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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혁신교육 10년의 성찰과 과제

글 한만중(서울특별시교육청 정책·안전기획관)

공교육 정상화와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실제 배경이기도 한 서울은 입시 경쟁으로 인한 모순이 응집돼 있는 곳이다. 지금도 소모적인 사교육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의 학습시간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긴 수준이며, 행복지수는 그에 반비례해서 낮다. 아이들은 이렇게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시들어간다.
지난 2010년을 계기로 서울교육의 방향이 바뀌기 시작했다. 혁신학교, 친환경 급식, 체벌 금지와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줄 세우기 교육이 아닌 모든 아이들의 전인적 발달을 목표로 하는 교육, 부모의 경제력에 의해 차별받는 교육이 아닌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교육을 향한 시도였다.
2014년 지방선거 결과는 다수 시민이 수직적 서열화를 가속화하는 입시경쟁 교육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더구나 학벌사회의 정점이 있는 서울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공교육의 혁신과 보편적 교육복지 확대를 통해 “모두를 위한 질 높은 공교육(Education for all)”을 이뤄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모두가 행복한 혁신미래교육의 토대 만들기
혁신교육이 추구하는 공교육 혁신과 보편적 교육복지를 향한 길에서 주요 이정표는 혁신학교, 혁신교육지구, 무상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혁신학교가 도입된 이래 10년 가까이
지났다. 혁신학교는 학생들의 전인적 발달을 위한 교육에 중점을 둔다. 혁신학교에선 전문적 협력이 강화되어 교원학습공동체와 수업 나눔, 교사회의 등을 통해 공유와 협력이 증가하였고, 수업과 비교과 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유기적으로 이끌어 내었으며 ‘3주체 생활협약’ 등을 통해 교육 주체들의 자발성에 기초한 공동체로 바꾸어 나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성열관, 이윤미 2020) 하지만 혁신학교가 학생들의 학력 저하를 가져온다는 논란 역시 극복 과제다. 아울러 교사들의 헌신에 전반적으로 의존해 온 학교 운영 체제 등은 혁신학교의 일반화를 위해 우선 해결해야 할 숙제이며 이 외에도 크고 작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근본적인 과제는 입시 결과가 최우선적인 목표가 된 현실에서 혁신학교의 교육과정과 역할을 어떻게 자리매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치, 미래, 마을 등을 접목하여 특화시킨 다양한 유형의 혁신학교 모델을 만들어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혁신학교에 학교자치의 영역과 권한을 확대한 혁신자치학교, 혁신학교와 미래학교를 결합한 혁신미래학교, 혁신학교와 마을교육과정을 결합한 마을결합형 혁신학교 등 보다 폭넓은 시도가 이뤄져 왔다.
서울형혁신교육지구는 2013년 구로구와 금천구에서 시작됐다. 청소년의 자치활동이 강화됐으며, 마을의 다양한 교육적 자원을 활용한 수업이 진행됐다. 학교와 마을을 아우르는 공동체에 바탕을 둔 민관협치구조를 마련했다. 2019년부터는 서울의 모든 자치구에서 이런 모델이 운영되고 있다. 일반 자치와 교육자치가 결합한 이런 모델은 교육청, 서울시, 자치구, 지역주민이 참여하고, 지역사회와 학교가 협력하는 시스템으로 모두에게 신뢰받는 공교육 혁신을 이루는 초석이 되었다.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다채로운 빛깔의 혁신교육지구는 공교육을 학교 밖으로 확장하여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 ‘마을결합형 학교’를 만들어 앎이 삶으로 연계되는 교육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보편적 교육복지 정책은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본격화되어, 현재는 고교 무상교육이 전면적으로 실시되는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무상교육은 2020년 2학기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전면 실시하게 되었고 친환경 무상급식도 초·중·고를 넘어서 유치원 무상급식의 설계도가 마련되었다.
