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코로나 시대의 미래교육

코로나 이후가 아닌 코로나를 가로질러 미래, 교육 모색하기

사회 : 황형준 (서울시교육청 미래교육기획팀장)
대담 : 김재인 (철학자)                                         
신희경 (심리학자)                                     
엄기호 (사회학자)                                     
윤신원 (성남고등학교 교사)                      

 

 

2020년 코로나19의 팬데믹은 우리 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한 지역이 아닌 전지구적인 변화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인류가 대전환의 시점을 맞이한지 1년. 우리 교육의 미래를 준비하는 대담은 큰 의미가 있다.

글 김정원 사진 송주영

 

 

12월 4일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지금, 코로나 시대의 미래교육’이라는 주제로 대담이 열렸다. 유행처럼 나부끼는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아닌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삶 속에서 우리의 미래교육을 예견하는 대담에는 김재인(철학자), 신희경(심리학자), 엄기호(사회학자), 윤신원(성남고등학교 교사) 등 4명이 패널로 참여했으며, 사회는 황형준 서울시교육청 미래교육기획팀장이 진행했다.

 

 

황형준•지금서울교육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재인•과학기술철학, 미학, 정치철학을 연구하고 있는 철학자입니다. 시대의 변화를 가장 먼저 파악하고, 다가올 미래를 분석하여, 인류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관심이 있습니다. 지금은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에서 ‘대안공동체 인문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신희경•안녕하세요? 저는 성북구 정릉에서 청소년의숲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지역청소년을 위한 교육문화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는 신희경이라고 합니다.

윤신원•안녕하세요? 저는 서울 성남고등학교 지리교사 윤신원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인문과 자연환경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에 대해 가르치는 지리교사이다 보니 기후위기와 환경문제, 평화와 통일 이슈에 관심이 많습니다.

엄기호•안녕하세요. 저는 작년까지는 대학에서 문화이론을 가르쳤고 올해는 주로 도서관이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하고 있는 엄기호라고 합니다. 세계 질서의 변화 속에서 학교와 교육 문화, 그리고 청소년/청년들의 주체성의 변화에 대한 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황형준•코로나19가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나서 ‘뉴노멀’ 논의가 성행했습니다. 바이러스가 바꾼 배움의 터전, 그리고 그 속의 선생님과 아이들의 일상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재인•학생들과 얼굴을 보고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는 경험이 소거되면서, 교수자 입장에서는 물론 학생 입장에서도 큰손실이 있습니다. 학습자의 나이가 어릴수록 더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성인교육의 경우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대학생과 시민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는데, 이제는 온라인 회의라는 것도 굉장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시간과 온라인 링크만 있으면 되니까요. 밤이든 아침이든 강의가 잡힐 수 있고, 이런 식의 시간을 넘나드는, 시간에서 해방된 측면이 있고, 공간적으로도 외국에서도 접속이 가능합니다. 회의나 강의를 시공간의 한계를 넘어서 올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최근에 동향을 보면 학술대회, 세미나, 포럼 등을 진행할 때 과거에 없던 참여의 기회가 굉장히 많아졌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온 연령층이 디지털 통신기기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강제로 학습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초기에는 다들 힘들어하다가 이제는 적응한 모습입니다. 10대는 물론이고 20대 초반의 대학생, 대학원생들 수준에서는 돌아갈 수 없는 이용 여건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런점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해 학술적인, 교육적인 자리가 마련될 수 있고, 강제로라도 우리가 거기에 적응했다는 것, 그것을 통해 좋은 방향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압력이 생겼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신희경•올해 일상이 하도 파란만장해서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청소년의숲 사회적협동조합은 처음에 청소년부엌공동체 아지트틴스라는 비영리법인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래서 현재 구성은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3개의 진로동아리를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모든 활동은 일상에서의 자치역량, 관계 맺기와 협업역량을 통한 배움의 욕구 회복을 지향하기 때문에 함께 하는 요리와 식사, 여행, 대청소, 김장, 축제, 자치회의와 같은 공동체기반 활동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활동은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고 갈등과 해소를 반복하며 진행되는데요, 올해는 이런 공동체 활동에 아주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가 총 5주간 비대면 활동을 하고 나머지는 자체방역을 강화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소규모로 대면 활동을 유지해오고자 최대한으로 애를 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와 소통과 협력에서는 예전에 비해서 절반도 경험하기 어려웠습니다.

