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

임시선별진료소 의료봉사자, 황신영 중화중학교 보건교사

교사 발령 후 처음 맞는 달콤한 방학을 선뜻 반납하고 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에서 의료봉사 중인 이가 있다. 바로 중화중학교의 황신영 보건교사가 그 주인공.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이자 교육자로서 학교 방역 최일선에서 코로나19 유입과 확산 방지를 위해 힘써 온 그는 추운 겨울 학교 밖에서도 팬데믹 극복을 위한 희망의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확진자 수가 다행히 잠시 주춤거리던 1월 어느 날, 면목역 광장 한쪽에 위치한 중랑구 임시선별진료소를 찾았다. 며칠 전까지 지속한 한파가 물러났음에도 천막 안은 찬 기운으로 가득했다. 몇 대의 대형 난로만이 추위를 막고 있었다. 

임시선별진료소 안에는 의료진과 중랑구시설관리공단, 군대에서 파견 나온 사람들이 방호복을 입고 각자의 역할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검사 물품과 서류들이 부족한 간이 책상 공간을 벗어나 바닥 곳곳에 쌓여있는 모습이 ‘임시’라는 단어가 주는 긴급함을 느끼게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랑구 임시선별진료소 역시 1시간에 100여 명의 인원이 줄을 설 정도로 정신없이 검사가 진행됐다. 

그곳에서 만난 이가 현장에서 봉사 활동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황신영 보건교사(중화중학교)다. 황 교사는 2020년 임용된 신규 보건교사로, 교사가 되기 전 간호사로 호흡기내과 병동에서 1년 반 정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교사였던 어머니를 따라 인생의 제2막을 시작하자마자 코로나19를 만나게 된 그. 교사로서 처음 맞이한 방학을 반납하고 열악한 의료현장에 뛰어들어 추위를 잊고 봉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의료봉사자 황신영 중화중학교 보건교사가 임시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자신의 안전을 건 봉사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신의 안전을 건 봉사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고등학생 때부터 의료봉사에 대한 꿈이 있었어요. 전문성을 발휘해 사회에 이로운 일을 한다는 게 매력적이었죠. 그래서 간호학과를 진학했지만, 대학 시절이나 병원에서 일할 때는 봉사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러다 이번에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의료 인력 부족 문제 극복을 위해 의료봉사를 지원한다는 걸 알고 참여하게 됐어요. 간호사로 일했었기 때문에, 코로나19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코로나19로 의료진들의 피로감이 얼마나 높은지 익히 들어와서 잘 알고 있었기에 신청하는데 망설임은 없었어요. 원래 남을 돕는 일에 보람과 행복을 많이 느껴요. 측은지심이랄까, 오지랖도 넓고요.(웃음)

하고 계신 의료봉사는 어떤 일인가요?

하고 계신 의료봉사는 어떤 일인가요?

저는 안내와 검체채취 등을 맡았어요. 코와 입속에 면봉을 넣어 검체인 비인두, 구인두도말물을 채취한 뒤 유전자 검사를 보내죠. 면봉을 삽입할 때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리고 상상하며 넣어요. 간단해 보여도 기본적인 해부학적 지식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에요. 

현재 중랑구 임시선별진료소에 의료진은 저를 포함해 간호사 두 분과 임상병리사 한 분이 계세요. 두 명씩 오전, 오후 교대로 근무하죠. 중랑구시설관리공단과 군대에서 파견 나온 분들께서 안내와 접수를 담당하고 계시고요. 이분들 역시 모두 봉사로 참여하고 계세요. 임시선별진료소이다 보니 검사에 앞서 열이 난다거나 유증상자일 경우는 중랑구 보건소에 있는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는 편이에요. 가끔 보건소에서 문자를 받고 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분들 역시 보건소로 안내하고 있고요.

의료봉사자 황신영 중화중학교 보건교사가 임시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재정비하고 핫 팩을 쥐고있다.
의료봉사자 황신영 중화중학교 보건교사가 임시선별진료소에서 방호복을 재정비하고 핫 팩을 쥐고있다.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죠. 선별검사소에서 체감해보시니 어떤가요?

아는 것과 경험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죠. 선별검사소에서 체감해보시니 어떤가요?