혁신교육의 여정은 순조롭지만은 않다. 사회적으로 비정규직 양산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해 교육불평등이 심화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학습 격차가 증폭되고 있다. 오래된 모순, 낯선 위기 속에서도 서울교육은 “정의로운 차등”을 실현하기 위해 “더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교육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한 걸음, 한 걸음 노력하였다. 교육격차 완화의 노력으로 학교의 여건을 감안한 학교평등예산제도, 장애학생의 교육권을 위해 “무릎 꿇은 학부모”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서진학교와 나래학교 등 특수학교 설립과 특수학급 확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교육준비 수당, 문해 교육기관 등 평생학습 대상자와 검정고시 준비생 등을 위한 지원 등이 있다.

서울교육의 변화
저출산 시대, 학령인구의 급락으로 대한민국의 여러 불안 요소에서 당연히 교육도 변화해야 하며 그 중 명실상부한 수도 서울교육이 그 중심에 있고, 리드해야 하기에 우리는 끊임 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학교급별 변화로 유아교육의 확대, 초등학교의 안정과 성장 맞춤 교육과정 및 창의지성·감성 교육과정 운영, 중학교의 자유학년제 및 협력종합예술 확대 운영, 고등학교의 진정한 일반고 전성시대의 도래 등이 있으며 사립학교의 공공성 강화, 학교를 위한 교육청 역할 강화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2018년 서울의 공·사립유치원 중 공립유치원의 취원률은 전국 최저 수준이었고, 공립유치원 취학 희망율에 비해 충족율은 매우 낮은 상태였다. 이에 단설·병설 유치원 설립과 함께 매입형, 협동조합형, 공영형 유치원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한 공립 확대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유치원 무상급식 도입과 유치원 기본 학제화 등의 논의를 위해 교육청이 더 많이 고민하고 움직여야 할 것이다.
우선, 삶의 기본을 익히는 초등학교를 만들기 위해 초1~2학년의 안정과 성장 맞춤 교육과정을, 초3~6학년 협력적 창의·지성·감성 교육과정을 운영하여왔다. 놀 시간과 놀 터를 잃어버린 아이들에게 중간놀이시간을 편성하고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여 꾸민 학교의 놀이터는 아이들의 꿈을 상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 전국적인 공간 혁신을 선도하게 되었다.
중학교의 자유학기제 운영 결과 학생들 스스로 미래지향적 역량, 진로탐색 역량, 자기효능감 및 학교생활 행복감을 향상시켰는데, 이를 바탕으로 학교와 지역의 특색을 살린 자유학기 활동을 개발 지원하여 자유학년제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중학교 교육과정인 협력종합예술은, 모든 중학생들이 뮤지컬이나 영화 연극 등에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종합예술 공간 조성을 위해 공연장과 연습실을 설치하여 2020년부터 초등학교 5, 6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의 배경이 된 교육부의 고교체제 개편 및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 방안 발표(2019.11.7.), 초·중등교육법시행령 개정(2020.2.28.) 등 최근의 정책 환경 변화로 인해 2025년까지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이 예고되어 있고, 자사고 도입과 연관되어 추진해온 자공고도 일반고와의 차별성이 미미해졌을뿐 아니라, 2005년 개정 교육과정 개편 주요 골자인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맞춰 고교체제 단순화를 통한 미래형 고교체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자공고도 일반고로 전환하여 고등학교 개혁을 획기적으로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제도적 변화에 따라 서울교육은 일반고 전환이, 우려하는 바와 같이 하향평준화가 아니라, 학생 저마다 꿈, 개성, 소질을 찾아 다양한 맞춤형 교육을 할 수 있고 학생의 과목 선택권 확대를 통해 교육과정 다양화를 취지로 하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선도하여 공유캠퍼스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서울의 학교 수에서 사립학교 수가 중학교의 28%, 고등학교의 63%에 이를 정도로 서울교육에서 사립학교가 담당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일부 사학에서 예산 전용, 인사 비리, 학교 설립자의 전횡 등으로 사학 분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여 학생의 교육권이 침해되어 왔다. 문제가 된 학교들의 경우 학교 정상화를 위하여 관선이사를 파견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하였고, 교육청 내 사학감사를 통해 사안에 대한 전문적, 예방적 접근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이러한 일부 사학의 정상화 사업을 넘어서서 건학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사립학교 법인과 함께 사학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방안을 함께 마련 중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교육의 중심 학교!, 학교가 없는 서울교육은 상상할 수 없기에, 우리교육청은 학교자율운영체제가 내실 있게 운영되도록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산하기관 등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학교자율운영체제란 말 그대로 학교 구성원의 참여와 협력을 바탕으로 민주적으로 학교를 운영하는 것으로 학부모의 학교 참여조례를 통해 제도화하였고, 학부모 사업을 위한 예산과 학부모지원센터를 지원하였다.
