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아있죠

기록을 만들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잘 관리해 역사적인 기록으로 남겨훗날 어떤 상황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바로 이 사람의 몫이다. 임희연 기록연구사의 이야기다. 많은 사람들이 기록연구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오래된 문서 폐기 처리하는 사람이잖아.” 그녀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속이 아리다고 했다. 필자는 그녀를 대신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기억은 사라지지만, 기록은 영원히 남는다고 .

글·사진 송주영

 

기록사? 기록관리사? 기록연구사!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이 명칭을 기억해줬으면 한다. ‘기록연구사.’ 기관에서 만들어진 모든 기록물들에 대한 전반적인 생산에서부터 분류, 정리, 폐기, 보존, 활용에 걸친 모든 업무를 수반한다. 임희연 기록연구사는 지난 2008년부터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8년, 이후 서부교육지원청에서 3년, 그리고 현재는 중부교육지원청에서 2년째 근무 중인 베테랑이다. 그러나 많은 직원들이 여전히 이들의 존재에 대해서 잘 몰라 명칭을 잘못 부르는 경우가 많다. “기록사, 기록관리사, 기록관… 다양한 호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워낙 소수직렬이기도 하고 교육청과 교육지원청에만 1명씩 근무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러나 기관 내 직원들이 기록을 생산, 보존,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기록의 가치를 판단하여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기록연구사로서 보다 중요한 일이고 보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는 말을 참 좋아해요. 단순한 과거 기억에 그치지 않고 이에 대한 기록이 있다면 그 기억은 역사적 사실이 됩니다. 학교에 대한 관심과 회상이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도록 기록하고 남기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날 짐 정리를 하다 문득 구석에 처박힌 낡은 앨범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앨범이 졸업 앨범이라면 철없던 학창 시절을, 가족 앨범이라면 정겨운 어린 시절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 앨범이 없었다면 기억을 되살리기가 쉽지 않다. 임 기록연구사는 이 추억을 사라지는 기억으로 두지 않기 위해 2019년 3월부터 ‘중부교육 역사 찾기’ 사업을 기획했다. 그리고 올해 4월 드디어 ‘사대문 안의 학교들’이라는 책이 세상으로 나왔다. 이 전시에 활용할 자료를 찾기 위해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학교기록물 수집 공모전’을 실시했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사대문 안의 학교들에도 방문했다. 그러나 대부분 사료집 편찬 당시 수집한 사진 자료는 그 행방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부지기수였고, 사료관 역시 관리 주체가 불확실하여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곳도 많았다. 기록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임 기록연구사는 이를 활용해 대한민국 교육 역사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과거를 남기는 일은 곧 미래를 위한 일
“기록관리 업무는 지금 당장 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다른 업무와의 우선순위에서 항상 뒤로 밀리게 됩니다. 이로 인해 조직 내에서 중요 업무로 인정받지 못하거나 많은 이들의 기피업무 1순위죠. 그러나 훗날 내가 잘 관리한 기록이 개인에게든, 조직에게든 유용한 가치로 잘 활용될 것을 생각하면 기록을 관리한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자부심을 갖고 임해주셨으면 해요.”
임 기록연구사가 과거를 남기는 이유는 미래를 위해서이다. 문서 생산 당시, 해당 업무가 별것 아니어서 몇 년 뒤에는 폐기해도 된다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서 사회적 이슈 등으로 인해 상황이 달라지기도 한다. 이때는 보존 기간 재책정을 거쳐 더 오랜 기간 보존하거나 간혹 역사적 사료로 남는다. 이 모든 일을 거친 후에 그 자료가 정말 활용 가치가 없다고 생각될 때 폐기를 결정한다. 하지만 기록연구사의 업무의 핵심은 폐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활용에 있다.
일에서 가장 보람찼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임 기록연구사는 이렇게 답했다. “정말 필요한 기록이 있어기록관을 방문했는데 결국 그것을 찾아 ‘이젠 됐다. 이 기록만 있으면 된다’라며 기뻐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흐뭇합니다.”
기록연구사의 발걸음은 이러한 마음과 다짐과 함께 사대문 안 학교들의 역사에서 서울교육의 역사, 그리고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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