의료봉사를 시작할 1월 중순에는 정말 추웠는데, 추위를 피하는 방법이 난로와 핫팩뿐이죠(웃음). 현장에서 쉴 수 있는 공간이라곤 옷을 갈아입는 컨테이너가 전부고, 의자도 여유롭지 않고요. 선별진료소 내에서는 마스크를 절대 벗으면 안 되기 때문에, 물 한 모금도 여유롭게 마실 수 없어요. 방호복을 탈의할 때 감염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화장실도 쉽게 못가고요. 그래서 교대로 2시간 일하고 30분을 쉰다 해도 제대로 쉰다고 할 수가 없죠. 마스크 자국도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야 없어지죠(웃음). 

현재는 검사자 수가 많이 줄었지만, 한참일 때는 1시간에 100명씩 줄을 섰어요. 제가 지원 오기 전에는 의료진이 부족해 3명이 2시간 일하고 1시간 쉬는 식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종일 근무했대요. 여기서 제일 오랜 기간 봉사하신 분은 임시선별진료소가 처음 문 열 때부터 주말, 연휴 없이 하루도 안 쉬고 6주간 근무하셨고요. 한파에도, 폭설에도 꾸준히…, 정말 대단하시죠.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이자 교육자세요. 학교 차원에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학교 내 유일한 의료인이자 교육자세요. 학교 차원에서는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학기 초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감염병 예방 교육이에요. 지금이야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일이지만 손 씻기, 기침 예절, 물건 공유하지 않기,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를 위해 많이 노력했죠. 학생들이 일상에서 쉽게 접하도록 쉬는 시간에 관련 노래를 틀기도 했어요. 또 학교 방역을 위한 방역물품도 전반적으로 관리해요. 유증상자 발생 시 보건소, 방역 당국, 병원과도 연계하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보건교사로서 제일 중요한 역할은 확진자 발생을 대비한 계획 수립과 역학조사에 협조하는 일이에요. 사실 코로나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은 신종감염병이기 때문에 감별이 어려워요. 그래서 관리자나 선생님, 학부모들까지 보건교사에게 많이 의지하시죠. 이번 의료봉사를 학교에 얘기하니 “선생님이 우리 학교의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다. 건강 관리 잘해야 한다”고 당부하시더라고요.(웃음) ‘아, 내가 심적으로 큰 힘이 되고 있구나. 책임감이 막중하다’ 생각하고 있어요.

방호복을 벗고 사복을 입고 임시선별검사소에 서있는 황신영 보건교사

학교의 보육교사이자, 임시선별소의 의료인으로 느낀 점이 있다면요?

학교의 보육교사이자, 임시선별소의 의료인으로 느낀 점이 있다면요?

신기하게도 두 현장에서 비슷한 걸 느껴요. 교육현장에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활기찬 에너지를 받아요. 아이들의 순수한 말, 웃음, 그리고 학생들과 지내면서 얻는 보람이 우울한 팬데믹 상황 속에서 큰 힘이 되죠. 

의료봉사도 마찬가지예요. 여기 오신 분들이 검채 체취 동안 불편함이 있을 텐데도 최대한 협조해 주시고, 수고한다며 따뜻한 말씀을 건네주시죠. 현장에 계신 다른 봉사자들도 피로도가 상당히 높을 텐데 늘 배려해주시고요. 덕분에 매일 기분 좋은 마음으로 봉사하고 돌아가요. 두 현장에서 거창하지만, 일종의 인류애를 느껴요. ‘코로나19를 극복하려고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라는. 모두 변화한 낯선 상황에 적응하고자 애쓰고 있잖아요.

교육현장과 의료현장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힘쓰고 있는 이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씀 부탁드려요.

교육현장과 의료현장에서 각자의 방식대로 힘쓰고 있는 이들에게 응원과 격려의 말씀 부탁드려요.

한때는 ‘코로나 블루’라는 말을 달고 살았어요. 확진자 추이만 보고, 코로나19가 내 자유와 일상을 빼앗아간 것 같아 분한 감정이 들었죠. 그러다 이를 받아들이고 이 순간 불평불만이 아닌 내가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의료봉사를 하면서 코로나19가 안겨준 우울감이 오히려 삶의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했어요. 힘들지만 이 모든 게 앞으로 펼쳐질 밝은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감염병과 싸우는 의료진들, 원격수업을 연구하는 교사들 모두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지만, 가치 있는 일을 하는 소중한 존재들이에요. 그런 모습이 많은 사람의 귀감이 되니, 자부심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우리 모두 좌절하지 말고,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냅시다!

*해당 기사는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하여 제작하였습니다.

⁄ 김미지    사진 ⁄ 김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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