학생들이 “교복 입은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학생참여예산제와 학생회 운영비 지원, 학급 자치 활성화를 위한 학급운영비를 편성해 왔다. 학교운영위원회 학생 안건 심의 시 학생대표 참석 및 의견 개진권을 보장하고 학생참여 선순환 체제를 구축하였다. 학생들의 민주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또한 학생인권과 교권은 결코 배치되지 않는 상호 존중되어야 할 영역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과도한 교권 침해로부터 교사의 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교권 강화 사업을 추진 해왔다.
교사의 손길이 더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서울희망교실이 확대 운영되고 있고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교원을 넘어 일반직 공무원까지 참여가 늘어나면서 학교자율운영체제의 내용을 채워나가고 있고, 내실 있는 운영을 위해 교육지원청에 학교통합지원센터를 만들고 학교폭력 문제 등을 다루는 변호사를 배치하여 학교자율운영체제에 기여하고 있다.

백만 개의 교실, 하나의 공동체
알파고의 충격으로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이 교육현장에 밀려오는 와중에 번진 코로나19의 상황은 잊고 있었던 학교의 역할과 교육의 본질에 대해 재조명하게 하였다.
학교는 교수학습과 생활교육의 역할을 중심으로 급식, 돌봄, 안전 등의 역할이 확대되어 왔다. 4차 산업혁명이 담론이 아닌 현실로 다가서고 인공지능 등이 직·간접적으로 이러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혁신학교와 미래교육을 결합한 혁신미래학교는 이러한 시대적 도전에 대한 응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코로나19는 이러한 차원과는 다른, 학교에 학생들이 올 수 없는 조건에서 원격수업이 대면수업을 대체해야 하는 불가피하고도 급격한 변화에 대한 해답을 요구하고 있다. 학교가 주요하게 담당해 온 역할에 가정, 지역 사회의 비중이 높아지는 상황,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교육목표를 이루어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 학교와 교육의 문법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육에 대한 질문에 답변을 해야 한다.
교육감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백만 개의 교실, 하나의 공동체”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대한 좌표로 제시되었다.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 코로나 혹은 위드 코로나 시대, 저출산 고령화와 지속가능한 지구 생태계가 위협받는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개개인의 여건과 역량 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역설적으로 코로나 상황에서 본격화된 원격수업이 이러한 개별화 수업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는데 기여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생태전환은 인류의 생존 전략이다. 생태전환교실 도입, 햇빛발전소·채식선택제·텃밭이 있는 탄소배출제 학교를 준비 중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 공유하고 협력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교육청과 서울시, 자치구가 저소득층 학생들을 위한 교육기자재 구입과 농산물 꾸러미 사업 등을 함께 추진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방역과 돌봄 영역 등에서도 지자체와 지역아동센터 등의 지역사회 단체의 협력을 통해 학교가 교육과 방역, 돌봄의 삼중고를 이겨내고 있다.
정부의 한국형 뉴딜 사업의 대표 사업으로 선정된 “미래를 담은 학교”는 원격수업 등의 교육공학 발전의 기기와 학교가 생태전환교육의 산실이 되어야 하는 그린과 지역 사회와 협력하는 공유의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재난의 일상화”와 지구공동체가 “복합위험사회” 인 시대에 우리 아이들이 백만 개의 세계를 꿈꾸고 다른 사람과 우리 사회와, 지구 생태계의 공동체의 주역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이 “창의적 민주시민을 기르는 혁신미래교육” 의 과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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