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잘 살기 위하여 <코로나 사피엔스>

서울특별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사서주무관 김민서

올해 1월 말, 학교에 코로나로 인한 집합연수 취소 공문을 보냈다. 그때만 해도 반년이 지나 전 세계 확진자 수 1,500만 명, 사망자 60만 명을 넘는 팬데믹이 될 줄은 몰랐다. 코로나19로 우리의 일상이 언제든 사라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긴장을 놓지 못한다. 지친 마음을 씻어주는 책과 코로나 관련 새 책에 더 손이 가는 요즘이다.
재난 상황 속 절대가치는 무엇이고, 인류적 실천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재난 이후를 위해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 대해 궁금했다.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라는 유튜브 채널의 영상을 먼저 보게 되었고, 영상을 활자로 옮긴 책의 힘을 알기에 <코로나 사피엔스>도 읽었다.
이 책은 앞서 말했던 유튜브 채널의 특별기획 영상 ‘코로나19, 신인류 시대’ 인터뷰 6개의 내용으로 출판되었다. 세상은 어떻게 바뀌는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최재천, 장하준, 최재붕, 홍기빈, 김누리, 김경일, 석학 6인은 조언한다. 생태, 경제, 기술, 심리 전문가들이 코로나 사태에 대한 생각과 앞으로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하나로 연결된다. 안전과 건강, 그리고 모두가 잘 사는 것이다.

‘코로나 사피엔스’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삶을 살아갈 신인류를 의미한다.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를 논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코로나에서 살아남은 인류는 그 이후의 삶을 지속해 나가야 하므로 지금부터 준비가 필요하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생태전환교육 중장기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교육과정 연계 생태전환 학교를 초·중·고교에서 운영하고 교육 주체 생태전환교육도 강화할 것이다. K방역과 비대면 전환의 힘을 합쳐 환경 보호에 노력을 쏟을 때이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개인과 사회경제의 책임 있는 자세에 대해 얘기한다. 화학백신이 아닌 ‘행동백신’과 ‘생태백신’을 강조한다. 행동백신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물리적 실천이다. 생태백신은 개인의 삶의 자세를 성찰하고 자연과 공존하며 기후 변화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생태 중심적 기업들이 더 많이 생겨나야 할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속 가능성이라는 환경 철학을 가진 아웃도어 기업 ‘파타고니아’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기업들이 더 많아지고 소비자들도 선호하는 기업이 되길 희망한다.

코로나19는 4차 산업의 트로이 목마라는 말이 있다. 비대면 기술을 앞세운 온라인 4차 산업혁명이 우리 생활 곳곳에 변화를 만든다. 공학자 최재붕 교수는 ‘문명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문명은 정해진 미래이며, 4차 산업혁명은 코로나 이후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완전히 달라진 세상의 표준을 기존 사회에 적용하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신체 일부처럼 쓰는 새로운 인류인 ‘포노 사피엔스’의 사회가 된다면 이 위기를 더 안전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95% 이상이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국민이 생각하는 표준은 바뀌었는데 제도와 사회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이 생각의 표준을 따라가는 것이 우리나라의 미래를 바꾸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능동적으로 맞서 한국경제를 전환하겠다는 계획에 국민의 기대가 크다. 더 안전한 사회, 다 같이 잘 사는 사회, 지속가능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는 성장 중심주의의 경제 질서를 재편하라고 한다. 생명·공공·복지가 중심이 되는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받아들이고, 과감하게 돈을 풀어 고용 유지와 소득 보전에 쏟아 부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안전하게 지키는 시스템이 중요하므로 공공서비스나 재난대응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택배, 배달 서비스, 보육, 의료 등의 직종에 대한 중요성과 관련 업종의 임금 구조나 처우 등에 대한 재평가의 계기가 될 것이다. 경제 발전은 수단이고 최종 목표는 국민의 복지, 안전, 건강이다.

유례없는 위기 상황을 현 시장경제체제로 극복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 홍기빈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40년 동안 자본주의를 지탱해온 산업의 지구화, 생활의 도시화, 가치의 금융화, 환경의 시장화가 모두 무너졌다고 한다. 이제는 대안적 질서와 새로운 체제를 구현할 기회가 왔다는 것이다.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기에 세 가지 결단을 제시한다. 사회적 방역시스템을 갖추고, 경제활동을 시장에만 맡겨야 한다는 신념에서 벗어나고, 무한한 욕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그것이다. 경제가 막다른 골목에 와 있는 현 상황을 잘 활용해서 새로운 담론과 운동을 강하게 일으키자고 제안한다. 무한한 경제 성장이 아닌 인간과 자연, 사회 모두가 좋은 방향으로 경제를 전환하자는 것이다.

미국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400만 명을 넘어서 세계 감염자와 사망자 4명 중 1명이 미국인일 정도로 확산세가 심각하다. 300만 명을 넘긴 이후 불과 15일 만에 400만 명을 넘어섰다. 코로나는 세계를 보는 프레임을 변화시켰다.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다. 우리나라는 민주시민 의식을 재발견했다. 코로나 사태를 통해 우리의 저력을 발견하였고 세계관과 사고가 넓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독문학자 김누리 교수는 ‘세계관의 전복’이라는 주제로 자본주의가 무너지거나 자본주의가 인간화되어야 한다고 한다. 시장 만능주의에서 벗어나 인간중심주의, 사회적 시장경제, 자연과의 공존 등을 말하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해야 할 세 가지를 제안한다.
수월성 사고에서 존엄성 사고로의 패러다임 전환, 코로나 대응 모델을 사회 개혁과 한반도 평화에도 적용할 것, 재난 자본주의의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많은 사람이 마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 마음 건강을 챙겨야 한다. 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는 불안과 분노를 구별하라고 한다. 불확실하면 불안이 커진다. 불안할 때는 제대로 사실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실을 알게 되니까 자기 에너지와 사회 또는 집단 에너지를 좋은 곳에 쓰게 된다.
적정한 기술이 최고 기술보다 중요하듯, 적정한 행복이 무한한 욕망보다 우선시될 것이다. 개인이 진짜 좋아하는 것들을 알아가면서, 더 적은 것을 가지고 적정 기술로 공존하는 그런 삶을 추천한다. 적정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문명과 국가, 개인만이 다른 문명 또는 다른 문화와 공존할 수 있다. 혼자 노는 시간이 많아지고 행복의 척도가 남이 아닌 자신에 집중하게 되면서 경제와 기업 활동도 개성을 찾아주는 것으로 바뀐다고 한다. 이번 사태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된 사람들이 무한 욕망을 추구하는 틀에 갇혀 있다가 자기만의 취향이 생겼다. 비교만큼 나의 행복을 취약하게 만드는 것도 없다.

이 책을 읽고 평화, 민주, 복지, 생태, 공감의 절대 가치를 내걸고 인류적 실천에 나서자는 정관용 시사평론가의 말에 동감한다. 아름다운 지구의 ‘현명한 인간’ 호모 사피엔스로 살고 싶다. 지구촌의 모든 인간은 현명하게 판단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하나의 망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 우리가 한 가족이라는 것, 우리가 함께하지 않으면 다 같이 무너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의 미래를 묻는 누군가에게 이 책은 지혜의 등불이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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