대면만남과 소통, 등교와 출석과 같이 일상에서의 구획이 줄어들면서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컸는데요 특히 평소에 심리정서적, 관계적으로 취약점을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나 가족내 갈등이 많은 경우, 학습부진이 누적되어 동기부여가 어려운 아이들의 경우에는 무력감, 우울감, 고립감 이런 감정이 훨씬 커져서 더 힘들어졌습니다. 반면에 사교육 의존적인 아이들의 경우에는 더욱 사교육에 의존적이 된 것 같고요 개인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전반적으로는 게임과 유튜브가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래서 5주간 비대면 시간을 지나 다시 대면 활동을 했을 때 생각하고 토론하고 이런 시간에 마치 처음 만난 관계처럼 다시 어색해하고, 말하고 싶어도 아무 생각이 안 든다,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좀 놀랐습니다. 물론 청소년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그래도 3월부터 활동해오면서 어느 정도는 토론도 되고 했는데 그 몇 개월의 노력이 무색할 정도로 5주만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몇주간 다시 활동하면서 조금씩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는데 겨울이 되면서 다시 비대면이 되니 한 해 동안 올랐다 싶으면 내려가고를 반복하는 느낌입니다.

윤신원•올해는 고3만 담당을 했는데, 정말 순간순간 대응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아이들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에 매일매일 즉흥적으로 대처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처럼 교육에서도 ‘거리두기’가 일상화되었습니다. 교육은 만남과 관계로부터 출발하는데, 그 일상이 깨진 점이 가장 안타깝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조종례 시간에 주로 하는 일은 학생들의 얼굴 표정을 살피고 말을 걸거나 적절한 조언을 하는 일이었는데요. 올해는 마스크 속의 표정을 읽어내기가 어렵더라고요. 이건 학생들도 마찬가지인데요. 선생님들이나 친구들의 표정을 읽을 수가 없으니까요. 관계맺기가 그만큼 힘들어진 거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학생들의 사회성이 성장할 기회가 그만큼 사라지게 될 것 같아요.

급식실에서도 함께 마주앉아 밥 먹으며 웃고 떠드는 모습은 사라졌고, 모둠 수업도 현격히 줄어들었습니다. 수학여행, 스포츠클럽, 동아리 답사와 방과후 체험활동 등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학창시절 추억과 특별한 배움의 기회를 통째로 잃게 된 점도 안타깝습니다. 선생님들도 코로나 상황 초기에는 온라인 수업의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느라 어려움이 컸다면, 어느 정도 적응이 되고부터는 관계가 미약한 학생들에게 학습동기를 불러일으키거나 무기력한 학생들을 컴퓨터 앞으로 불러오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학습욕구가 있는 학생과 없는 학생 간의 격차가 커지고 있고, 등교를 하지 않는 기간이 늘면서 사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커졌습니다. 출석 클릭만 하며 수업을 거부한 학생들, 교육적으로 취약한 환경에 놓인 학생들의 학습 결손을 향후 어떻게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 큽니다.

엄기호•무엇보다도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교육을 모색하던 쪽에 큰 위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일제식 입시위주의 교육이 혼자 열심히 외우고 정답을 맞추는 것이었다면 대안교육이나 혁신교육은 학생들의 활동을 통해 배움을 도모하는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학교의 의미 또한 다르게 바라보았습니다. 지식을 전달받는 곳이 학교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런 협소한 규정을 넘어 학교를 활동적 삶의 공간이자 활동의 역량을 키우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 것이 혁신학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활동적 삶의 핵심은 다른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교류하며 더 좋은 삶이 무엇인지를 토론하고 합의하고 모색하며 모두가 안전하고 탁월해지는 그런 집-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지식은 필수적입니다. 모두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미신과 무지를 뚫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이런 활동을 통한 배움은 거의 대부분 대면과 접촉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당장 생각해 보더라도 모둠학습이 있습니다. 모둠학습의 이상적인 모습이 둥글게 모여 앉아 머리를 맞대고 서로 입에 침을 튀겨가며 열정적으로 자기의 의견을 말하고 거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지금 해서는 안 되는 가장 위험한 것이 되었습니다. 학생들의 더 서로 대면하고 또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세계와 사람을 접촉하며 배움을 확장시키려던 교육의 방법론이 위험한 것이 되었다는 것이 코로나로 인해 촉발된 가장 큰 교육의 위기가 아닐까 합니다.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는 인류학자들이 쓴 책의 제목처럼 인간은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낯선 곳에 서야하는데 그 또한 위험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타자와의 대면, 접촉, 그리고 교류와 우정이 다 위험한 것이 된 상태에서 어떻게 활동적 삶을 살아갈 수 있고 그 역량을 키울 수 있는지,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형준•암중모색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당장 확실한 방법을 알 수는 없어도 뭔가 실마리를 찾으려 애쓴다는 뜻이지요. 오늘 좌담의 주제가 <지금, 코로나 시대의 미래교육>인데요, 미래교육에 대한 논의가 코로나가 우리 교육에 주는 의미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의미와 바로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미래교육은 의미가 없다는 두 가지 의도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래교육, 우리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 걸까요?

