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이유

서울특별시교육청 예산담당관 학교회계 양구슬 주무관

요즘 공식적으로 책 추천을 받으면 전에 없던 고민이 든다. 낯설던 코로나19가 지금은 지긋지긋해졌고 그런 이유로 추천 도서 목록에서 관련 책은 제외했다. 설상가상으로 요즘은 폭탄급 장마로 인해 좀 더 팍팍한 시절을 보내고 있어서인지 사람들의 예민 지수가 한층 높아져서 현재를 반영하되 논쟁거리가 없었으면 싶은 나의 소심한 마음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여러 권의 책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는데, 결국 가장 가벼운 주제를 선택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가 그것이다. 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는 이때를 기회로 내 여행의 방식에 정의를 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함께 여행의 정의를 내리면 좋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여행 좋아하시나요?”
생면부지의 첫 만남에서 나는 흔히 저 질문을 듣거나 물었던 듯하다. 마음만 먹으면 편도 표라도 끊어서 해외든 국내 어디로든 향하는 요즘 시대에, 저 사람이 나와 여행 스타일이 비슷한지 그럼으로써 나와 가치관이 비슷한지 알아보는 일종의 척도질문인 셈이다. 집 밖으로 나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이 있고, 냉난방이 빵빵한 실내형 여행을 선호하거나 야외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여행을 직접 떠나기 전에는 내가 어떤 유형인지 알 수 없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추측은 할 수 있을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무렵 학교 도서관에서 한비야의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시리즈를 빌려보았을 때는 오지 탐험이 내 여행법인 줄 알았다. 그로부터 1년 후 우연한 기회로 떠난 중국의 시골 여행을 경험하고서는 줄곧 내 여행지는 도쿄, 미국, 유럽 등 여행 인프라가 풍족한 도시로 설정되었다. 계획도시에서 자라며 그것으로 원 경험을 쌓은 나는 결국 도시여행을 즐기는 사람이 되었다. 내 여행법의 근원을 찾아보는 일은 마침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이때, 곰곰이 생각해보면 찾아낼 수 있는 일인 셈이다.

그런데 요즘엔 여행을 좋아하냐는 질문이 “과거 당신의 여행은 어떠셨나요?”라는 느낌이 든다. 좀 나아졌나 싶으면 약 3개월의 간격을 두고 다시 기승을 부리는 코로나19가 원인이다. 이번 여름휴가 기간만 해도 코로나19 탓에 마땅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기록적인 장마 피해는 예상치 못했으니 논외로 하자- 인터넷으로 여행을 한다는 의미의 랜선 여행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는데, 오죽하면 인터넷으로 여행 욕구를 채우고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랜선 여행은 미래 학자들이 예측했던 현상이다. 인터넷이 보급될 무렵, 뉴욕이나 파리에 가지 않고도 자기 집 소파에서 충분한 구경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들이 체력과 돈을 들여가며 힘들게 이동하지 않으리라고 예측한 것이다. 과정도 이유도 달랐지만 우리는 결국 랜선 여행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후에도 랜선 여행을 할 것인가? 랜선 여행을 하고 있음에도 하늘길이 다시 열리길 희망하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하듯 책에서는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떠난다. 가서 거기 있고 싶어 하고 직접 내 몸으로 느끼고 싶어 한다.’ 거기에 있는 것. 직접 느끼는 것. 그게 우리가 바라는 여행인 것이다.

“여행을 왜 좋아하시나요?”
위 질문에 토씨 하나만 덧붙였지만, 대답을 끌어내려는 접근법은 약간 다르다. 휴가철마다 끼니를 채우듯 떠나지만, 정작 내가 왜 떠나는지는 생각해보지 않는 사람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직장인에게 여름 휴가, 겨울 휴가란 업무에 지친 나를 위로하기 위한 단순한 자기 보상일 수도 있고, 자녀가 있다면 교육의 한 방법일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단절을 원해서 여행을 떠난다. 그래서 국내보다 해외를 선호하는데 국내에 있으면 일상과 다시 연결되기 쉽지만, 해외는 단절성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긴급한 일이 있더라도 하늘길을 건너와야 하고 그 때문에 웬만하면 전화도 오가지 않는다. 내가 맺고 있던 관계 대부분은 일시 정지 상태가 된다. 그럼으로써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결국은 아무것도 아닌 자, 즉, 외국으로 떠난 나는 잠시 노바디가 되는 셈이다. 오늘 일을 미루면 내일의 내가 해결해주듯 나는 노바디가 되어 일상의 모든 관계(혹은 걱정)를 내일의 섬바디에게 맡기는 것이다. 그 순간에는 그 느낌이 그렇게 홀가분할 수가 없다.

한편 여행의 이유가 서로 다르기에 동행이 있다면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러다 보면 나조차 몰랐던 여행의 이유가 하나쯤 더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성찰은 세월이 흘러도 나를 떠나게 만들고, 그로 인해 항상 새롭게 하는 마음의 원동력이 된다.

책에 대한 감상으로 혹은 토론의 주제로 여행을 좋아하는지, 여행을 왜 좋아하는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 이 글을 작성했다. 공교롭게도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라는 문구가 책 뒷부분 작가의 말에 나온다. 작가의 목적에 부합하는 주제를 생각해 본 독자로서, 독후감을 작성하고 있는 필자로서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위 질문과 답을 찾는 여정에 대해 충분히 공감했는지 궁금하다. 랜선여행도 좋지만 나를 여행하는 시간을 이참에 누려보는 걸 추천해 드린다.

 

3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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