난 다른 다양한 활동까지를 모두 시민성의 방점에서 재구성하겠다는 시도로 읽혔고, 그것을 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정미선 아이들의 교육의 양이 너무 많아서 학생들은 사고하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는 힘이 현재로서는 부족합니다. 그런 근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측면에서 세계시민교육의 필요성이 계속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안 해왔느냐 하면 그건 아니고 각각의 교육과정 속에 담겨있었는데. 조금 더 적극적이고 또는 자기 문제에서의 결정을 가지고 할 수 있는 그런 경험들이 부족하다고 말씀드렸던 것이고, 지역 사회와 함께하는 배움의 공동체를 통해서 다각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시스템들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세계시민교육이라는 것은 결국 사회, 국가, 세계와 연결되고 이런 교육이 바로 글로컬 교육이 되고 그로 인해 내가 행복해질 수 있는 그 삶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는 교육인 것입니다. 학교는 이런 문제를 나와 연결해서 할 수 있도록 모색을 하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Q.4 시민성 교육의 핵심 중 하나는 타문화에 대한 관심, 지구촌 사람들의 삶에 대한 존중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교육현장에서 우리는 세계 공동체 의식 함양을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요?

조대훈 옳고 그름의 부분 가치판단의 부분은 인간 사회에서 중요한 부분이고 그런 부분을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검토하고 성찰하는 것은 중요한 활동이라고 봅니다. 교육적 기회를 가진다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일단은 학교 안에서는 교사와 학교 공동체 안에서 전 학교적인 접근을 통해서 해야만 하고, 이것이 교육과정에 대한 이야기로 국한돼서는 안 되고, 공식적 교육과정, 잠재적 교육과정, 학교생활의 규범 등등으로 끊임없이 문제 제기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는 학교 공동체 민주화와 관련된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이 같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아주 어려운 극복 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우탁(사회자) 발제와 토론뿐 아니라 온라인으로도 날카로운 질문을 받고 답변드렸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어쨌든 이런 문제를 세계시민교육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 문제를 제기하고 이런 자리를 마련한 교육청에 감사를 드립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인데 이 난제에 관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들어보고 이렇게 시작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시대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교육청의 적극적 시도에 대해 마지막으로 발제자, 토론자, 교육청에 박수를 보내며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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