김재인•지금까지의 교육 방식이 일상화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서양에서도 그렇고 길어야 100년 조금 넘었을 뿐이지요. 코로나19는 그 타성에 대해 점검하는 계기라고 봅니다. 현재의 학급 규모로 온라인 수업을 이어가는 것도 지속되기 어렵고, 학령인구의 급감을 고려해 교실 구조와 학급별 학생 수도 조정해야 하며, 나아가 교사의 역할 변화(행정이 아니라 교육에 집중)도 지원해야 합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는 교육 방식을 마련해야 하며, 제가 평소 제안하던 ‘창작자로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한 교육’도 전면 도입해야 합니다.

미래교육을 생각할 때, 우리 기성세대가 의사결정을 제공하니까, 이쪽의 경험을 투영해서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상황이 되면, 오히려 아이들에게 구속이 되고, 불편한, 맞지 않는 옷을 주는 형태가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됐어요. 줌으로 했을 때도 20명이 넘어가면 상호 소통이 안 됩니다. 결국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교실이건 원격이건 간에 학생 수를 20명 안쪽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있고, 교사의 수를 논의하기 전에 교수 방식의 변화가 요청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사도 충분히 뽑고, 행정적인 업무부담도 줄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오가는 교육자로 거듭나는, 과거에 장점이었던 부분을 오프라인에서 살리고, 온라인에서 가능한 것은 그쪽으로 넘겨서, 실제 교실에서 만났을 때보다 집중적인 대면 교육이 일어날 수 있도록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희경•먼저 미래교육이라고 할 때 교육의 영역에 따라 거론될 수 있는 주요한 키워드가 많을텐데요, 저는 청소년기 발달에 관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기 교육에 초점을 맞추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사회자께서 지금의 시기를 ‘암중모색’이라는 단어로 설명하셨는데요, 저는 ‘우리의 교육에서 더 이상 암중모색의 시간과 시도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교육의 과제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안나 프로이트는 ‘청소년기는 평화로운 성장이 방해되는 혼란과 변화의 시기이며, 고통스럽게, 끊임없이 탐색하면서 성인으로 나아가는 시기’라고 하였습니다. 에릭슨 역시 청소년기에 대해서 ‘자기다움을 만들어가기 위해서 자기답지 않은 것과 끊임없이 투쟁하며 정체감을 형성하는 시기’라고 하였습니다. 이들 모두, 청소년기야말로 사회적 존재로서의 자기다움을 알기 위해 암중모색하는 시기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은 이들의 암중모색의 행위를 가능케 하고 지원하는 교육적 환경을 조직함으로써 발달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암중모색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시도와 도모의 행위 자체가 청소년기 교육의 주요한 내용이자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재 우리 교육에서는 청소년기 발달과업인 ‘사회적 관계와 경험 속에서 자기다움의 형성‘이 아예 누락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청소년기가 실종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든 면에서 근본적으로 우리의 삶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하는데요, 저는 미래교육에서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 중의 하나로 ‘실종되어가는 청소년기의 복원과 발달의 재가동‘을 꼽고 싶습니다.

윤신원•미래는 멀리 동떨어진 이상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그 끝에 닿아있는, 즉 현재와 연결된 시공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코로나19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앞으로 전개될 사회와 세계 모습을 그려보며,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미래교육이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올해 성남고에서는 ‘온라인 진로탐색의 날’을 진행하며 고3 학생들과 최근의 문제상황을 공유하고, 달라지는 사회 시스템, 공간의 변화, 생태의 중요성에 관한 영상 강의를 들은 후 자신의 삶과 연결시켜 글쓰기 수업을 했습니다. 한국지리 시간에는 코로나 시대에 달라진 업무환경, 감염에 취약한 사회적 약자의 공간, 비대면문화의 활성화에 따른 산업의 변화,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나아가 ‘마을과 학교가 함께 준비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 방과후 진로특강을 열었습니다. 학생들이 ‘감염병, 기후위기, 공간 빅데이터, 민주시민, 지역사회’를 키워드로 특강을 듣고, 초연결 세계에서 지역사회로 시선을 돌려 새로운 가치와 로컬의 힘을 모색해보도록 계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서 코로나 시대에 세가지 교육적 방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첫째, 누구나 감염될 수 있고 서로를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상호의존성과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타성, 폐쇄적 집단주의를 경계해야 합니다. 둘째, 감염병의 근본 원인이 된 무분별한 개발과 기후위기에 대해 성찰하고 환경, 생태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합니다. 인간과 비인간과의 평화와 공존을 지향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셋째, 피해의 불균등성에 대해 인식하고 공동체, 특히 삶의 터전이 되는 지역 공동체의 가치를 깨닫게 하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놓일 수 있으므로, 공감과 연대의식을 가지고 배려하고 책임을 나누고 기여하는 공동체 구성원이 되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엄기호•코로나는 우리가 재난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습니다. 지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작년까지 기후 위기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했지만 몇몇 선도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그렇게 피부로 재난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조한혜정 교수는 이런 상황을 우려하며 ‘재난학교’라는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었지요. 하지만 교육에서 재난의 문제는 가까운 미래도 아니고 먼 미래의 일이거나 당위적인 이야기로만 취급되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는 재난이 미래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임을 확실히 보여주었습니다.

따라서 미래 교육의 핵심은 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역량을 키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지진이 났을 때 대피하거나 바다에 빠졌을 때 수영을 할 줄 안다거나 하는 개인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넘어서서 시대의 과제이자 사회적 역량으로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점에서 과감하게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뒤집어서 사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구는 우리 공동의 집입니다. 집이 안전해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가 주체이기 때문에 우리를 자연이 보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지구를 보좌해야 한다는 카프카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아를 강조하는 교육은 본의 아니게 비대해진 자아, 자기에게만 집중하는 과잉 주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세상만물이 다 자기를 보좌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했습니다. 이걸 뒤집는 것이 재난 시대 교육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세상만물이 나를 보좌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상 만물을 보좌하는 역량, 그 역량을 키우는 것이 기초입니다.

저는 학교가 학생들 재난과 같은 문제에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접근하며 토론하고 자기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는 곳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황형준•2021년 우리 교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함께 고민해야 할 키워드를 한 가지씩만 말씀해 주시겠어요?

김재인•3중의 위기(감염병 대유행 주기가 짧아짐, 체감 수준에 이른 기후위기, 인공지능의 오남용)인 뉴노멀 시대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의 교육은 미래 세대가 살아갈 조건을 선취해야 바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 기성세대의 관점을 최대한 벗어나, 다가올 미래를 정확히 파악해야만 합니다.

신희경•앞에서 실종되어가는 청소년기의 복원과 발달의 재가동이라는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를 위해서 우리 교육에서 중요하게 고민해야 할 키워드를 한가지로 꼽는다면 ‘청소년을 교육의 협력자로 대하라‘입니다. 이들과 함께 미래교육도 고민해야 하고 이들과 함께 사회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도 고민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의 문제도 이들이 주축이 되어서 고민해야 하고, 학생들의 무기력 문제도 이들이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청소년을 이렇게 대할 때 이들도 책임의식과 진지함을 가지게 됩니다. 청소년을 아동처럼 대하는 한, 이들이 가지고 있는 암중모색의 에너지는 게임이나 일탈행위로 분출될 수 밖에 없습니다.

윤신원•코로나19는 나만 안전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네가 안전해야 내가 안전할 수 있음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또한 바이러스로 대표되는 ‘비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가 더 이상 지배적, 통치적, 이분법적 관계가 아니라 생태계의 일부로서 인간을 이해하는 ‘관계적’ 관점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2021년 우리 교육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키워드로 ‘기후위기와 생태 리터러시’를 말하고 싶습니다. 현재 인류에게 닥친 최대 위험이자 함께 해결해야 할 지구촌 최대 환경 문제는 기후변화 문제이죠. 수많은 자연재해, 식량 위기, 전염병을 비롯한 건강문제, 환경 난민, 에너지 및 교통, 산업 및 경제 전반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살 미래에 이만큼 중요한 이슈가 있을까 싶지만 아직 우리 교육은 학생들에게 ‘기후위기’를 제대로 가르치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엄기호•재난은 사람을 위축시키지만 올바른 지식은 인간을 신중하게 행동하며 활동적 삶을 살게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는 것이 인간과 인간의 활동을 분명히 다르게 변모시키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사랑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탈리의 정신분석학자 세르죠 벤베누투가 말한 것처럼 과거에 내 지인들이 나를 포옹한 것이 사랑의 표시였다면 지금은 포옹하지 않는 것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이의 안녕을 비는 사랑이고 배려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가 사랑을 실천하고 관계를 지속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올바른 앎과 신중한 행동입니다.

 

 

황형준•마지막으로 2021년 서울교육에 대해 바라는 점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재인•뉴노멀 시대에 필요한 초중등 교육의 큰 그림을 가장 먼저 보여주었으면 하며, 사회 저항때문에 시행하지 못했던 각종 교육 실험을 선제적으로 시행했으면 하고, 교실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면서도 소외되는 학생이 없도록 하는 교수법을 마련했으면 합니다.

신희경•요즘 비대면이라 저희도 아이들을 온라인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며칠간 아이들이 온라인 게임공간에 저희 기관을 가상으로 건설하고 있습니다. 완공이 되면 비대면이 지속하는 동안 동아리 회의나 모임도 그 공간에 들어가서 모여서 한다고 합니다. 서로 논쟁해가면서, 자신의 시간에 맞춰서 수시로 드나들면서 조금씩 건물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평소에 전혀 보지 못했던 적극성과 문제해결력, 응용력, 창의성, 협동심을 보게 됩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는 주변에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깔려있는 데 학교가 얼마나 재미없을까하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저 가상공간에서 하는 행위들, 즉 함께 모여 문제해결을 위해 직접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를 하는 것은 현실의 교육현장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실현할 수 있는데 그것을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입니다. 중고등학교 학교교육에 대한 과감한 변화와 개혁을 고민해주셨으면 합니다. 청소년들에게는 마음과 삶에 진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식과 내용과 사람이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윤신원•서울 안에서도 지역 간 교육 격차, 학교간 격차, 학교 내 학습 격차가 큰 편입니다. 교육의 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지원이 필요한 곳에 더 많은 지원이 있기를 바랍니다. 미래 교육에서 학교는 놀이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은 이미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세상을 배워가고 있고, 자신이 재미있어 하는 영역으로 관심의 폭이 좁혀져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을 폭넓은 배움의 장으로, 지적 호기심을 가지도록 이끌려면 스스로 체험하고 배우는 주체가 되도록 해야하는데, 현재 교실에는 너무 많은 학생들이 존재합니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수준으로 낮추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전히 학교는 국영수 교과 중심, 수능 문제풀이 중심, 편협한 진로활동에 갇혀 있습니다. 학생들과 서울에 대해 공부하고 도보답사를 하거나 마을과 학교가 연계해 마을 체험 진로수업을 열면 이런 수업이 정규수업으로 인정될 수 있을까요? 뜻있는 선생님이 환경 동아리를 개설하면, 진로 연계성을 중시하는 요즘 세태 속에서 어떤 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을까요? 과연 수직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 문화 속에서 어떤 선생님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체험활동, 가치교육을 펼칠 수 있을까요? 미래교육은 멀리 있지 않고 현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꿈꾸고 시도해보는 선생님들이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일상적으로 듣고 지원해주는 서울교육청이 되면 좋겠습니다.

엄기호•초유의 사건입니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사건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참조할만한 이전의 경험과 지식이 매우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혼란은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럴수록 현장 교사들이 길을 뚫고 가기 위해서 많은 실험을 하고 그 경험을 서로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참조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실패를 각오하고 앞에서 먼저 해보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교육청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이 교사들이 실험을 할 수 있도록 고무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패에 대해 책무를 묻는 방식으로는 아무도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참조할 경험과 지식이 전혀 쌓이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지금은 교사들이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고무되어야 합니다. 교육청이 그 일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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